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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②-시한폭탄 응급실] 응급의학과 의사가 병실 더 내놓으라고 소리지른 속사정송형곤(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응급의학센터장, 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

[라포르시안] 지금은 좀 나아졌지만 내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근무를 할 때에는 심폐소생술용 병상 1개를 제외하고 모든 병상에 환자가 누워 있었다. 그것도 모자라 많게는 10명 정도의 환자가 바닥에 시트를 깔고 누워있는 모습도 흔한 풍경이었다.  

스텝이 되고 난 후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로 기억된다. 밤 10시가 조금 지난 시간이었는데, 대개 그 시간은 응급실의 혼잡도가 극에 달하는 시간으로 술에 취한 환자와 소아 환자 등이 기존에 응급실 대기 환자와 섞여 정말 정신이 없다.

점잖게 보이는 중년의 남자가 나를 보고 잠시만 이야기를 하자고 했다. 그 분은 하루 전 응급실에 온 환자의 보호자였다. 환자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유방암 수술 후 폐에 전이가 되어 항암 치료 중인데 열이 나서 지방에서 올라오신 분이었다. 

자신을 환자의 남편이라고 말한 그 중년 남자는 사람의 왕래가 뜸한 응급실옆 복도로 나를 데리고 가더니 꼬깃꼬깃한 봉투를 내손에 쥐어 주며 “가만 보니까 응급실에서 높으신 분 같은데 우리 마누라 입원 좀 빨리 시켜 주십시오. 제가 젊어서 마누라 속 많이 썩여 몹쓸 병이 걸린거 같은데, 매번 응급실 올 때마다  저렇게 바닥에 누워 있는거 정말 못보겠어요” 라고 말하는 것이다. 물론 그 봉투 속에는 돈이 들어 있었고, 나는 받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해서 입원을 빨리 해 보겠다는 환자나 보호자의 마음은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응급실에 하루 평균 150~200명 가량의 환자가 온다고 가정해 보자. 그 환자들이  적어도 6시간 이내에 검사하고 치료받고 귀가하든지, 입원을 하든지 간에 응급실에서 사라지게 되면 응급실의 과밀화는 없어진다. 문제는 입원이 결정된 환자가 병실에 올라가지 못하고 응급실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응급실 내원한 환자가 빠지지 않음으로써 응급실의 과밀화가 유발된다.

하지만 얼핏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기도 하다. 아니 병상이 1,000개가 넘는 대형병원에서 입원이 안된다고? 매일 퇴원하는 사람만 100명이 넘을텐데…. 그렇다. 매일 퇴원하는 환자가 많으면 병원은 빈 병상을 외래에서 예약한 새로운 환자들로 대부분 채운다. 수술이 예정된 환자, 항암주사를 맞아야 할 환자 등 대부분의 병상을 외래에서 예약된 환자로 채우고 응급실 환자에게 돌아가는 자리는 얼마 되지 않는다. 

이렇게 병원이 외래 예약환자 위주로 병실을 돌리는 이유는 뻔하다. 외래를 많이 봐야 그나마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응급실, 중환자실은 백날 운영해봐야 적자를 피할 수 없다. 낮은 의료수가에서 대형병원이 살아남는 길은 외래환자 진료를 최대한 많이 보고, 마치 공장처럼 초기 발병한 암 수술을 하루에 20~30개씩 해대는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면 응급실 환자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어찌 되었건 수술할 환자가 아니고 약을 쓰고 치료하는 상황이라면 응급실이나 병동이나 병원 입장에서는 별 차이가 없다. 물론 환자의 불편은 논외로 하고 말이다. 환자와 보호자가 뒤섞이고 감염성 질환자가 그렇지 않은 사람과 범벅이 되는 대형병원 응급실에는 사실 이러한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응급실 근무를 하면서 이러한 과밀화를 해결해 보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 어느 날은 원무과에 가서 응급실 환자를 위한 병실을 더 내놓으라고 소리지르고 행패 아닌 행패까지 부려 봤지만 바뀌지 않았다. 이 문제는 대한민국 의료가 가진 기본적인 저수가 구조를 해소하지 않으면 절대 풀릴 수 없는 난제라고 확신한다. 확실한 것은 이러한 응급실 과밀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일어날 가능성이 큰 신종 감염병의 대유행에서 지금과 같은 혼란이 똑같이 반복될 것이란 점이다. 

정부, 특히 경제의 활성화를 신경쓰는 분들께 묻고 싶다. 지금 이 메르스 사태의 경제적 손실을 얼마 정도로 계산하는지?  경제 외적으로 국민의 불신은 차치하더라도 중국 관광객의 급감, 의료강국 코리아의 이미지 추락 등 상상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손실이 발생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쥐꼬리 같은 보건의료 예산에 건강보험의 초저수가를 유지하면서도 큰 사고 안 터지고 의료시스템이 잘 돌아간다고 '자뻑'하시던 분들, 이제 소 잃었으니 외양간 좀 고치시려나.

송형곤은?

성균관대 의과대학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장, 제37대 대한의사협회 집행부에서 대변인을 역임했다. 현재 경기도의료원 이천병원 응급의학센터장을 맡고 있다.

라포르시안  webmaster@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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