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체자원은행사업 활용한 보건의료연구 성과 높아…“경제적 성과 창출 위한 공격적 전략 필요”

 

[라포르시안]  2003년 4월 14일, 미국과 영국·독일·프랑스·중국·일본 등 6개국 과학자들이 13년 간 추진해 온 '인간게놈프로젝트(HGP)'가 마침내 결실을 맺었다. 인간의 유전자 지도를 99.99% 정확도로 완성했다고 발표한 것이다.

인체게놈프로젝트를 통해 유전자의의 염기서열 순서를 밝혀내고 정확하게 그려냄으로써 질병의 치료에도 패러다임 변화가 올 것이란 기대감이 생겼다.

질병에 걸린 이후 치료를 하는 것에서 개인별 유전자 분석에 따른 '맞춤형 예방·치료' 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했다.

무엇보다 인간게놈지도 완성에 따라 인체에서 유래된 혈액·혈청, 뇨, 조직 및 DNA 등의 인체자원에 대한 중요성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높아졌다.

특히 인체자원을 체계적으로 확보·관리하고 관련 연구개발에 지원하는 '바이오뱅크(인체자원은행)'가 주목받고 있다.

실제로 바이오뱅크가 상당히 높은 산업적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특히 보건의료분야 연구에 크게 기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립보건연구원 유전체센터 생물자원은행과는 최근 '한국인체자원은행사업의 보건의료연구 지원 성과'라는 보고서를 통해 한국인체자원은행사업(Korea Biobank Project, 이하 KBP)의 성과와 의미를 분석했다.

보고서는 국가 차원에서 한국인 인체자원을 체계적으로 확보·관리하고 국내 연구자의 보건의료연구를 적극 지원하기 위해 2008년 시작된 KBP 사업을 통해 보건의료 연구지원 활성화 및 자원 활용 가치 제고에 얼마나 성과를 거뒀는지 짚어봤다.

앞서 정부는 2008~2012년까지 5년간 수행한 KBP 제1기 사업을 통해 국가가 직접 운영하는 국립중앙인체자원은행과 전국 17개 대학병원 소재의 민간 바이오뱅크로 구성된 한국인체 자원은행네트워크(Korean Biobank Network, KBN)를 구축하고 한국인 50만명의 인체자원을 수집했다.

2013~2015년까지 진행되는 제2기 사업에서는 50만명의 인체자원 수집 성과를 기반으로 인체자원의 품질관리 및 정보와 연계, 연구자 중심의 원스톱 분양시스템 구축을 통해 연구지원 활성화 및 자원 활용성과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제2기 KBP 사업기간의 2/3가 완료된 2014년 말까지 7년간의 연구지원 성과를 분석한 결과, KBN이 보유한 인체자원의 연구자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동시에 보건의료연구 성과에도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KBN은 총 1,096개 연구과제에 대해서 인체자원을 분양했고, 분양과제 수의 연평균 증가율은 32.5%로 집계됐다.

분양과제 연구비의 총합은 약 1,756억 원으로, 같은 기간 보건복지부 보건의료 R&D 투자예산의 약 10%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연구 성과측면에서는 KBN 자원을 이용한 연구과제로부터 총 426편의 논문이 생산됐으며, 이들 논문의 피인용지수는 4.015였다.

특히 국립중앙인체자원은행의 경우 2008년 KBP 사업을 기준으로 2007년까지 분양된 과제에 대한 논문의 평균 피인용지수는 3.465로, 2008년 이후 분양된 과제에 대한 논문의 평균 피인용지수는 6.077을 기록해 KBP 사업 이후 분양과제 수의 증가와 함께 논문의 질적 수준도 향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중앙인체자원은행에서 분양하는 코호트 기반 인체자원의 경우 인체유래물과 역학정보, 유전정보를 복합적으로 활용했을 때 논문 평균 피인용지수가 12.5로 나타나 인체유래물만을 활용한 경우(4.59)보다 약 3배 높아졌다.

인체자원을 이용한 연구에서 논문성과 도출에 소요된 시간은 평균 1.8년으로 직접 인체자원을 수집해 연구한 논문의 사례와 비교해 볼 때 최소 2년 이상 연구기간 단축 효과가 발생하는 추정됐다.

문제는 지금까지 인체자원을 활용한 성과가 대부분 연구에 국한된다는 점이다.

보고서는 "지금까지의 자원 활용성과가 대부분 논문에 국한되고 산업화의 근간인 특허 성과가 18개에 불과하다는 점은 질적인 면을 배제하고서라도 개인맞춤형 치료, 질병 조기진단 및 예방의료 구현, 신약개발에서의 전임상 연구 임상예측력 강화와 연계된 바이오뱅크의 경제적 효과를 도출하기에는 양적인 측면에서조차 많이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인체자원을 활용돼 도출된 논문의 성과 역시 당초 기대했던 개인별 맞춤형 예방.치료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낮은 내용이 많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도출된 논문을 'HT 표준 기술분류체계'를 근간으로 연구목적에 따라 분류했을 때 80% 이상이 '기반연구와 병인규명'에 속했고, '질병예방 및 건강증진', '진단법 개발'이 그 나머지를 차지했다.

'백신 및 예방약제, 치료법 개발', '임상 모니터링 연구' 분야 성과는 전혀 없었다.

보고서는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KBP 제1기와 제2기 사업을 통해 국가 인체자원의 종합관리를 위한 바이오뱅크의 기반을 단단히 다졌다"며 "이런 성과 분석결과를 토대로 2016년부터 추진할 KBP 제3기에서는 연구자의 요구에 부합하고 기술적, 경제적 성과 창출에 집중하는 좀 더 공격적인 전략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한편 선진국에서는 바이오뱅크를 통한 실질적인 경제효과 창출이 기대되고 있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ational Cancer Institute)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인체자원 1건당 창출 가능한 부가가치는 연간 188.4달러, 10년간 약 702.3달러에 달했다.

정보가 연계된 인체자원을 1건 수집할 때 약 200달러가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10년간 3배 이상의 투자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