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안 브리핑]

[라포르시안] 쿠바의 수도 아바나 서쪽 끝에 있는 분자면역학센터(CIM: Center of Molecular Immunology)는 쿠바 생명공학의 허브다. CIM의 소장을 맡고 있는 아구스틴 라헤 박사는 그래프 하나를 가리킨다. 그래프에는 '기대수명과 보건의료비지출 간의 관계'가 국가별로 비교되어 있다.

그래프의 내용은 그리 놀랍지 않다. 보건의료비를 많이 쓰는 미국 국민들은 오래 살고, 보건의료비 지출 수준이 0에 가까운 시에라리온 국민들의 평균수명은 46살이다. 그러나 놀라운 나라가 하나있다. 쿠바는 가난해서 보건의료비를 쥐꼬리만큼 지출하지만 평균수명이 남녀 공히 78세로, 미국이나 캐나다와 막상막하다.

경제사정이 넉넉하지 않은 쿠바 국민들이 오래 사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어린이들에게 무려 13개의 예방백신(이중 8개는 아바나에서 생산된 것이다)을 강제로 접종하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주민 1,000명당 6명에 달하는 엄청난 의사군단이 전국에 쫙 깔려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쿠바의 유아 사망률은 1,000명 당 4.76명으로 멕시코의 1/3 미만이고, 심지어1,000명당 5.9명인 미국을 능가한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평균수명은 높지만 젊은이들이 떼 지어 쿠바를 떠나고 있으며, 남아 있는 젊은이들은 아기를 낳지 않는다는 것이다. 쿠바의 출산율은 세계 최저수준으로, 1,000명 당 9.9명이다.

이에 대해 쿠바 신경과학센터의 페드로 발데스-소사 소장은 "가족을 부양할 돈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쿠바 국민의 중위연령(연령의 중앙값)은 40세로 멕시코(27.3세)보다 훨씬 높으며, 미국(37.3세)보다도 높다. 게다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국민의 고령화가 쿠바의 사회안전망을 흔들고 있으며, 세계에 자랑하는 보건의료시스템마저 위태롭게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약 10%의 쿠바인들이 다양한 수준의 치매를 겪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발데스-소사는 "그건 매우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우리가 꼭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말한다.

노인의 암 발병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에 대응하여, CIM은 치료용 백신의 사용을 확대함으로써 암 환자의 수명을 늘리려고 하고 있다. 치료용 백신이란 인체의 면역계를 활성화시켜 종양을 공격하게 함으로써, 종양의 증식과 전이를 막도록 설계된 약물이다. "우리의 목표는 암을 만성질환으로 전환시키는 것"이라고 라헤는 말한다.

미국과 다른 서구 국가들의 경우, 암 백신은 대부분 아직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쿠바는 근 15년간 암 백신 사업에 매달려 왔다. 이것은 대부분의 나라들보다 길다. CIM에서 임상연구 부문을 이끌고 있는 타니아 라모스 박사는 "쿠바 국민들은 세계 어떤 나라의 국민들보다도 면역치료의 혜택을 많이 보게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한다.

쿠바가 암 백신 개발에 열중하자, 외국의 말기 암 환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에 편승하여 멕시코의 병원들이 미심쩍은 항암제 레이어트릴(laetrile)의 사용을 늘리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한다.

그러나 일리노이 대학교의 마크 라세닉 교수(신경과학)는 쿠바의 암 백신은 확고한 과학적 기초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우려는 초점을 벗어난 것"이라고 일축한다. 라세닉에 의하면, 진행성 폐암을 앓고 있는 그의 동료 한 명도 최근 아바나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한다.

쿠바는 올해부터 암 백신을 연구소에서 1차 진료의(primary care doctor)들의 손에 넘기고 있다. CIM은 작년에 시범적으로 전국의 50개 1차 의료기관에 2개의 폐암 백신을 배포하기 시작했다. CIM은 2015년 말까지 모든 의료기관에 폐암 백신을 공급할 예정이다. 유방암 백신과 기타 종양백신의 개발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원문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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