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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29일째…길어지는 시간, 늘어나는 환자만큼 의료진도 지쳐간다격리병동 투입·방역업무 등으로 업무피로도 극심…감염 예방 위해 동료·가족 접촉 억제하면서 고립감에 빠져

[라포르시안] 지난달 20일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하면서 시작된 메르스 사태가 벌써 한 달째를 맞았다.

추가로 발생하는 환자 수가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는 가운데 전체 환자 수가 160명을 넘어서고, 감염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격리병상도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메르스 환자 치료를 위해 격리병동에 투입된 의료진은 물론 각종 방역업무와 의심환자 선별진료 등에 투입된 거점병원 의료진들은 계속되는 비상근무에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게다가 격리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와의 접촉 과정에서 노출돼 감염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의료진의 불안감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18일 오전6시 기준으로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가 발표한 메르스 환자 수는 전날보다 3명이 늘어 165명으로 집계됐다.

추가로 확진 판정을 3명 중에서 2명은 간호사다.

아산충무병원 소속 간호사는 119번 환자가 입원해 있던 지난 5~9일 노출된 것으로 보이며, 삼성서울병원 소속 간호사는 75번, 80번 환자가 환자가 입원중인 병동에서 근무하고 있다.

나머지 1명은 강동경희대병원에 입원 중인 환자로, 감염 경로에 대해서는 역학조사가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메르스에 감염된 의료진은 의사 5명, 간호사 11명, 방사선사 1명 등 17명에 달한다.

이들 중에서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사는 지난 11~12일 사이에 72번째, 80번째, 135번째, 137번째 확진자에게 엑스레이 영상촬영을 하다 노출된 것으로 조사됐다.

메르스로 격리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폐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매일 엑스레이 촬영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환자에게 노출된 것으로 보건당국은 보고 있다.

메르스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다가 감염된 간호사도 나왔다. 

지난 3일 오후 건양대병원 격리병상에 입원해 있던 36번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심폐소생술을 하던 간호사 한 명이 일주일 뒤 메르스 확진판정을 받았다.

메르스 방역에 따른 비상근무로 지친데다 확진 환자에게 노출돼 감염되는 사례가 속출하면서 의료진이 느끼는 불안감도 만만치 않다. 

한 간호사는 "메르스 확자가 격리치료를 받는 음압병상에 들어가기 전 방호복을 착용하지만 공기필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는 않을지, 그 안에서 방호복이 찢어지거나 틈새가 생겨 혹시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들 때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립중앙의료원의 격리치료 음압병상에 투입된 간호사는 방호복의 내장배터리가 방전되면서 공기필터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해 감염 위험에 노출된 적도 있었다.

메르스 격리병동으로 지정되면 환자가 입원해서 퇴원할 때까지 의사와 간호사는 물론 음압설비를 관리하는 기술팀, 행정직원 등이 24시간 3교대 근무로 쉴새 없이 돌아간다.

환자의 상태가 악화될 경우 훨씬 더 많은 의료인력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는 가중된다.

특히 감염병 관련 국가지정 입원치료 격리병상을 운영하는 의료기관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공공병원은 대부분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메르스 격리치료까지 담당하는 탓에 피로도가 극심한 상태다.

여기에 의심환자 선별진료소까지 설치하면서 인력은 더욱 부족한 실정이다.

메르스 확진환자가 발생해 전체가 코호트 격리에 들어간 병원 의료진 중에서는 극심한 업무 피로도와 중압감을 견디지 못하고 사표를 제출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격리병동에 투입되는 의료진은 환자 치료에 따른 육체적 피로나 감염에 대한 불안감과 함께 고립감에 빠지기도 한다.

격리병동에서 근무하는 한 의료진은 "음압병상에 투입되고 나서부터는 동료나 가족들을 만나는 것조차 꺼려지고 혹시라도 모를 감염 예방을 스스로 주변 사람과 접촉을 억제하는 상황이 며칠째 계속 이어지다보니 육체적인 피로도보다 정신적 압박감이 훨씬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의료진들이 희망하는 건 빨리 이 상황이 진정되고 환자들이 별 탈 없이 퇴원하면서 메르스 사태 이전의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다.

메르스 격리병동에 근무하는 어느 간호사는 동료 간호사들에게 보낸 글을 통해 "이번 사태를 보면서 한 가지 명확해진 사실은 현 시점에서 결국 메르스를 종식시키는 일이 우리 손에 달렸다는 것"이라며 "우리가 항상 지켜온 것들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다. 아픈 환자가 하루 속히 일상으로 돌아가는 그 날을 만들어주며 우리는 행복했다. 이것이 더 절실한 때가 지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업무에 지친 동료들을 격려했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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