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그죠?’

미래에 생길 수 있는 일에 대해 미리 걱정하는 주장을 하면 엄벌로 다스리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느닷없이 철 지난 이 유행어가 떠올랐다. 

검찰은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트위터 등을 통해 의료민영화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글을 퍼뜨리면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으로 보고 구속수사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검찰은 구체적으로 허위사실 유형도 적시했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의료민영화가 이뤄져 ‘맹장수술을 받으면 의료비가 900만원이 되고, 감기약은 10만원이 된다’는 내용을 예로 들었다.

검찰의 발표를 보면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터’가 생각났다. 필립 K. 딕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2054년 미래의 워싱턴을 배경으로 한다. 영화는 ‘프리크라임’이란 최첨단 범죄예측 시스템(예지능력을 지닌 3명이 미리 일어날 범죄를 영상으로 보여준다)을 이용해 아직 죄를 저지르지 않은 미래의 잠재적 범죄자를 체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영화에 등장하는 프리크라임 시스템은 ‘인간의 운명은 이미 결정돼 있다’는 믿음을 근거로 한다. 하지만 영화의 결말에서도 강조됐지만 인간의 운명은 노력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음을 우린 또한 알고 있다.

다시 검찰의 발표로 돌아가서, 한미 FTA가 국회의 비준 동의를 거쳐 발효되면 의료민영화가 급물살을 타고 결국 의료비가 급등할 것이란 주장은 과연 괴담일까 아닐까?

이 질문에 누구도 명확하게 답변할 수 없을 것 같다. 왜냐하면 한미 FTA가 발효된 이후 어떤 상황이 전개될 지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 제약회사나 민간보험사가 한국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이 자기들의 이익을 침해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투자자-정부 제소제’(ISD)를 이용해 국제중재 기구에 제소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 실제로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ISD에 따른 제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물론 한미 FTA가 발효되더라도 정부의 발표처럼 국내 보건의료 체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다.

미래의 불확실성에 기반을 두고 제기하는 주장이나 우려를 가지고 ‘허위사실 유포’ 운운하며 범죄행위로 다스리겠다는 검찰의 발상이 그저 기가 막히다. 더욱이 검찰의 이런 방침은 헌법에 보장된 표현의 자유와 국민의 알권리 등 기본권을 침해할 소지도 크다. 또한 한미 FTA로 인해 의료비나 약값 폭등 등이 우려할 것이란 주장을 허위사실로 규정하는 검찰의 판단 근거는 대체 무엇인지 궁금하다.

"검찰이 ‘괴담’을 처벌하려면 그것이 괴담인지부터 증명해야 한다. 어찌 미래에 닥칠 일을 증명할 수 있겠는가"란 질문엔 뭐라고 답할 것인가. 혹시 검찰은 ‘프리크라임 시스템’이라도 가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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