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득주 기능의학회 이사장 “환자 많이 보는 구조서 잘 보는 구조로 의료환경 바뀌어야”

[라포르시안]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는 암이 만성질환처럼 인식되고 있다. 면역치료가 도입되면서 나타난 변화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여전히 암에 걸리면 죽는다고 생각한다."

이득주 대한기능의학회 이사장은 지난 13일 서울성모병원에서 열린 추계학술대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의 규제 위주의 의료정책이 암 환자의 생명 연장의 꿈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이사장은 "앞으로 암은 당뇨처럼 인식될 것이다. 암세포와 같이 5년이고 10년이고 살게 된다는 것인데 면역치료가 이를 가능하게 했다. 면역치료를 하면 환자의 20~30%는 살릴 수 있다"면서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살릴 수 있는 환자가 죽고 있다. 이 때문에 환자들이 외국으로 빠져나간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 이사장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면역치료를 시술로 간주해 의료법을 적용한다. 쉽게 말해 A라는 약이 흑색종에 허가가 났더라도 의사가 재량껏 다른 암 질환에도 처방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약사법의 적용을 받기 때문에 허가 사항 이외에는 사용할 수 없다.

이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규제가 너무 강해서 국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이런 문제를 공론화해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제대로 살피고 제대로 진단해서 치료하려면 상담료와 같은 수가 항목이 신설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얼마 전 보건복지부에 '의사가 하루에 몇 명의 환자를 진료해야 지금 받고 있는 진료비에 합당하냐'고 물었는데 답이 없었다"면서 "미국에서는 하루종일 한 명만 진료해도 된다. 시간에 대한 보상기전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짧은 시간에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병의원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많이 보는 구조에서 잘 보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환자에게 충분한 상담을 통해 약처방이 아니라 생활습관을 개선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지만 지금의 의료환경에서는 그렇게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그는 "의사에게 가장 쉬운 일은 환자에게 약을 주는 것이다. 반면 가장 어려운 일이 약을 주지 않고 생활습관을 개선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약을 주지 않으려면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을 해줘야 하는데, 그 시간에 대한 보상이 없으니 안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200여 명의 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최신 면역치료의 기본 개념 이해 ▲암의 면역치료 ▲대사증후군과 장내세균불균형 ▲암의 대사적 관리 등에 대한 강의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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