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환자 4년새 10% 늘어…“50만명 중 10만명만 치료받는 것으로 추정”

[라포르시안]  지난해 ‘조현병(調鉉病)’으로 의료기관을 찾아 진료를 받은 환자 수가 10만명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현병은 2011년 정신분열병(정신분열증)이란 병명이 사회적인 이질감과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편견을 없애기 위해 개명한 것이다.

조현병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 개선의 노력으로 조금씩 병원을 찾아 진료받는 환자 수가 증가하고 있지만 'F코드'가 붙는 정신과질환에 대한 편견과 취직과 진급 등의 사회적 불이익 등은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30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조현병(질병코드 'F20') 질환의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결과, 진료환자는 2010년 9만4,000명에서 2014년 10만4,000명으로 연평균 2.6% 증가세를 기록했다.

성별로 보면 남성은 4만6,000명에서 4만9,000명으로 3,000명이, 여성은 4만8,000명에서 5만5,000명으로 7,000명이 늘었다.

2014년을 기준으로 성별․연령별 인구 10만명당 진료인원은 남성의 경우 40대가 343명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30대(288명), 50대(217명), 20대(188명), 60대(169명) 등의 순이었다.

여성은 40대(336명), 50대(316명), 30대(275명), 60대(276명), 20대(177명)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진료인원을 입원과 외래로 구분해 살펴보면 2014년 기준 입원환자는 2만4,000명, 외래환자는 9만4,000명에 달했다.

입원환자와 외래환자 모두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조현병으로 인한 건강보험 진료비는 2010년 2,836억원에서 2014년 3,291억원으로 증가했고, 건보공단이 부담하는 급여비는 2010년 2,336억원에서 2014년 2,708억원으로 연평균 3.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환자 1인당 진료비는 입원환자의 경우 991만원, 외래환자는 102만원으로 입원환자의 진료비 지출이 외래환자에 비해 10배 가까이 높았다.

의료기관 종별 진료비를 살펴보면 병원급에서 497만원으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는 주로 입원서비스를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제공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건보공단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정석 교수는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조현병은 조기에 진단해서 치료를 받으면 별다른 장애 없이 사회로 복귀가 가능한 질병"이라며 "하지만 너무 늦게 치료를 시작하거나 치료를 중단해서 재발한 경우 그만큼 치료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결국 조기에 치료를 받지 못하면 조현병이 만성화되고 사회로 복귀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실제로 조현병을 앓은 미국의 수학자 존 포브스 내시의 삶을 다룬 영화 ‘뷰티풀 마인드’의 한 장면. 존 내시(86) 교수는 2015년 5월 23일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F코드’라는 이름의 주홍글씨한편 2013년 8월 발간된 세계적 의학학술지인 '란셋'(Lancet)에는 한국에서 조현병의 병명개정 과정과 의미를 다룬  ‘한국의 정신분열병 개명(Renaming schizophrenia in South Korea)'(교신저자 권준수 서울의대, 제1저자 이유상 용인정신병원)이란 논문이 게재됐다.

이 논문은 한국에서 정신분열병을 조현병으로 병명을 개정하게 된 배경과 그 과정, 그리고 조현병의 의미 등을 상세히 담고 있다. 

조현병의 전 명칭인 정신분열병은 1908년 스위스에서 처음 불리기 시작했고 일본에서는 영문 명칭을 정신분열병으로 명명해 그대로 한국에 전해져 사용됐다.

대한조현병학회(前 대한정신분열병학회)는 2007년에 정신분열증이라는 병명이 주는 부정적인 인식과 편견을 없애기 위해 명칭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정신분열병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이질감과 거부감 때문에 더 큰 편견과 낙인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명칭개정이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전북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정영철 교수가 2009년 작성한 ‘정신분열병 명칭에 대한 편견 및 개정 요구도에 대한 조사’ 보고서를 보면 정신분열병 초기환자 및 보호자, 만성환자 및 보호자, 정신과 의사 및 일반인 등 총 1,3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정신분열병의 명칭이 주는 어감이 부정적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환자 66%, 보호자 78%, 정신과 의사 84%, 일반인 88% 등으로 높게 나타났다. 

전남대병원 정신과 김성완 교수가 신문기사 등 대중매체에 나타난 정신분열병에 대한 844건의 기사를 분석한 결과, 주요 일간지에 나타난 정신분열병에 대한 기사의 태도는 부정적 관점의 기사가 67.4%(569건), 폭력 및 범죄를 다룬 기사가 32.9%(278건)에 달했다.

정신분열병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조현병학회는 2008년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 관련 기관과 공동으로 '정신분열병병명개정위원회'를 결성하고 본격적인 명칭 변경 작업에 착수했다. 3년이 넘는 노력 끝에 2011년 12월 정신분열병의 명칭을 조현병으로 변경하는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해 정식 명칭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또한 보건복지부는 2013년 4월부터 약물처방이 동반되지 않는 정신건강의학과 외래상담은 기존 정신과질환 청구코드(F)를 보건일반상담 청구코드(Z)로 청구할 수 있도록 제도를 변경했다.

정신과 상담만 받아도 무조건 F코드가 부여되기 때문에 민간보험 가입 등에서 차별 대우를 받는 것을 개선하자는 취지였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가벼운 우울증 등으로 내원한 환자에게 약물 처방만 해도 F코드로 기록되기 때문에 거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정석 교수는 "조현병의 유병율은 지리, 문화적 차이와 관계없이 전 세계적으로 인구의 1% 정도로 일정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를 통해 볼 때 우리나라에도 약 50만명 정도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조현병 환자가 2014년에 2010년에 비해 1만명이 증가해서 10만4천명이 됐지만 50만명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이다. 건강보험 통계상 조현병 환자가 증가한 것은 실제로 환자가 늘었다기 보다는 조현병 치료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향상되면서 의료기관에서 치료받는 환자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합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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