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피해 병원 지원예산 반토막 추경안 국회 본회의 통과…“그 많던 약속 다 어디로 갔나”

[라포르시안] '메르스 추경예산'이라면 요란법석을 떨었지만 속알맹이는 전혀 딴판이었다. 메르스 사태로 피해를 입은 의료기관에 대한 손실보상 예산은 반토막 났다.또 메르스 사태로 피해를 입은 시장 상인 및 저소득층 지원 대책으로 제시한 온누리상품권 예산도 전액 삭감됐다.   국회는 24일 오후 본회의를 열고 11조5,362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애초 정부가 편성한 11조8,000억원에서 2,638억원이 삭감됐다. 삭감된 예산 대부분이 메르스 피해 의료기관 보상과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관련 예산이란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앞서 이날 오전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보건복지위원회가 증액 편성한 메르스 피해 의료기관 지원금 5,000억원 가운데 2,500억원과 감염병 전문병원 설계 예산 101억원을 전액 삭감한 추경예산안을 본회의에 상정했다.

본회의 표결에 앞선 찬반 토론에서 반대 측 토론자로 나선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번 추경의 취지는 메르스 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메르스 추경'이었다. 다른 예산도 아니고 어떻게 메르스 후속대책 예산을 이렇게 사정없이 삭감할 수 있느냐"면서 "메르스 손실보상 예산 삭감과 공공병원 설립 거부가 메르스 대책이냐"고 반문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을 향해서도 거칠게 항의했다. 김 의원은 "메르스 병원 현장을 돌아다니며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던 약속은 다 어디로 갔느냐"며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해 생명을 내놓고 밤낮없이 고군분투했던 의료인들을 무슨 낯으로 보려 하나.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박원석 정의당 의원도 반대 토론에서 "이번 추경은 메르스 대책을 위한 추경이라고 정부는 주장하고 잇지만 어불성설"이라며 "국회 심의과정에서 2,700억원의 메르스 분야 예산이 추가 배정됐지만 이는 전체 추경 예산의 24%에 불과하고, 메르스 대책 마련과 예방에 직접적으로 해당하는 예산은 10%도 안된다"고 비판했다.

추경에 포함된 SOC 예산이 내년 총선용 예산이라는 비난도 제기했다.

박 의원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정부가 요구한 SOC예산 1조5,000억원은 1조2,500억원으로 약 17% 줄어들었지만 메르스 직접 피해에 대한 지원 예산(1조 1700억원)보다 많다"며 "SOC 예산은 추경에 포함되어야 할 정도로 시급한 사업이 아니다. 본예산에 편성해도 되는 사업을 추경 SOC 예산에 포함시킨 것은 누가 봐도 총선용 사업"이라고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에도 불구하고 추경안은 표결에서 재석 의원 207명 중 찬성 149명, 반대 23명, 기권 35명으로 가결됐다.메르스 피해 병원들  "하루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암울한 현실"한편 전국보건의료노조는 24일 성명을 내고 "국회 보건복지위가 마련한 5,000억원의 메르스 피해지원 예산이 예결산특위에서 2,700억원으로 반토막나고,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 예산 101억원은 전액 삭감됐다"며 "정부가 메르스 사태에 대한 피해 지원규모를 축소하고 감염병 대응 예산규모를 축소하는 건 메르스 사태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정부는 국가책무를 외면하지 말고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과 음압격리병상 확충, 우수한 시설과 장비, 인력 인프라를 구축하고 운영비를 지원해야 한다"며 "의료민영화를 주도하고 있는 기획재정부가 이번 메르스 예산 삭감을 주도한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앞서 메르스로 직접 피해를 입은 전국 85개 병원들은 지난 23일 호소문을 통해 "피해병원들은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증액된 메르스 피해병원에 대한 지원금 추경예산안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들 병원은 "정부의 메르스 종식 발표만을 기다리고 있는 시점에서 남은 것은 잊혀지지 않는 정신적 상처와 병원 폐쇄 등에 따라 급감한 진료수입으로 발생한 5,000여억원의 직접적인 경제적 손실뿐"이라며 "이는 절대 병원들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규모로, 하루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암울한 현실에 처해있다"고 절박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러나 복지위에서 증액한 피해 병원 지원 예산이 반 토막 남에 따라 메르스 사태로 입은 손실을 메우기가 더욱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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