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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진화심리학자의 주장…“생명윤리학자들, 생명과학 앞길 막지 말고 비켜라”[미리안 브리핑]

[라포르시안]  줄기세포에서부터 인간유전자 교정에 이르기까지 최근의 생명과학 기술은 질병치료에 사용될 수 있는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그러나 이런 기술은 까다로운 윤리적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 `오용을 막기 위한 지침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해 하버드 대학교의 스티븐 핑커(심리학)는 '보스턴글로브'에 올린 의견에서 "지나친 윤리적 간섭은 혁신을 지연시키므로 별로 득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바로가기).

핑커의 이 같은 주장은 생명윤리학자와 과학자들의 소셜미디어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는데, 그들 중 상당수는 핑커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예컨대 런던에서 생명윤리학자 및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대니얼 소콜은 한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때로는 윤리학자들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바로가기). 즉, 인간의 고통을 경감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못된 시도는 돌이킬 수 없는 화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윤리학자들이 나서서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핑커는 자신의 글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윤리적 규제로 인해 유망한 치료법이 시행되지 않을 경우 소중한 생명을 잃을 수 있다. 생명과학의 미래는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우므로, 부정확한 예측에 기반을 둔 정책을 갖고서 위험을 효과적으로 감소시키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생명윤리학자들이 지켜야 할 윤리원칙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생명과학의 앞길을 가로막지 말고 비켜라`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소콜은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생명윤리의 취지는 `연구를 못 하게 하자`는 것이 아니라, `연구의 위험성에 대한 판단을 연구자들에게만 맡기지 말자`는 것이다. 거의 모든 연구자들은 `내 연구가 옳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지만, 그것은 그릇된 믿음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스탠퍼드 대학교의 법학교수인 행크 그릴리는 생명윤리의 순기능을 강조하며, 그 대표적 사례로 1975년의 아실로마 회의(Asilomar conference)를 꼽는다.

당시 과학자, 변호사, 의사들은 캘리포니아주 아실로마에 모여 '재조합 DNA 기술의 선용'을 위한 가이드라인에 합의한 바 있다. 그릴리 교수는 "일부 생명과학 이슈들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위험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논의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재조합 DNA 기술이 윤리적 문제를 야기하지 않은 것은 아실로마 회의 덕분`이라는 주장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논평자들은 `생명과학 연구에 참가하는 사람들은 현행 가이드라인에 의해 충분히 보호받고 있다`는 핑커의 주장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노스웨스턴 의대의 앨리스 드레저(생명윤리) 교수는 핑커의 입장을 기본적으로 수긍하면서도, `충분한 보호`라는 구절에는 동의하지 않고 있다. 그는 네이처(Nature)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다수의 유의미한 시스템이 존재하고 있지만, 실제로 제기능을 발휘하고 있지는 않다. 많은 연구기관들이 참가자들을 보호하기보다는 자신을 방어하는데 급급하며, 참가자들이 연구에 참가함으로써 얻는 득과 실을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핑커는 드레저의 블로그에 게시한 댓글에서 "일부 분야에서는 인간 참가자들이 불충분한 보호를 받을지 몰라도, 다른 분야에서는 윤리적 요구사항이 너무 잘지켜져서 탈이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네이처와의 인터뷰에서 "개인 참가자의 보호를 소홀히 해서는 안될 일이다. 그러나 일부 참가자들이 보호를 받지 못한다고 해서 불필요한 규제를 남발하거나 가혹한 처벌을 내리는 것은 잘못"이라고 말했다.

`과도한 윤리적 규제는 비생산적이며 관료주의를 강화할 뿐이다`는 핑커의 견해에 동의하는 사람들도 많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의 줄리언 새벌레스쿠(생명윤리학자)는 한 블로그에서(바로가기), "생명윤리학자들은 종종 `참견할 것`과 `참견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는 데 애를 먹는다"고 토로했다. 그는 네이처와 가진 인터뷰에서 "윤리적 평가는 종종 문제성 있는 연구를 찾아내는 데 실패해 훌륭한 연구를 방해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캐나다 오타와 대학교에서 유전체 윤리학을 연구하는 스튜어트 니콜스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윤리적 규제의 효율성을 평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가 이끄는 연구진은 최근 발표된 200편의 논문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윤리적 규제에 대한 평가가 대부분 `참가자 보호`보다는 `행정적 측면`에 치우쳤다"고 결론지었다.

이들 세 사람은 "생명윤리학자들은 신기술에 대해 너무 신중한 입장을 입장을 취하는 경향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새벌레스쿠는"신속하게 발달하는 과학의 속성을 감안할 때, 신기술의 사용을 광범위하게 재한하는 모라토리움은 부적절하다. 특정한 기술의 사용을 금지하는 규칙보다는 개별 연구의 성격을 감안하여 평가하는 상황특이적 규제(context-specific regulation)가 적절하다"고 강조했다.<원문 바로가기>


[알립니다] 이 기사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운영하는 미래기술정보 포털 미리안(http://mirian.kisti.re.kr)에 게재된 글을 전재한 것입니다. 본지는 KISTI와 미리안 홈페이지 내 GTB(Global Trends Briefing 글로벌동향브리핑) 컨텐츠 이용에 관한 계약을 맺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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