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간호사·방사선사 잇따라 노출…보건당국 “6월 17일 이전까지 개인보호구 조치 미흡”

[라포르시안]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던 삼성서울병원 의료진 중에서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병원이 메르스 환자를 격리치료하는 과정에서 의료진에 대한 개인보호구 지급 조치가 미흡했거나 장비 사용 미숙으로 인해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으로 보인다.

감염내과 전문의인 송재훈 삼성서울병원장이 원내감염관리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메르스 사태에서는 아무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꼴이다.

   26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던 의료진이 감염된 사례는 모두 4건이다.

지난 16일 확진 판정을 받은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사인 162번 환자는 지난 11∼12일에 72번·80번·135번·137번째 환자의 이동식 X레이 촬영을 하다가 감염됐다.격리병동 간호사인 164번 환자는 75번과 80번째 환자가 격리치료를 받는 병동에 근무하다가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서울병원 중환자실 담당 의사인 169번째 환자는 이 병원의 보안요원으로 근무하던 135번째 환자 치료를 담당하다 메르스 바이러스에 노출돼 지난 20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리고 지난 25일 확진 판정을 받은 삼성서울병원 전공의도 135번째 환자 치료를 담당하다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보건당국에 따르면 이 전공의는 지난 11일부터 15일까지 135번 확진자의 주치의를 맡았다.

보건당국은 확진자 치료를 담당하다 감염된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에게 개인보호구 지급 조치가 미흡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지난 18일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정례브리핑에서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의료진에 대한 개인보호구나 이런 장치가 미흡한 점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6월 17일 이전에는 삼성서울병원에서 레벨D 수준의 엄격한 개인보호구 장비가 (지급)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이 돼 17일 이후에는 개편해서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앞서 확진 환자와 접촉한 (삼성서울병원)의료진에 대해서는 노출됐을 것으로 판단을 해 적극적인 감시와 격리조치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덕철 중앙메르스대책본부 총괄반장도 "(삼성서울병원에사)장비는 부족하지 않았다고 보는데, 아마 병원 내에서 그런 관리에서 조금 미흡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오늘(26일) 오전에 열린 정례브리핑에서도 삼성서울병원 의료진 감염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정례브리핑에서 권덕철 총괄반장은 "181번째 환자(삼성서울병원 전공의)는 진료 중에 N95마스크, 눈보호구, 모자, 가운, 덧신 등의 개인보호구를 착용을 했으나 진료행위 중에 밀접한 접촉으로 인해 감염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17일 이전까지 삼성서울병원에서 의료진에게 지급한 개인보호구가 전신이 아니라 신체 일부가 노출될 수 있는 장비였기 때문에 환자와의 접촉 과정에서 노출 가능성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은경 센터장은 "6월 17일 이전에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지급한 개인보호구가 레벨D 수준과 유사한데 차이가 있는 것은 레벨 D에서는 전신보호복을 입는데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일부 목이나 발 등이 노출 가능성이 있는 가운을 입었다"며 "그것 이외에 N-95 마스크, 안면보호구, 장갑, 헤어캡 등은 "(레벨D와)동일하다"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이달 17일부터는 레벨 D급으로 개인보호구 상태를 올린 상황이며, (지금까지 확진자에게 감염된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은)그 이전에 노출된 분이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보건당국이 삼성서울병원 자체적으로 메르스 확산에 대응하며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판단한 배경에는 송재훈 병원장이 감염내과 전문의 출신이라는 이유도 있었다.

지난 14일 정례브리핑에서 권덕철 대책본부 총괄반장은 "우리가 주목한 것은 (송재훈)삼성서울병원장이 감염내과 전문의라는 것이다. 그 얘기는 삼성서울병원에 이런 사태가 발생했을 때  공동으로 같이 역학조사도 하고, 특히 병원 내에서 직원, 의사, 간호사, 환자 등에 대해서는 충분히 파악해 관리할 것으로 생각을 했다"며 "그러나 지나고 보니까 그런 부분에서 미흡한 면이 있었다고 생각된다"고 말한 바 있다.

무엇보다 확진 환자를 돌보던 의료진이 개인보호구 조치가 미흡한 이유 등으로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보건당국의 판단을 더욱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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