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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의 역설’ 불완전한 백신이 병원체를 더 위험하게 만든다?[미리안 브리핑]
▲ 사진 출처 : 국경없는의사회

[라포르시안] 백신은 면역계에 특정 바이러스나 세균과 싸우는 법을 가르침으로써 매년 수백만 명의 생명을 구한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백신이 역설적으로 병원체에게 더욱 위험해지는 법을 가르쳐주기도 한다고 한다.

이번 연구는 닭을 대상으로 수행된 것이므로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는 인간의 백신과는 별로 관련이 없다`고 지적하며, 백신의 장점이나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을 조장할까봐 우려하고 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펜실베이니아 주립대학교의 앤드루 리드 박사(생물학)는 "이 연구가 백신반대운동을 뒷받침하는 것은 아니며 그래서도 안 된다. 이번 연구가 시사하는 것은 `일부 백신의 경우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하며, 뜻하지 않은 결과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반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진화론에 의하면 `많은 병원체들은 병독성이 강하거나 치명적이지 않은데, 그 이유는 숙주가 너무 빨리 희생될 경우 다른 희생자에게 전염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여기에 불완전한 백신이 개입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리드 박사는 14년 전 네이처(Nature)지에 기고한 논문에서 `불완전한 백신은 고병원성 병원체에 감염된 숙주를 살려둠으로써 치명적 병원체가 퍼져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플로스 바이올로지'(Plos Biology) 최근호에 기고한 논문에서 마렉병(닭에게 발생하는 바이러스 질환)의 경우에도 그런 일이 발생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마렉병은 감염된 닭이 우포(깃털 기부 주변의 표피 돌출부)에서 바이러스를 배출하고 다른 닭이 이를 흡입함으로써 전염된다.

양계농가에서는 일상적으로 백신을 접종하여 마렉병을 예방하는데, 이 백신은 `접종받은 닭`을 건강하게 해 주지만 바이러스 배출을 중단시키지 않기 때문에 `다른 건강한 닭`이 마렉병에 감염되는 것을 예방해 주지 않는다. 지난 수십년 동안, 마렉병은 병독성이 훨씬 더 강해졌는데 일부 과학자들은 그것이 백신 때문이라고 믿어 왔다.

리드 박사는 세계 표준연구소(영국 퍼브라이트 소재)의 연구진과 함께 수행한 연구에서 마렉병 백신을 접종한 닭과 접종하지 않은 닭에게 `다양한 병독성을 가진 마렉병 바이러스`를 감염시켰다. 그 결과 백신을 접종받지 않은 그룹의 경우, 고병원성 바이러스에 감염된 닭들은 (너무 빨리 죽는 바람에)저병원성 바이러스에 감염된 닭들에 비해 바이러스를 훨씬 더 적게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백신을 접종받은 그룹의 경우 정반대 현상이 일어났다. 고병원성 바이러스에 감염된 닭들은 (죽지 않고 살아남는 바람에)저병원성 바이러스에 감염된 닭들에 비해 훨씬 더 많은 바이러스를 배출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연구진은 한 실험에서 백신을 접종받지 않은 닭들에게 고병원성 바이러스를 감염시킨 후 건강한 닭과 함께 사육해 봤다. 그랬더니 감염된 닭은 곧바로 죽어 다른 닭들에게 마렉병을 전파할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백신을 접종받은 닭들에게 고병원성 바이러스를 감염시켜 건강한 닭과 함께 사육하자, 백신을 접종받은 닭은 오래 살았지만 다른 건강한 닭을 감염시켜 죽게 만들었다.

이에 연구진은 "백신이 고병원성 바이러스의 전파를 조장하여, 백신을 접종받지 않은 닭들의 중증감염 및 사망 위험을 증가시킨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플로스 바이올로지(7월 27일호)에 발표했다.

