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인력부족 만성화로 환자안전 위협…‘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아닌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 제정 필요해

[라포르시안]  "밥 좀 먹고 일합시다!"

병원 현장에서 의사와 간호사 등의 만성적인 의료인력 부족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의료기관의 병상 규모에 따라 적정한 인력기준이 정해져 있지만 제대로 지키는 곳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밤낮 가릴 것 없이 24시간 연중무휴로 돌아가는 병원 특성상 인력 부족으로 인해 보건의료노동자들이 겪는 고충은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간호사가 점심 먹을 시간조차 제대로 갖지 못하고 5~6분 만에 마시듯 식사를 하거나 결혼 후 임신마저 근무인력 상황을 감안해 순번을 정해서 하는 '임신순번제'가 지금도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 

무엇보다 병원의 만성적인 인력부족은 장시간 노동으로 연결되고, 이로 인해 병원노동자의 업무집중도가 떨어지면서 환자안전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급하게 개선해야 할 사안이다.

특히 간호인력 부족으로 입원환자의 보호자가 모든 간병을 떠맡거나 간병인을 고용해야 하고, 그에 따른 비용부담도 엄청나다. 게다가 이번에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입원실에 보호자 간병 등의 상황이 감염병 유행에 얼마나 취약한 의료환경인지도 여실히 드러났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추진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같은 의료산업화 정책을 통해 새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적정 의료인력 수급을 위한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부터 제정해야 한다는 높다.

 

지난 2일 국회에서는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 제정과 포괄간호서비스의 올바른 제도화를 위한 국회 대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전략기획단장은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을 연내에 입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단장은 “메르스 사태에서도 쟁점화된 바와 같이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인력은 OECD 국가 대비 1/2 수준 밖에 되지 않아 매우 부족한 상태"라며 "의료현장은 장시간 노동 등 높은 노동강도로 인해 환자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는가 하면, 의료의 질이 하락하고 있다. 국가주도의 보건의료인력 수급을 제도화하기 위해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는 의료기관이 적정 의료인력을 유지할 수 있게끔 국가의 지원과 책무를 명확히 규정한 ' '보건의료인력지원특법법안'이 제출돼 있다.

2012년 7월 국회에 제출된 이 특별법안에는 보건의료인력에 대한 국가의 책무를 비롯해 현행법에 미비한 보건의료인력 지원에 필요한 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해 놓았다.

법안은 특히 보건의료인력 지원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보건의료인력원’을 설치하는 것과 보건의료인력 지원 종합계획 수립·시행과 인력 확보, 유지, 관리, 노동조건 개선 등의 기본사업을 위해 '보건의료인력 지원 심의위원회'를 설치·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주호 단장은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이 제정된다면 환자안전과 직원안전을 통해 안전한 병원을 만드는데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포괄간호서비스 제대로 하려면 인력확충 시급해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병원내 감염으로부터 환자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포괄간호서비스를 전면 제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지난 5~7월 메르스 사태로 발생한 감염자 186명 중에서 65명은 환자 가족이나 보호자, 방문객이었으며, 8명은 간병인이었다. 전체 환자 186명의 약 40%(73명)가 환자를 돌보거나 문병차 방문했다가 감염된 것이다.

이 때문에 감염병 확산 예방을 위해서 간병문화를 개선하고, 포괄간호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김남근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대기업 진출 위주의 산업진흥정책으로서 공공정책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 오히려 개별적·구체적 업종별로 전문성을 육성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보건의료분야에 일자리 창출을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 아니라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자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적정 의료인력이 확보돼야 한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안전법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환자를 돌보는 병원의 인력확충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 제정과 함께 포괄간호서비스의 전면 제도화도 필요하다.

이날 토론회에서 김현정 고대의대 교수는 '올바른 포괄간호서비스 제도화를 위한 정책과제'라는 발제를 통해 "메르스 사태 확산의 원인 중 하나였던 한국 병간호의 문제점에 대한 해법은 포괄간호서비스 수가사업"이라며 "포괄간호서비스 수가사업이 환자의 건강결과, 간호인력의 만족도, 환자의 만족도 등에서 긍정적 결과를 가져왔다”며 포괄간호서비스수가사업의 실현가능성은 이미 입증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포괄간호서비스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간호인력 수급 문제 해결 ▲간호사 쏠림현상 극복 ▲환자안전을 위한 병동 환경 개선 ▲간호사 이직률 낮추기 ▲포괄간호서비스수가사업 시행에 따른 의료기관의 부담 감소 유인책 등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 서울의료원이 운영하는 보호자 없는 '환자안심병동' 모습. 

실제로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병원에서는 간호인력 수급난과 포괄간호병동을 운영하기에 적합한 병동 환경 개선에 따른 비용부담 문제 등을 떠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괄간호 서비스를 시범운영하고 있는 충주의료원의 이명옥 노조지부장은 “포괄간호서비스를 올바로 제도화하기 위해서는 환자 중증도를 고려한 진료과별 간호인력 배치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병원별 임금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표준화작업을 진행하며, 포괄간호병동 환경 개선을 위한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지방의료원의 인력수급난, 특히 간호인력 수급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병원 운영을 어렵게 하는 1순위로 분류될 지경"이라며 "우리나라 보건의료인력 부족은 메르스 사태에서 보듯이 국민의 보건수준을 저하시키는 주요 요인이 됨은 자명하다. 그러나 지방의료원의 경우 상대적으로 낮은 초임으로 인해 신규간호사의 진입을 망설이게 하는 주요 요소로 작용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보건복지부는 포괄간호서비스 제도화를 위한 지원 정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날 토론회에서 이동욱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국장은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의료기관내 인력문제에 대한 개선 요구가 많다. 포괄간호서비스는 기본적으로 환자 안전과 의료감염 방지라는 기본 요소를 가지고 있다"며 "정부도 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인력양성에 대한 계획과 지원 정책 및 제도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국보건의료노조는 올해 보건의료인력지원특별법안이 제정될 수 있도록 전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은 "우리는 국가 주도의 보건의료인력 수급을 제도화하자는 논의를 지속적으로 공론화 해 왔다"며 "최근 메르스 사태의 교훈을 바탕으로 포괄간호서비스 제도화가 속도를 내고 있는 등 보건의료 환경의 대대적 변화가 예상되고 있다. 올해 인력법 제정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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