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압병상 투입 후엔 동료들조차 만나기 꺼려져…격리병동 간호사의 편지 “서로 격려하고 극복해야”

[라포르시안] 지난달 20일 첫 환자 발생을 시작으로 28일째에 접어든 메르스 사태로 인해 격리병동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의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다.

의사나 간호사가 메르스 확진 환자가 격리치료중인 음압병상에 투입될 경우 방호복을 착용해야 한다.

방호복은 입는데만 20~30분이 걸린다. 한번 입으면 1시간 이상 투입되기 어려울만큼 더운 날씨에 숨쉬기조차 어렵고 땀이 비오듯 흐른다.

메르스 격리병동에 투입되는 의료진은 방호복을 입으면서도 내장배터리가 방전되거나, 공기필터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거나, 혹은 방호복이 찢어져 그 틈새로 메르스 바이러스에 감염되지나 않을까 불안감을 느낀다고 한다.

실제로 17일 현재까지 메르스에 감염된 의료진은 의사 5명, 간호사 9명 등 14명에 달한다.

특히 삼성서울병원 소속 의사로 35번째 메르스 환자의 상태가 심각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의료진 사이에 메르스 감염에 대한 두려움이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메르스 감염에 대한 두려움도 두려움이지만 격리병동에 투입되는 의료진이 느끼는 가장 큰 심리적 압박은 고립감과 차별이다.

극도의 긴장감 속에서 환자를 돌보고 음압병상을 나오면 땀범벅인 몸은 둘째치고 혹시나 감염되지는 않았을까, 동료나 가족들을 만나는 것조차 꺼려지고 아이들을 마음놓고 안아주지도 못한다.

부모가 병원에 다닌다는 이유로 자녀들이 학교에서 등교거부를 당하거나 택시를 타려고 행선지로 병원이름을 댔다가 승차거부를 당하기도 한다.

그나마 택시가 병원 안까지 들어오지도 않고 인근 횡단보도에서 반강제적으로 내려야 했던 간호사도 있었다.

점점 사회적으로 고립되고 있다는 인식 속에서 그래도 메르스 환자들을 살려내고,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또다시 방호복을 입고 환자곁으로 간다.

아래 글은 메르스 환자 격리병동에서 근무하는 간호사가 동료 간호사들에게 보내는 편지글로, 전국보건의료노조에서 공개한 것이다.

메르스 격리병동에 근무하는 어느 간호사가 동료 의료진에게 보낸 편지글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안녕하신지 여쭙는 마음이 더 아픕니다. 갑자기 온 나라를 삼켜버린 메르스 때문에 환자들과 같이 사투를 벌여야 하는 우리 의료진은 막중한 책임감에 어깨가 무겁기도 하고, 힘든 음압격리치료과정에 투입되어 너무나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매일 쏟아지는 병원 폐쇄, 메르스환자 급증 소식은 온 힘을 다해 치료에 전념하는 우리에게 큰 고통이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병원에서 메르스환자라는 사실을 인지하기도 전에 대규모 감염이 이루어지는 현실은 현장에서 일하는 우리에게 너무나 충격적인 일입니다. 더구나 감염을 무릅쓰고 환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헌신하는 우리를 보는 외부인의 시선 또한 무척이나 부담스럽고 절망스러운 것도 사실입니다. 혹여 병원에서 바이러스가 옮겨오지나 않을까 피하기도 하고, 우리병원 의료인 학부모가 많다는 이유로 학교를 휴교하고 있습니다. 병원로비의 텅 비어버린 의자는 이러한 현실을 증명해 보이며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를 보면서 한 가지는 명확해진 사실은 현 시점에서 결국 메르스를 종식시키는 일이 우리 손에 달렸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손을 놓을 수 없습니다. 놓아서도 안 됩니다. 우리가 항상 지켜온 것들이 무엇인지 우리가 잘 알고 있습니다. 아픈 환자가 하루 속히 일상으로 돌아가는 그 날을 만들어주며 우리는 행복했습니다. 이것이 더 절실한 때가 지금이라고 생각합니다.

환자나 환자의 가족은 우리를 보며 희망의 끈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다수 국민이 우리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고 있으며, 우리가 반드시 메르스를 막아내 다시 평온한 일상을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일은 우리 모두가 혼연일체가 되어 서로 격려하고 솔선수범함으로써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환자를 돌보는 일을 직업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금이 가장 힘들지만,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서로 격려하고 사랑하며 극복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에게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가 아니면 이 문제를 해결할 사람도 없습니다. 몸도 마음도 힘든 지금이지만 우리의 땀방울이 모여 반드시 결실을 보리라 생각합니다.우리를 바라보는 희망의 눈빛을 꼭 현실로 만들어 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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