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광호씨 건강상태 확인해 온 인의협, 경찰 조치 강력히 비난…“ 즉각적 병원이송과 입원치료 보장해야 ”

▲ 408일만에 굴뚝 노성을 마치고 지상으로 내려온 스타케미칼 해고 노동자 차광호씨. 출처 : '민중의 소리' 동영상 촬영 화면 갈무리

[라포르시안] 작년 5월 27일부터 45m 높이의 공장 굴뚝에 올라 복직을 요구하는 고공시위를 벌여온 스타케미칼  해고 노동자 차광호씨가 408일 만에 지상으로 내려왔다.

경찰은 차광호씨가 굴뚝에서 내려오자 간단한 건강검진만을 실시하고 2시간 만에 유치장에 구금했다.

그동안 차광호씨의 고공농성장을 방문해 건강상태를 확인해 온 의료전문가들은 차광호씨가 유치장이 아니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하며, 건강상태에 대한 적절한 평가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경찰이 차광호씨에 대한 간단한 검진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9일 성명서를 내고 "스타케미칼 해고자 차광호씨가 408일간의 고공농성을 마치고 내려오자마자 경찰이 지정한 병원에서 간단한 검진을 받고, 유치장에 구금되었다"며 "지금껏 고공농성자들 대부분이 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으면서 경찰조사를 받은 전례에 비춰 이것은 무리한 조치"라고 비난했다.

차광호씨에 대한 건강상 평가와 치료를 요구했다.

인의협은 "차광호씨는 농성중 치료받은 곳에서 치료받을 권리가 있다. 경찰은 지정병원을 강요하고, 그곳의 단순검사결과등을 근거로 그를 유치장에 구금했다"며 "그러나 이 병원은 확인한 바로 정신질환 전문 병원이었다. 거기다 밤(오후8시) 시간이라서 제대로 된 진료조차 받기 어려웠다. 차광호씨의 건강상 평가는 특정 진료과목이 아니라 모든 질환과 건강상태 전반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의협은 "차광호씨가 원치 않는 병원에서의 진료야 말로 또 다른 인권침해라 부를 만하다. 차광호씨가 원하는 병원에서의 안정가료와 건강상 평가가 우선 보장되어야 했을 것"이라고 경찰의 조치를 지적했다.

차씨에게 적절한 검사와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인의협은 "고공농성자의 건강상태를 불과 50분여의 검사로 평가할 수 없다는 건 삼척동자도 알만한 사실이다. 거기다 우리는 그간 십여차례 고공농성장을 방문해 그의 건강악화를 확인한 바 있다"며 " 그는 자주 가슴통증과 소화장애를 호소하고,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었다. 이런 증상에 대해서 흔한 건강검진에서 하는 내시경검사라고도 시행하는 것이 상례가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상식적으로도 세계 최장의 고공농성자의 우선처치는 안정가료가 되어야 한다. 각종 검사는 차치하고, 안정가료와 심신안정까지 가로막는 행위는 즉각 중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찰이 차광호씨의 치료받을 권리를 침해했으며, 이는 기본권 박탈이자 차별이라고 비난했다.

인의협은 "그동안 범죄를 저지르고도 수많은 재벌과 정치인들이 건강상 이유로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 일주일에서 몇달간 입원조사 받는 걸 보아왔다"며 "차광호씨는 자신뿐 아니라 다른 해고자 복직을 위해 투쟁했고, 다른사람을 위해 자신을 헌신한 경우다. 사회적 약자를 위해 싸운 사람이 무려 408일간의 고공농성이 끝나자 차디찬 유치장에서 첫날밤을 맡는 현실을 어찌 봐야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치료받으며 조사받을 권리는 부자들과 권력자에게만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에게도 온당히 제공되어야 한다. "며 "만약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이는 차별이요,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위장폐업과 부당해고에 맞서 400일 넘게 싸운 노동자에게 우리사회가 보여줄 마지막 양심은 최소한의 인간적 대우와 인권보장이라고 강조했다.

인의협은 "이제라도 정부와 경찰은 똑바로 처신하고, 상식과 법에도 맞지 않는 구금이 아니라 즉각적인 병원이송과 입원치료를 보장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노동탄압뿐 아니라 기본인권까지 탄압하는 폐륜정권임을 스스로 자인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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