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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신종플루 사태 후 6년, 정부는 ‘가만히 있었다’마상혁(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

[라포르시안]  2009년, 우리는 엄청난 공포를 경험하게 된다. 당시 정부의 방역정책이라고는 거점병원을 정하고, 타미플루를 공급하고, 유행이 종결된 후 거점병원에 약간의 비용을 지급한 것 이외는 기억이 없다. 그리고 언론의 선정적인 보도도 문제였지만 거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방역당국도 한계를 드러냈다.

그런데 2015년 6월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사태가 발생한 지 25일째를 넘겼다. 메르스 사태를 보면서 6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이렇게 변한 게 없는지 답답할 뿐이고, 국민들 입장에서는 불안하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결국 이 문제는 보건의료 행정에서 전문성의 결여가 가장 큰 원인이다. 특히 보건의료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민간의료기관과 협조체계를 구축하지 않음으로써 방역체계가 제대로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고 본다.

국내 첫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하자 정부는 지난 5월 29일에서야 각 지자체에 격리병상을 보고하라고 공문을 보냈다. 지자체에서는 또 각 병원으로 격리병상이 얼마나 있는 지 보고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이런 공문을 받은 병원들은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없는 격리병상을 어떻게 마련하라는 것인지. 필자가 소속된 병원의 경우 건물 구조상 격리병상을 확보할 수 없다고 보고했다가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어느 고위 공직자로부터 ‘가만 두지 않겠다’는 말까지 들었다.

메르스 사태가 심각해지자 각 지자체의 장을 방역대책위원회 위원장으로 격상하고 회의를 주재했다고 한다. 의료계의 대표도 그 회의에 참석했다. 그런데 회의가 끝날 때까지 공무원들과 지자체장만이 대화의 대상이 되었고, 의료계 대표에게는 발언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마지막에 발언권을 신청해 이럴 거면 왜 의료계 대표를 이 자리에 불렀나 하고 따졌다고 한다. 그럼에도 지자체는 민간과 협조가 잘되고 있다고 한다. 공식적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학교에서 환자가 발생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휴업을 한 학교가 속출했다. 불안해하는 학부모들의 요구 때문이라고 하고, 일부는 다른 곳에서 하니 불안감에 덩달아 휴업을 한 곳도 있다. 정작 학부모들의 요구로 학교가 휴업을 해도 아이들은 또 학원으로 간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감염이 될지도 모른다는 엄청난 불안감을 가지면서 학원은 괜찮다고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했거나 경유한 병원의 명단이 공개됐다. 문제는 애초에 정부가 신뢰를 주지 못한 상황에서 공개된 것이어서 혼란만 가중되었다는 점이다. 명단에 이름이 오른 병원은 환자가 급감했고, 근처 상권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게다가 감염환자의 가족들 신상이 불법적으로 인터넷에 공개되는 범죄 행위도 있었다. 일부 학교에서는 관련 병원에 근무하는 의료진이나 직원 자녀들의 학교 등교까지 막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번에 병원 내 감염이 문제가 된 서울의 한 대형병원은 사실상 전국구 응급실이나 마찬가지이다. 환자나 보호자는 일단 대형병으로 가보자는 식으로 응급실을 찾는게 지금의 의료현실이다. 그런데 세계보건기구(WHO)는 좁은 병실과 응급실에 과도하게 많은 사람들이 있었던 것이 메르스 사태를 악화시킨 주요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이런 지적처럼 작은 병실에 많은 인원이 있다가 감염이 쉽게 이루어진 것인데도 보건복지부는 최근 상급종합병원의 다인 병실 비율을 더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다인병실이 문제라고 하는데 거기에 다인 병실을 더 늘리겠다고 하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이런 식의 의료정책이 지금과 같은 메르스 사태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언론은 국민들의 불안감 조성에 1등공신 역할을 했다. 연일 감염자와 사망자 수 보도, 근거없는 의혹 제기로 국민들을 거의 공황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게다가 전문가라 부르기에 민망한 사람들이 TV에 나와서 연일 소설같은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게다가 최근에는 메르스에 감염된 한 의사 환자가 사망했다는 오보까지 냈다.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 때와 비교해 언론의 수는 늘었지만 수준은 정말로 한심한 지경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대목은 이번 사태에서 과연 의사회가 한 일은 무엇일까 하는 점이다. 메르스 사태가 계속 커지면서 지금은 존재감이 없는 거의 투명단체로 보일 정도다. 국민들 입장에서는 전문가단체로써 신뢰를 잃었고, 올바른 메시지를 전달하지도 못했다.

결국 메르스 사태는 영혼없는 정부의 의료정책, 수도권 대형병원의 전국구화, 준비되지 않은 방역정책, 망국적인 관료주의, 국민들의 알 권리가 지켜야할 의무를 앞서는 현실, 일부 병원의 부실한 시설, 선정적인 내용과 전문성이 없는 보도로 불안을 더 가중 시키는 언론, 일부 정치인들의 선동적인 언행, 전문가 단체로서 역할을 하지 못한 의사회 등의 공동작품으로 보인다.

혼란스로운 상황 속에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싫든 좋은 정부를 믿고 가는 것, 전문가 단체의 의견이 전적으로 반영이 되는 것, 언론은 정확한 사실만 보도 하고, 전문가들의 문제 분석과 대안제시를 주로 보도하고, 국민들은 전문가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제시하는 것에 따라 주는 것이라고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번 사태가 종결되면 2009년 이후처럼 흐지부지 넘어가지 말고 국가방역체계에 확실한 변화가 올 수 있도록 해야 한는 거다. 그러기 위해서 정부는 지금의 폐쇄적인 자세를 버리고 열린 마음르로 국민들과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마상혁은?

경북대학교의과대학를 졸업했으며,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 현재 창원파티마병원 소아청소년과 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2007년 소아감염 세부전문의를 취득했고, 2009년 경남도의사회 신종플루대책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라포르시안  webmaster@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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