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 초기 늑장대응 지적…“병원감염 분야 역학자가 없어 감염내과 주도한 것”

[라포르시안]  보건복지부 즉각대응 태스크포스(TF)를 이끌고 있는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이 국내 첫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직후부터 감염내과 전문의들이 방역대책 수립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기 이전까지의 정부 대응이 허점투성이였다는 주장을 내놨다. 

또한 메르스 대응 과정에서 예방의학 보다 감염내과에만 의존해 방역체계에 구멍이 생겼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병원감염 분야에 경험있는 역학자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복지부 즉각대응TF 김우주 팀장(고려대의대 감염내과 교수)은 지난 2일 대한감염학회·의료관련감염학회 세미나가 열린 롯데호텔에서 기자와 만나 이 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5월 30일 복지부로부터 긴급하게 도움을 요청받고 세종청사로 내려갔더니 이미 많이 어그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보건당국에서 메르스 사태의 첫 번째 진원지인 평택성모병원에 대한 역학조사 자료조차 만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5월 30일 복지부 장관의 SOS를 받고 세종에 가서 '메르스 유행의 원인과 방역 실패 원인 등과 관련해 모든 해법이 평택성모병원에 있다'며 역학조사 자료를 달라고 했더니 자료가 없었다"며 "중앙역학조사단이 역학조사도 했는데, 뭐가 뭔지 모르겠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평택성모병원 측이 자체적으로 코호트 격리를 요구했지만 보건당국이 이를 묵살했다는 주장을 놓고 공방이 벌어졌지만 어느 쪽 주장이 옳은지 진실을 가릴 수 있는 자료가 없는 셈이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다수의 메르스 감염 사례가 발생하고, 다른 대학병원 등에서도 감염자 발생이 잇따르자 메르스 차단 실패의 원인이 방역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감염내과 쪽으로 몰리는 것에는 강력히 항변했다. 

김 교수는 메르스 사태 초기를 임진왜란 당시의 상황에 비유하면서 "전반전에 관군이 3대 0으로 지고 있어 의병이 투입됐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 5대 0으로 지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후반에 투입된 의병 격인 감염내과 의사들이 전세를 역전시켰다"고 강조했다.

초기 대응이 부실했던 배경으로 보건당국의 늦장대응을 지목했다.

그는 "공조직은 그리 빨리 안 움직인다. 우리가 방역의 세부목표와 격리, 접촉자관리, 폐렴 전수조사 등 실행계획을 제공했는데 이것이 구현이 잘 안 됐다"고 말했다. '감염내과 전문의를 중심으로 한 방역 대책 수립이 초기에 메르스 확산을 막는 데 실패한 요인이다',  '김우주 교수가 정부가 발주한 대규모 연구용역 사업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보건당국의 메르스 대응체계 문제점에 대해서 쓴소리를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도 오해라고 일축했다. 김 교수는 "언론을 통해 그런 주장을 보고 오해가 심각하구나 생각했다"며 "후반전에 투입돼 3대0으로 지고 있는 전세를 역전시켜놨더니 해설가가 '전반전에 진 것도 너희들이 책임져라'고 하는 격이다. 그러면 어떻게 일하라는 것이냐. 임진왜란 때 '징비록'이 생각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방역대책 수립 과정에서 예방의학 전문가인 역학자를 배제했기 때문에 확산을 차단하는 데 실패한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김 교수는 "(한국에서 발생한)메르스 감염의 특성은 병원 내 전파다. 결국 감염관리 전문가가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라며 "역학자들은 주로 콜레라, 장티푸스 등 지역사회 감염병을 다루는 분들이다. 병원감염 분야의 역학자가 필요한데 사실상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공중보건을 하는 전문가들이 병원에 가서 이래라저래라 하면 절대로 말을 듣지 않는다"며 "우리는 일상적으로 감염관리와 항생제 관리하고, 감염관리 간호사들이 병원을 헤짚고 다니면서 관계를 하므로 통제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게다가 메르스 방역에서 역학자를 빼고 말고 할 인사권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6월 8일 메르스 즉각대응팀을 구성할 때 팀장을 맡으라고 했다. 제가 넣고 빼고 할 위치가 아니었다"며 "총리 특보로 임명된 것도 인터넷을 통해 알았다. 그 뒤에 총리실에서 상황이 급박해서 그렇게 결정한 것이라고 이해를 구하는 전화가 왔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한 "6월 8일 즉각대응팀이 구성되기 전에는 자문 역할만 했다. 지침을 만들어달라고 하면 만들어주는 식이었다"면서 "그러다가 즉각대응팀이 구성된 후 병원 폐쇄 등 실권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병원 폐쇄권을 놓고 권력을 쥔 것처럼 휘두른 적은 없다고 강조했다. 병원에 가서 상황을 설명하고 권고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나중에는 환자가 한 명만 나와도 병원 폐쇄에 들어갔다. 병원들이 얼마나 피해를 봤겠느냐. 그래도 감수했다"며 "결국 병원들의 희생이 뒷받침되어 메르스 환자가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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