독일 쾰른 대학교의 미카엘 레시히 박사(생리학)는 "이번 연구결과는 설득력이 있지만, 특별한 상황에서 일어나는 예외적 사례를 언급한 것이므로 성급한 일반화는 금물"이라고 논평했다.

옥스퍼드 대학교의 애드리언 힐 박사(백신 연구자)는 "이번 연구는 `마렉병 백신이 질병을 악화시킨다`는 가설을 뒷받침했을 뿐, 가설을 입증한 것은 아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양계산업에서는 많은 변화(닭의 체중 증가 등)가 일어났는데, 그런 변화들이 바이러스의 병독성 증가에 기여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힐 박사는 일부 백신이 병독성을 증가시킬 수 있음을 부정하지는 않지만, 그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주장한다. 그는 "백신이 병원체의 병독성을 증가시킬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므로, 그다지 우려할 만한 사항은 아니다. 그들은 15년간의 실험을 통해 단 한 건의 사례를 발견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연구진에 의하면 다른 사례가 더 있다고 한다. 예컨대 고양이 칼리시바이러스(feline calicivirus: 고양이에게 호흡기감염증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경우에도, 백신을 접종받은 고양이 가운데서 고병원성 바이러스가 발견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이 특히 우려하는 것은 조류인플루엔자바이러스다. 연구진은 "유럽과 미국의 경우,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전염을 막기 위해 살처분을 하는 것이 상례인데, 아시아의 농부들은 종종 가금류에게 백신을 접종한다. 만약 살처분을 하지 않고 백신을 접종하는 경우, 초(超)고병원성 바이러스가 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네덜란드 에라스무스 메디컬센터의 아프 오스테르하우스 박사(바이러스학)는 "가능성이 매우 낮지만 배제할 수 없는 시나리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인간의 경우에는 어떨까? 현재 사용되는 인간용 백신은 대부분 불완전하지 않아 질병의 전파를 막는 능력이 우수하다. 그러나 일부 과학자들이 말라리아, HIV 등 난치성 감염증에 눈을 돌리면서 기대수준을 낮춰 `중증질환을 예방하되 감염은 예방하지 않는 백신`을 목표로 삼는 경우가 있다.

리드 박사는 "우리는 바야흐로 `불완전한 백신의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그 대표적인 후보로는 에볼라 백신이나 말라리아 백신을 들 수 있는데, 우리는 이에 대해 책임있는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힐 박사는 이런 주장을 `유언비어`라며 일축하고 있다. 그는 "연구진이 주장하는 `불완전한 백신`이라는 개념에는 결함이 있다. 사실 모든 백신은 어느 면에서 불완전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전세계에서는 매달 수억 명의 사람들이 각종 백신을 접종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로 인해 질병이 악화되었다는 증거는 제시된 바 없다"고 주장했다. 힐 박사는 이번 연구결과가 백신반대론자들에게 명분을 줄까 봐 우려하고 있다.

이 연구를 주도한 리드 박사는 "설사 인간용 백신이 위험한 병원체의 진화를 조장한다고 해도 모기장 등의 다른 수단을 동원해 질병의 전파를 막을지언정 그것이 백신접종을 중단해야 할 이유는 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아이러니하게도 백신으로 인해 병원체의 병독성이 증가할 경우, 그 해결책은 보편적 접종(universal vaccination)을 통해 그 폐해를 막는 것이다. 마렉병 백신의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다. 나는 마렉병 백신이 고병원성 바이러스를 진화시켰다고 믿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환상적인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백신을 접종받은 닭만큼은 마렉병에 걸리지 않으니 말이다"라고 말했다.<원문 바로가기>


[알립니다] 이 기사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운영하는 미래기술정보 포털 미리안(http://mirian.kisti.re.kr)에 게재된 글을 전재한 것입니다. 본지는 KISTI와 미리안 홈페이지 내 GTB(Global Trends Briefing 글로벌동향브리핑) 컨텐츠 이용에 관한 계약을 맺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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