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사회 임원진 간담회서 언급…“빅5병원으로 환자 쏠림 막아야”

[라포르시안] 정진엽 보건복지부 장관 취임을 계기로 의사-환자 간 원격의료 활성화 정책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복지부 고위 공무원이 지난 5월 발표한 원격의료 시범사업 결과가 과학적이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하는 발언을 해 주목된다. 

권덕철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지난 30일 열린 경기도의사회 추계학술대회에서 도의사회 임원들과 조찬 간담회를 갖고 정부의 보건의료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권 실장은 이 자리에서 "의료법인에 대한 부대사업 규제 완화는 의료민영화와는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의료법인은 뜨거운 감자다. 부대사업 허용 범위를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의료법 시행규칙을 입법예고 했을 때 반대의견이 4만 건 넘게 접수됐다"면서 "야당과 시민단체에서는 부대사업 확대는 의료민영화라는 프레임을 만들었지만 사실 아무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또한 "다른 비영리법인은 부대사업을 할 수 있도록 열려있는데 유독 의료법인만 제한하고 있다. 법으로 규정하려다가 녹록지 않아 다른 방법(가이드라인)을 통해 부대사업 범위를 확대하고 자법인 설립을 허용했다"며 "다만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자본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해 성실 공익법인 요건을 충족한 곳으로 제한하는 등 관리는 철저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복지부는 지난해 12월 성실 공익법인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2곳의 의료법인에 대해 '조건부 자회사 설립'을 허용했다.

이 가운데 S병원은 자회사 설립이 확정됐고, C의료재단은 자회사 설립 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게 권 실장의 설명이다.

원격의료와 관련해서는 타 부처의 전면 시행 압박에도 불구하고 매우 제한적으로 시행하려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권 실장은 "원격의료에는 원격진료와 모니터링, 자문이 있다. 원격진료는 격오지와 특수지만 가겠다는 것이고, 모니터링은 만성질환자를 대상으로 의원급 중심으로 하는 것"이라며 "복지부가 의료를 잘 알기 때문에 이 정도만 가자고 하는 것이다. 다른 부처에서는 다 열라고 한다"고 말했다.

특히 원격의료 시범사업 평가가 객관적으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지적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관련 기사: 복지부의 원격의료 만족도 조사결과, 낯 뜨겁고 민망하다>권 실장은 "(복지부가 발표한 평가 결과가)주관적 만족도 평가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인정한다. 그래서 올해는 과학적 검증을 추진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김장일 경기도의사회 대의원회 부의장은 "원격진료는 격오지에서만 하겠다고 하는데, 의사들은 복지부를 믿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권실장은 "의료환경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의사들이 지금 수준으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진료 형태가 온다"며 "대면진료의 원칙이 중요하지만 지금도 병원 컴퓨터가 꺼지면 아무 것도 못하는 상황에서 의료계가 변화하는 IT 환경을 흡수해 진료에 활용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메르스 사태로 드러난 의료전달체계 문제와 관련 대형병원 쏠림 현상의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권 실장은 "이번에 삼성서울병원이 뚫린 것도 전달체계 붕괴와 응급실 이용 행태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빅5병원으로 환자가 쏠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밝혔다.

간담회에 참석한 경기도의사회 임원들은 의료전달체계 확립을 위해 기본진찰료 인상을 주장했다.

이병기 안양시의사회장은 "병원 간 환자 이동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기본진찰료를 인상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의료체계가 기형화된다. 의료기관의 역할도 병원은 입원 의원은 외래 중심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동욱 평의사회 대표는 "대형병원 위주의 정책을 전면 재검토하고 균형 있는 건강한 의료체계를 만들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런 제안에 권 실장은 "의료전달체계 개선은 매우 중요하지만 단순히 가격 통제만으로는 상급종합병원으로 가는 환자들을 막을 수 없다"며 "의원급 의료기관의 수준과 신뢰도가 확보되고 이송과 회송절차가 살아나야 한다. 이 때문에 정부와 의료계가 함께 노력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지금까지 대형병원 위주의 정책을 편 사실도 없다"고 덧붙였다.

기본진찰료 인상 주장에 대해서도 "진찰료 인상은 소요 재정(4조원)도 막대할 뿐 아니라 합의도 어렵다"고 일축했다.

이 자리에서는 고 신해철씨 사망사고와 관련해 유가족들이 집도의에게 거액의 손해배상을 청구한데 대해 의사의 직업 안정성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권 실장은 "고 신해철씨 사건은 누가 보더라도 의사의 과실이다. 의사협회에서도 그렇게 감정을 했다"면서 "그래서 분쟁조정제도를 하자는 거다. 분쟁조정제도를 거부하고 법원으로 가서 오래 시달리는 것보다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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