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학회, 백서 발간하고 인력수급 문제 등 진단…“누가 흉부외과 짊어지고 나갈지 걱정”

[라포르시안]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는 지난 29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흉부외과백서 출간기념회를 가졌다.

이번에 발간한 백서에는 1968년 창립해 50주년을 눈앞에 두고 있는 흉부외과학회의 성장과 발전, 미래 전망을 담고 있다.

특히 현재 흉부외과 전문인력 및 전공의 인력 현황 분석을 통해 수급 불균형 문제를 짚었다.

흉부외과학회 관계자들은 이 자리에서 백서 출판이 흉부외과의 어려운 상황이 개선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다. 성숙환 흉부외과학회장은 "흉부외과의 역사를 알리고 미래의 비전을 모색하기 위해 백서를 출판하게 됐다"며 "지금 흉부외과가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원인은 저수가에 있다. 수가를 현실화해 의료인을 충분히 보상해야 국민건강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흉부외과 등 이른바 '3D 전공' 기피 현상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성 회장은 "모든 의료분야가 중요하지만 흉부외과에서 하는 심장수술과 혈관수술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정부의 지원책이 젊은 의사들의 피부에 와닿지 않아 지원을 기피하고 있다"며 "의학도가 쌍꺼풀 수술이나 하고 피부질환 치료나 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정렬 이사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大) 흉부외과'로 불렸고,  보상이 만족스럽지 못한 환경에서도 의연하게 대처해왔기 때문에 품격을 잃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서 "백서가 우리의 고민을 세상에 알려서 흉부외과의 정체성을 세우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라포르시안 흉부외과 관련 주요 보도>충격적 흉부외과 수급전망…"폐암·심장수술 못할 수도"'베이비붐 2세대' 흉부외과 의사에게 퇴직을 불허하라…[기획] 흉부외과 의사 부족하다고? 지금 개원가에선…[기획]심장수술 6시간 해도 라식수술 30분 진료비도 안돼흉부외과 전공의 4년만에 차 바꾸고 개원밑천 마련?
이날 행사에 참여한 추무진 대한의사협회장은 축사에서 "의협회장으로서 제가 가장 신경쓰는 부분이 어렵거나 소외된 과목에 대한 문제"라며 "백서를 읽고나서 흉부외과의 절실한 상황을 알게 되었고, 더 신경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추 회장은 "(백서를 보니)15년 후 은퇴의사가 급격히 증가하게 되는데 과연 누가 흉부외과를 짊어지고 나아갈 지 걱정"이라면서 "흉부외과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윤성 대한의학회장은 "흉부외과가 어떤 상태인지 스스로 되돌아는 의미에서 백서 발간은 매우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우선 자기를 알아야 희망이 보이는 것"이라며 "앞으로 흉부외과는 몇 명의 의사가 필요한지, 정년퇴직자의 자리를 얼마나 채울 것인지 전략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심장병환우회 "환자들은 어느 게 더 나은지 몰라…충분히 설명해 주길 원해"  한편 흉부외과학회는 백서 출간기념회에 이어 '관상동맥질환 치료에 관한 공청회'를 열었다.

이번 공청회는 5월 말이면 유예 기간이 만료되는 '관상동맥 스텐트 급여기준 개정고시'와 관련해 의료전문가와 환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해 관상동맥 질환을 앓는 환자를 대상으로 스텐트 시술을 할 경우 내과와 흉부외과 전문의 협진을 통해 치료방침을 결정한 경우 사례별로 요양급여를 인정하는 내용의 스텐트 급여기준 개정고시를 내놨다.

이에 대해 내과계가 강력 반발하면서 혼란과 진통을 겪자 복지부는 고시 적용을 6개월간 유예했다.

공청회에서 흉부외과학회 관계자들은 응급환자를 제외한 경우 관상동맥우회술(CABG)을 할 것인지,  스텐트 삽입시술(경피적 관상동맥중재술·PCI)을 할 것인지에 대해 통합진료를 통해 결정하는 문화가 정착돼야 하며, 이는 미국과 유럽 가이드라인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국내에서는 관상동맥우회술과 스텐트 시술 비율이 OECD 평균(4대 1~5대 1)보다 훨씬 높은 23대 1이나 된다"면서 "스텐트는 시술 후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청회에 참석한 신현호 변호사는 "스텐트 급여기준 개정고시를 두고 흉부외과와 순환기내과가 다툼을 벌이고 있는데 중요한 것은 환자의 입장"이라며 "통합진료가 비용이 더 들지 몰라도 국민의 삶의 질이나 생명을 구하는 이익이 있다고 생각되면 조금씩 양보하고 설득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도 "환자들은 관상동맥우회술이 유리한지 스텐트 시술이 유리한지 알지 못한다"며 "환자들이 바라는 것은 흉부외과가 순환기내과가 협진을 통해 시술방법을 결정한 다음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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