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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장이 노조지부장에게 간호사 구해달라 요청하는 웃지 못할 상황”메르스 거점병원마다 의료인력난 심각…복지부, 상급종합병원에 치료병원 참여 요청하며 당근책 제시

[라포르시안] 벌써 한달을 넘긴 메르스 사태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확진 환자가 계속 늘어나면서 이제는 메르스 환자를 격리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부족한 상태에 이르렀고, 기존에 격리치료를 전담하던 병원에서는 담당 의료진의 업무 피로도가 한계치에 도달했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에서는 국가 감염병 재난에 대비한 격리치료병상 확보부터 인력동원까지 아무런 준비가 없었던 탓에 방역 최일선의 격리치료병원과 의료진이 극심한 경영난과 업무 부담으로 내몰리고 있다.

심지어 메르스 거점치료병원 역할을 담당하는 한 공공병원에서는 병원장이 노조지부장에게 격리병동에서 근무한 전담간호사 인력을 구해달라고 협조요청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24일 병원계에 따르면 최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격리치료병원의 부족한 의료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뒤늦게 일선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의사와 간호사 등의 의료인력 공개 모집을 하고 있다.

대책본부는 대한병원협회를 통해 회원병원에 전달한 인력지원 협조요청을 통해 "메르스 확진환자를 치료 중인 7개 의료기관에서 의사 19명, 간호사 53명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인력을 지원할 수 있는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청했다.

격리치료 병원 근무를 지원하는 의료인력 중 의사에게는 국립대 교수 수준의 보수 및 위험수당 등을 지급하고, 간호사의 경우 근무수당(하루 15만원) 및 위험수당 등을 지급한다고 명시했다.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들은 주로 음압병실을 갖춘 공공병원으로, 이들 병원은 평소에도 의료인력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이번 메르스 사태로 중증 격리치료 환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가뜩이나 부족한 인력난이 더욱 심화됐고, 이미 투입된 의료인력의 업무 피로도 역시 심각한 수준이다.

강원도 내에서 유일하게 국가지정격리병상을 보유하고 있는 강릉의료원의 경우 112병상 규모에 불과하지만 감염병환자를 치료할 음압병상 5개와 일반 격리병상 20개를 갖추고 지금까지 의심환자 3명, 확진환자 4명을 진료해왔다.

그러던 중 확진환자를 돌보던 간호사가 감염에 노출돼 지난 23일 메르스 확진환자 판정을 받았다.

병원의 한 관계자는 "격리병동에 투입된 의료진은 환자가 입원해서 퇴원할 때까지 24시간 3교대 근무로 쉴새 없이 돌아간다. 업무 피로도가 쌓이면서 면역력도 떨어지고 집중도 역시 저하돼 감염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메르스 환자 치료거점병원 역할을 수행하는 한 공공병원에서는 격리병동에 근무할 의료인력 확보에 애를 먹자 병원장이 노조지부장에게 간호사 구인 요청을 하는 일도 벌어졌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한 국립병원에서는 병원장이 노조지부장에게 다른 병원의 중환자실 전담간호사를 구해달라고 협조요청하는 웃지못할 상황마저 전개되고 있다"며 "메르스 사태에 있어서 정부가 컨트롤 타워 역할을 못하는 참담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근에는 복지부 차원에서 주요 상급종합병원을 대상으로 메르스 환자 격리치료병원에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부는 격리치료 병원에 참여하는 병원에 대해서는 상급종합병원 평가와 의료기관 질 향상 분담금 마련시 음압시설 설치 등에 따른 가산점 부여를 검토하겠다는 유인책도 제시했다.

그러나 복지부의 이런 요청에 대해 대다수 상급종합병원이 거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장은 "복지부가 지난 주말 열린 상급종합병원장 회의에서 주요 대학병원에 메르스 환자의 효과적 치료를 위한 격리치료병원 참여를 요청했다"며 "그러나 대다수 병원들이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참여가 힘들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말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지금의 상황은 메르스와 같은 감염병과 국가재난사태에 대비해 준비되고 훈련된 의료인력을 충분히 확보하지도 못하고, 체계적으로 동원하지도 못하는 의료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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