의사 개개인이 문제 제기했다가 고소고발 시달려…의료계 차원서 올바른 정보 제공 모색해야

[라포르시안] 효능과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으로부터 국민 건강을 지키려는 의료계의 움직임이 잇따르고 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환자들이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건강기능식품이나 의약품, 민간요법 등에 매달려 불필요한 비용을 지출하는 일이 없도록 의학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관련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대한소화기암학회와 임상영양학회는 오는 22일 백범김구기념관에서 개최하는 '제1회 소화기암 환자를 위한 바른 식단 캠페인'을 연다.

이번 행사는 두 학회가 소화기암 환자와 가족을 대상으로 기획한 영양 캠페인이다.

의학의 발달로 위암과 식도암, 대장암, 간암 등 소화기암의 생존율은 향상되고 있지만 사망자 5명 중 1명은 영양악화나 영양실조로 사망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첫 발을 내디딘 것이다.

두 학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소화기암 환자 중 영양상태가 양호한 사람은 10%도 안 됐고, 환자 2명 중 1명은 의사와 영양사의 협조 아래 영양중재나 영양치료가 필요할 만큼 중대한 영양문제를 안고 있었다.

문제는 환자들이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건강기능식품 등을 섭취하는데 치료비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의 한 대학병원 소화기내과 A교수는 "하수오, 글루코사민 등 몸에 좋다는 건강기능식품이 쏟아져나오고 있지만 효과가 검증된 제품은 많지 않다"면서 "그럼에도 일부 방송에서 쇼닥터와 결탁해서 과장광고를 내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항암제의 경우도 효과가 검증되지 않아 퇴출당해야 할 약인데 수도 없이 팔린다. 죽어가는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치는 것인데 따지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따지는 사람이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가는 개인적으로 큰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충북대병원 한정호 교수가 대표적인 사례다.  

한 교수는 한방 항암제로 불리는 ‘넥시아(NEXIA)’의 효능에 의문을 제기했다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해 다음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국립대 교수인 그는 판결에 따라 교수직에서 해임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A교수는 "의학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 고소고발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다. 막대한 자본과 유명 변호사를 앞세운 그들과 의사 개인이 맞서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그래서 이번에 소화기학회 차원에서 캠페인을 벌이는 것으로 있다"고 말했다.

다른 대학병원의 B교수도 "정부의 보장성 강화 계획에 따라 중증 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크게 낮아졌다고 하지만 환자들이 쓰는 비용은 그대로"라며 "이것은 환자들이 엉뚱한데 비용을 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비용을 낮출 생각만 하지 말고 엉뚱한 곳으로 지출되는 비용을 막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대한의사협회는 방송에 출연해 의학적 근거가  부족한 치료법이나 특정 건강기능식품을 추천하는 '쇼닥터' 근절에 나섰다.

이를 위해 협회 내에 쇼닥터 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의사방송출연 가이드라인'도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을 어기면 쇼닥터 심의위원회를 통해 자체 징계와 함께 방송통신위원회 제소 등 불이익을 주기로 했다.

의협 관계자는 "일부 의사들이 근거가 미약한데도 특정 치료법이나 건강기능식품 등이 치료효과가 있는 것처럼 홍보함으로써 의사에 대한 대국민 이미지가 실추하고 있다"며 "쇼닥터에 대한 본격적인 제재가 시작되면 이러한 행태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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