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안 브리핑]

[라포르시안]  성염색체는 남성과 여성을 구분해 준다. 여성의 체세포는 2개의 X 염색체를 갖고 있는 데 반해 남성의 체세포는 단 하나의 X 염색체만 갖고 있다. 그런데 여성의 경우, 2개의 염색체와 그 속에 포함된 유전자가 모두 활성화된다면, 그로 인해 생성되는 단백질들이 남성보다 2배로 많아질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될 경우 인체의 정교한 생화학적 균형이 깨져 혼란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나 괜한 걱정할 것 없다. 자연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책을 마련해 두었기 때문이다.

자궁 속의 초기 발생단계에서 여성이 보유한 2개의 X 염색제 중 하나가 영구적으로 완전히 불활성화된다. 그런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 같은 불활성화 메커니즘이 아직 완전히 이해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마침내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ETH)의 안톤 부츠 교수(유전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Cell Reports' 최근호에 기고한 논문에서, "Xist라는 RNA가 X 염색체의 불활성화 과정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에 의하면 수백 개의 Xist가 X 염색체 중 하나에 결합하여 해당 X 염색체를 불활성화시킨다고 한다.

연구의 내용

부츠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위해 마우스의 줄기세포를 이용했는데 이 줄기세포들은 두 가지 특징을 갖고 있었다. 첫째로, 이 줄기세포들은 미수정란과 마찬가지로(그리고 체세포와는 대조적으로) 각각 하나의 X 염색체(haploid)만을 갖고 있었다.

둘째로, 이 줄기세포들은 지속적으로 Xist RNA를 생성하도록 변형되었다. 이러한 두 가지 특징 때문에 이 줄기세포들은 X 염색체가 불활성화될 경우, 지속적 생존에 필요한 유전자가 없기 때문에 사멸할 수밖에 없었다.

연구진은 이처럼 줄기세포를 이용한 대규모 선별실험을 통해, X 염색체의 불활성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를 찾아낼 수 있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연구진의 실험은 `(다른 조건에서는)죽을 수밖에 없는 세포들`을 살려내는 구출작전이나 마찬가지였다.

특히 연구진은 바이러스를 이용하여, 수많은 줄기세포들의 개별 유전자를 무작위로 손상시켰다. 그리하여 바이러스가 (Xist RNA가 X 염색체를 불활성화시키는 데 필요한) 유전자를 파괴하면 X 염색체가 불활성화되지 않아, 해당 세포는 살아남게 되었다.

연구진은 살아남은 줄기세포들을 분리하여, X 염색체의 불활성화에 필요한 유전자를 7개 찾아냈다. 그중 하나는 Spen이었다. 과학자들은 이미 `Spen이 생성하는 단백질이 RNA와 결합하여 유전자의 읽힘을 방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연구진은 두 번째 실험에서, `Spen이 결핍된 마우스의 경우, 염색체 구조를 변형시키는 단백질이 X 염색체에 효과적으로 축적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방법론상의 어려움

부츠 교수는 "이번 연구와 같은 유전학 연구는 매우 복잡하다. 예컨대, 포유동물의 유전학에 대한 지식 중 상당부분은 초파리 연구에서 유래하는데, 초파리는 염색체 시스템이 포유동물과 달라, X 염색체를 불활성화시키는 과정이 없다. 따라서 초파리의 유전학에서 X 염색체 불활성화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에 의하면 최근 이루어진 방법론상의 발전 덕분에 이번 연구가 가능했다고 한다. 부츠 교수는 케임브리지 대학교에 재직중이던 5년 전 간단한 염색체를 지닌 줄기세포를 만들었는데, 이 줄기세포가 이번 연구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고 한다.

한편 Cell Reports 같은 호에 실린 논문에서, 영국의 연구진도 이와 비슷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들은 RNA 간섭(RNAi)을 이용하여 X 염색체 불활성화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여러 개 찾아냈는데, 그중에는 Spen도 포함되어 있다.

인간의 경우는?

Xist와 Spen을 생성하는 유전자는 인간에게서도 발견된다. 그렇다면 이번 연구결과는 인간의 X 염색체 불활성화 과정을 연구하는 데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마우스의 유전학은 인간과 1대 1로 대응하지 않는다. 몇 년 전 프랑스 연구진은 "남성의 X 염색체와 여성의 X 염색체(중 하나)를 활성화시키는 시스템을 발견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시스템은 마우스에게는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인간의 경우에는 활성화 시스템과 불활성화 시스템이 상호작용을 통해 X 염색체를 조절하므로, 마우스보다 훨신 복잡한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므로 인간의 X 염색체 불활성화 과정을 연구하려면,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다.<원문 바로가기>


[알립니다] 이 기사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운영하는 미래기술정보 포털 미리안(http://mirian.kisti.re.kr)에 게재된 글을 전재한 것입니다. 본지는 KISTI와 미리안 홈페이지 내 GTB(Global Trends Briefing 글로벌동향브리핑) 컨텐츠 이용에 관한 계약을 맺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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