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송·보안요원 등 비정규직은 감염관리에서도 정규직과 차별…“불안감 조성한다고 마스크도 못쓰게 해”

[라포르시안]  지난 8일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하는 20대 청원경찰이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5월 26일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에 6번째 환자에게 노출된 이 청원경찰은 용역업체를 통해 고용된 간접고용 비정규직이었다. 

지난 12일자로 확진 판정을 받은 50대의 삼성서울병원 이송요원(135번째 환자)도 비정규직이었다. 그는 5월 27~29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14번째 환자와 같은 공간에 체류하면서 메르스에 노출됐다.

메르스 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병원내 근무하는 의료진과 함께 비정규직 직원들이 감염관리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는 우려가 높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4일 현재까지 전체 메르스 환자 중 의사·간호사를 포함한 병원 관련 종사자는 26명에 달한다.

이 중에서 의사와 간호사 등 의료인은 13명, 간병인이 7명, 기타 청원경찰·이송요원 등이 6명으로 집계됐다. 의료인을 제외한 나머지 감염 확진자 중에는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사례처럼 병원의 위탁용역업체와 계약을 맺고 파견된 간접고용 비정규직도 적지 않다.

수년 전부터 의료기관의 비정규직 채용 비율은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심지어 이런 경향은 국공립병원도 다를 바 없다.

2013년 국정감사에서 교육부가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2개 국립대병원의 비정규직 규모는 2009년 5,210명에서 2012년 8월 기준 7,102명으로 늘었다.

이 기간 동안 12개 국립대병원에서 신규 채용한 인원 4,730명 가운데 40%인 1,892명이 비정규직이었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은 임금과 처우 등에 있어서 정규직과 비교해 차별을 받는다.

전국보건의료노조가 지난해 3~5월 중 산하 지부 62개 병원에서 1만8,263명의 조합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비정규직(직접고용)의 평균 임금은 월 195만원으로 정규직(평균 350만원)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특히 병원내 비정규직은 임금이나 근무환경에서 차별을 받는 것도 모자라 메르스 감염의 예방과 보호 조치에 있어서도 차별을 겪는다.

의료진 등은 병원의 감염관리 시스템의 적용을 받아 노출 위험에 따라 보호장비 지급이나 자택격리 등의 조치를 받고 있지만 비정규직은 감염관리의 사각지대에 고스란히 방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서울아산병원에서 청원경찰로 근무하다 메르스에 감염된 92번 환자는 방역 마스크조차 착용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서울병원에서 14번 환자와 접촉해 감염된 이송요원의 경우 외부용역업체 직원이라는 이유로 접촉자 관리대상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병원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이 2,900여명에 달하는 데 이런 식으로 메르스 감염 위험자 관리의 사각지대에 노출된 사람이 많았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14일 이런 문제를 제기하며 "삼성서울병원 측에 이송요원 등 비정규직 직원들이 훨씬 더 많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이들의 인력현황과 이동동선이 담긴 CCTV 자료 일체를 전달해 줄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메르스 사태에서 병원의 비정규직이 감염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문제는 앞서부터 제기돼 왔다. 

병원에 근무하는 보안요원과 행정직, 간병인, 청소노동자 등 수많은 인력이 메르스 관련해 제대로 정보 제공을 받지 못하고 있으며, 개인보호장비도 지급받지 못한 채 근무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국보건의료노조는 지난 10일 "병원에서 근무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병원의 감염관리 대책이나, 안전보건 매뉴얼에서도 비켜나 있어 위험이 크다"며 "수납, 안내 등 일상적인 대면업무를 하며 환자와 쉽게 노출되는 인력들과 보조업무에 속하지만 대부분 병원의 직접고용 상태가 아닌 청소노동자, 보안요원, 간병을 담당하는 요양보호사 등은 환자들의 채액이 묻어있는 쓰레기를 치우고, 병원을 오가는 많은 이들을 직접 대면하며 안내하고, 필요시 직접 몸을 부대끼며 환자이송 업무를 하고 있어 감염위험에 쉽게 노출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의사나 간호사 등 의료진은 필요에 따라 환자들의 정보를 사전에 공유할 수 있어 감염의 위험을 인지할 수 있거나 병원에서 마련된 자체 감염관리 매뉴얼에 따라 행동할 수 있지만 이들은 이런 정보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건의료노조는 "병원의 보조인력이나 간접고용 비정규직 인력 등은 병원의 감염관리 시스템에서 제외된 채 안전대책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기 쉽다"며 "특히 이들은 비용절감 등의 이유로 외주화함으로써 병원의 직접관리 책임하에 있지 않기 때문에 감염관리 차원에서 마련된 대응메뉴얼에도 누락되기 일쑤인가 하면 혹시나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마스크라도 쓰게 되면 병원측으로부터 환자들이 불안해한다며 불쾌한 시선을 받기도 해 이마저도 마음껏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간접고용 비정규직은 의료기관 평가인증 대상에서도 제외되면서 병원내 감염관리의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병원내 시설안전, 영양과, 의료기기 관리 관련 부서의 경우 외주용역으로 인력채용을 전환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의료기관 인증 평가에서도 이들에 대한 관리가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보건의료노조는 "최근 메르스 확산의 주요 원인이 병원내 감염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렇게 감염 위험에 쉽게 노출될 우려가 큰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은 의료기관내 감염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비정규직 직원을 대상으로 보호장구를 충분히 지급하고 관련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의료민영화·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는 "대형병원의 보안요원이 메르스에 걸린 예에서 보듯이 병원 및 의원에서는 의사만이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이 메르스 위험에 처해있다"며 "청소노동자 및 비정규 노동자, 의심환자들을 실어 나르는 병원 앰뷸런스 노동자들에 대한 적절한 보호장구를 충분히 지급해야 하고 당장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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