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안 브리핑]

[라포르시안]  운동이 건강에 긍정적 효과를 미치는 것은 분명하지만, 분자적 수준에서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기는 매우 까다롭다. 이리신(irisin)도 그런 사례 중의 하나다. 이리신은 일부 동물에서 운동 후에 분비되는데, 에너지 지출을 증가시키고 건강한 대사를 촉진하는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하지만 운동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는 이리신이 잘 검출되지 않아 일부 과학자들은 `인간은 이리신을 전혀 생성하지 않는다`고 믿게 되었다. 그러자 이리신을 처음 발견했던 과학자들이 새로운 증거를 들이대며 반격에 나섰다. 그들은 최근 발표한 논문에서 "좀 더 정교하고 믿을 만한 분석기법을 이용하여 인간의 혈중에 존재하는 이리신을 검출했다"고 주장했다.

이리신이라는 이름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메신저 여신 아이리스(Iris)에서 유래하며, 하버드 의대의 브루스 스피글먼(세포생물학) 박사가 맨 처음 발견했다. 그가 이끄는 연구진은 운동 중에 근육이 생성하는 핵심 단백질을 찾던 중 FNDC5라는 단백질의 단편(fragment)이 활발히 활동하는 마우스의 혈액 속으로 분비되는 것을 발견하고 '이리신'이라고 명명했다.

이리신은 백색지방세포를 갈색지방세포처럼 행동하게 함으로써 대사를 촉진시키는 강력한 메신저인 것처럼 보였다. 연구진은 격렬하게 운동하는 사람의 혈청 속에서도 이리신을 발견하고, 운동 후에 이리신의 혈중농도가 증가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2012년 'Nature'에 논문이 발표된 후 이리신은 비만과 대사질환을 치료하는 화합물로 주목을 받았고, 하버드 대학교와 스피글먼 박사는 연구진이 공동 설립한 엠버 세라퓨틱스(Ember Therapeutics)라는 바이오업체에 이리신의 개발 및 판매권을 넘겼다.

그러나 연구진의 생각은 곧 집중포화를 받기 시작했다. 다른 연구진들이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운동 후 이리신이 증가하는 것을 확인하는 데 실패했다"고 줄줄이 보고했기 때문이다. 특히 2편의 비판적인 논문들은 `인간은 이리신을 거의(또는 전혀) 생성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논란을 심화시켰다.

먼저, 독일 라이프니츠 가축생물학연구소의 스테펜 마크 박사(생물학)는 "이리신을 검출하는 데 사용된 가축의 항체가 위양성 결과를 내는 경향이 있다. 많은 연구자들이 인간의 혈청에서 이리신을 측정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독일 뒤셀도르프 대학교의 위르겐 에켈 박사(당뇨병 전문가)는 "이리신 유전자의 개시코돈을 분석해 보니, 인간은 특이한 돌연변이를 갖고 있어서 잘린 단백질(truncated protein)을 생성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주장했다. 그에 의하면 인간의 이리신 길이는 동물의 1/100에 불과해 하등의 건강상 이점을 제공하지 못한다고 한다.

스피글먼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이번에 새로 발표한 논문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질량분석법(mass spectrometry)을 사용했다. 질량분석법은 널리 사용되는 분석기법으로, 물질의 존재를 정확하고 확실하게 측정하는 방법으로 정평이 나 있다.

연구진은 인간의 혈액에서 채취한 단백질을 펩타이드로 쪼갠 다음 전류에 노출시켜 전하를 띠게 했다. 대전된 펩타이드가 자기장을 통과할 때 질량에 따라 진행경로가 다른 각도로 휘어지게 되므로 이 현상을 이용하면 펩타이드의 정체를 밝힐 수 있다. 다른 연구진도 선행연구에서 이 방법을 이용하여 인간의 혈액에서 이리신 특이 펩타이드를 검출했다고 보고한 바 있지만, 이리신이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다.

스피글먼 박사가 이끄는 좀 더 정교한 방법(`기준 펩타이드`와 `이리신 유래 펩타이드`의 전류를 비교하는 방법)을 이용하여 이리신 유래 펩타이드의 양을 정량(定量)화 했다. 그 결과, 연구 참가자 10명 전원에게서 이리신 유래 펩타이드가 검출되었다.

연구진은 이상의 연구결과를 정리하여 8월 13일자 'Cell Metabolism'에 기고했다. 이번에 검출된 펩타이드 중에는 (돌연변이가 있는)개시코돈 근처에 코딩되어 있는 것도 있어, 인체가 현재 갖고 있는 유전자로도 완벽한 이리신을 생성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증거로 해석된다.

연구진은 이리신과 운동 간의 관련성을 파악하기 위해 `좌식생활을 하는 사람들`과 `활동적인 사람들`을 비교검토했다. 비교검토 결과, 12주 동안 유산산소운동을 한 사람 6명에게서는 혈액 1mL당 평균 4.3nm의 이리신이 검출된 반면 운동을 하지 않은 사람 4명에게서는 혈액 1mL당 평균 3.6ng의 이리신이 검출되었다. 4.3nm의 이리신이 세포와 조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불명확하지만, 연구진에 의하면 인슐린도 이 정도의 농도에서 혈당을 조절한다고 한다.

버니지아 공공복지 대학원의 프란체스코 첼리 박사(내분비학)는 "새로운 분석방법은 가격이 비싸지만 논란많은 항체기반 검사법(antibody-based test)과 관련된 의구심을 떨쳐버린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논문 덕분에 이리신 연구자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것 같다"고 논평했다.

이리신의 존재를 의심하던 과학자들도 질량분석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연구결과는 `인간의 이리신 생성량은 동물보다 극히 적다`는 선행연구 결과와 일치하지 않는다. 항체기반 검사법의 문제점을 저적했던 논문의 저자인 듀크 대학교의 해롤드 에릭슨 박사 "이번 연구결과를 여전히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인간의 이리신 생성량에 관한 논문의 저자인 노르웨이 오슬로 대학교의 크리스티안 드레본 박사"이번 연구는 단백질 검출방법을 개선하기는 했지만 이리신이 운동에 민감하다는 점을 설득력 있게 증명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이번 연구에는 운동에 관한 내용이 빈약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드레본 박사의 의견에 동의하고 있다. 그들은 "`좌식생활을 한 사람들`과 `활동적인 사람들`의 이리신 농도를 비교할 게 아니라 동일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운동 전후의 이리신 농도변화를 비교해 봐야 한다고 한다"고 지적한다. 스피글먼 박사도 이번 연구의 약점을 인정하며, 이리신이 뇌, 뼈, 지방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계속 연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원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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