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이 세포 사이 어떤 신호전달 체계를 통해 생겨나고 성장하는지, 그 원리를 국내 연구진이 밝혀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연세대 육종인·김현실·김남희 교수가 주도하고 이화여대 이상혁 교수, 미국 버지니아대 굼비너 교수, 미시간대 와이스 교수 등이 참여한 연구팀이 'p53' 유전자와 '윈트 신호(Wnt Signaling)'의 상호작용으로 암이 유발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1일 밝혔다.

이 연구는 교과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 중점연구소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다.

p53 유전자는 대표적인 암 억제 유전자로, 이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암이 나타난다. 실제로 이 유전자 이상은 암 환자 절반 이상에서 발견된다.

윈트 신호란 단백질 윈트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줄기세포 간 신호 전달 체계를 말한다. 윈트 신호는 세포의 성장과 분화에 영향을 미치며, 이 신호 체계가 비정상적으로 활발해지면 암 또는 암줄기세포의 증식이 촉진된다.

이처럼 p53 유전자나 윈트 신호가 암 유발과 관계가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지만, 이 두 가지 발암 요소가 서로 함께 작용한다는 사실은 처음 밝혀진 성과라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르면 p53 유전자는 마이크로RNA를 매개체로 윈트 신호를 제어하고, 그 결과 암 유발을 억제할 수 있다. 마이크로RNA는 21~23개 염기로 구성된 아주 작은 RNA(리보핵산)을 말한다. 
암 발생과 관련, 이처럼 p53 유전자와 마이크로RNA, 윈트 신호 사이의 관계가 밝혀짐에 따라 앞으로 암 치료의 초점을 현실적으로 어려운 'p53 돌연변이 유전자 회복' 대신 '마이크로RNA와 윈트 신호 사이 체계 회복'에 맞출 수 있게 됐다.

육종인 교수는 "대략 일반적인 암의 50% 정도가 이 'p53 유전자-마이크로RNA-윈트신호' 시스템의 문제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 신호전달 체계를 구체적으로 연구하면, 앞으로 환자별 맞춤형 암 치료나 암세포만을 없애는 표적 치료제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논문은 세계 최고권위 과학전문지 '사이언스(Science)'의 세포신호전달 분야 자매지 '사이언스 시그널링(Science Signaling)' 1일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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