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안 브리핑]

[라포르시안] 중국의 과학자들이 인간 배아의 지놈을 편집했다`는 뉴스를 접한 전문가들은 두 가지 측면에서 의견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인간 배아 유전자 편집이 윤리적인가, 아닌가?'에 관한 것과 '그 방법이 질병 치료의 옵션이 될 수 있나, 없나?'에 관한 것이다.

중국 광저후 소재 중산대학의 황준쥬 박사(유전자기능 연구자)가 이끄는 연구진은 이번 연구에서, CRISPR/Cas9라는 유전자편집 기법을 이용하여 생존불가능 배아(non-viable embryo, 두 개의 정자가 동시에 수정시킨 난자`에서 유래하기 때문에 생존출산(live birth)이 불가능한 배아)의 DNA를 짜깁기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Protein & Cell'지에 발표되었고, 4월 22일 'Nature'가 이를 특종으로 보도하면서 최근 수개월간 떠돌던 루머(과학자들이 유전자편집 기법을 인간 배아에 적용하고 있다더라)가 사실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월 루머에 자극받은 과학자들은 "인간 배아를 대상으로 한 유전자편집 연구를 잠정 중단하자"며 자발적 모라토리엄 선포를 촉구했다. 그들이 내세운 이유는 "배아나 생식세포의 유전자를 편집하면, 그 결과를 후세에 영구적으로 물려주게 된다"는 것이었다.

일각에서는 황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이 윤리적인 선을 넘어섰다고 느끼고 있다. 미국의 비영리조직인 유전학과 사회센터(Centre for Genetics and Society)의 마시 다노브스키(Marcy Darnovsky) 소장은 성명서를 발표하고,"인간의 생식세포를 변형시켜서는 안 된다는 글로벌 합의를 깰 만한 도덕적 명분을 가진 연구자는 아무도 없다"고 성토했다.

모라토리엄에 대한 논란

황 박사의 연구결과를 (과학계에서 금기시 하고 있는)생식계열변형(germline modification) 행위로 볼 수 있는지 여부는 분명치 않다. 왜냐하면 이번 연구에 사용된 배아는 비정상적 배아여서 생존출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영국 맨체스터 대학고의 존 해리스 교수(생명윤리)는 "이번 연구는 체외수정(IVF) 과정에서 늘상 일어나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다. 생존불가능 배아는 어차피 IVF 과정에서 폐기되기 때문이다. 나는 이 분야의 연구에 대해 모라토리엄을 선언하자는 주장을 납득할 수 없다. 황 박사는 `윤리적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생존블가능 배아를 사용했다`고 분명히 말하지 않았는가?"라고 말한다."

어떤 이들은 한걸음 더 나아가 "오직 연구만을 위한 거라면 생식세포 변형을 허용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하버드 의대의 조지 데일리 박사의 생각은 이렇다.

"CRISPR/Cas9를 비롯한 유전자편집 기법을 인간의 배아, 난자, 정자에 적용할 경우, 임상적용과 무관하게 수많은 기초과학적 의문에 답변할 수 있다."

게다가 모라토리엄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 주장도 있다. 중국의 경우 인간 배아 편집이 합법화되어 있으며, 미국의 경우 국립보건원(NIH)이 그런 연구에 연방 기금을 지원하지 않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주에서 인간 배아의 유전자편집을 합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 박사의 연구와 비슷한 연구를 미국에서 허용할 것이냐`라는 질문에 대해, NIH의 관계자는"현재로서는 그런 연구에 연구비를 지원할 수 없으며, 향후 규정 개정이 필요한지 여부를 검토하기 위해 유전자편집 기술의 동향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 인간과 동ㆍ식물 유전자에 결합해 특정 DNA 부위를 자를 수 있게 만들어진 인공 효소를 의미하는 '유전자 가위'를 형상화한 이미지. 출처 : http://talenlibrary.net/

임상적 유효성은?두 번째 쟁점은 이번 연구의 성공률이 매우 낮다는 점이다. 황 박사가 이끄는 연구진은 지중해성빈혈에 관여하는 유전자 하나만을 선택적으로 짜깁기하기 위해 CRISPR/Cas9 시스템을 이용했다. 그런데 연구진에 의하면, 이번 연구에서 해당 유전자 말고도 많은 유전자들이 돌연변이를 획득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CRISPR/Cas9 시스템을 생존 가능한 배아(viable embryo)에 적용할 경우 예기치 않은 건강 문제가 발생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 같은 문제를 고려하여 3월 19일 Nature에 실린 사설의 공저자인 에드워드 란피어 박사(상가모 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전면적인 모라토리엄을 주장한다. 즉, 유전자편집 기술의 미숙함을 고려하여 인간 배아의 유전자편집에 관한 연구를 일절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서 나타난 문제점은 우리가 늘 지적해 왔던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러나 하버드 의대의 조지 처치 박사(유전학)는 `유전자편집 기술이 아직 미숙하다`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처치 박사에 따르면 이번 연구에서 나타난 문제점들 중 상당수는 최신 CRISPR/Cas9 기술을 이용하여 회피하거나 완화할 수 있다.

안전성 문제

해리스 교수는 "설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더라도 유전자편집 기술을 임상에 적용하는 건 윤리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한다. 안전성 문제 때문에 유전자편집을 금지하는 것이 정당화되려면 ▲유전자편집의 유해성이 입증되거나 ▲그 유해성이 유전질환 자체의 유해성보다 크다는 사실이 입증되어야 한다는 것이 해리스 교수의 입장이다.

그는 "유전자편집이 유전질환보다 더 위험하다고 볼 수는 없다. 유전질환을 가진 환자들도 어차피 생식을 통해 해당 유전자를 후손에게 물려주지 않는가? 위험성 때문에 유전자편집을 거부하는 건, 합병증 때문에 수술을 피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스탠퍼드 대학교의 행크 그릴리 교수(생명윤리)는 "유전자편집의 위험성은 기존의 위험성과는 급(級)이 다르다"고 말한다. 예컨대 배아가 자궁에 착상하여 발육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경우 새로운 윤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그런 문제는 다른 위험(유전자편집으로 인해 발생하는 불구)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것이다.

인간 배아 유전자편집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릴리 교수는 "이 문제에 대해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시급하며, 단번에 의견일치를 바라는 것은 넌센스"라고 말한다.<원문 바로가기>


[알립니다] 이 기사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운영하는 미래기술정보 포털 미리안(http://mirian.kisti.re.kr)에 게재된 글을 전재한 것입니다. 본지는 KISTI와 미리안 홈페이지 내 GTB(Global Trends Briefing 글로벌동향브리핑) 컨텐츠 이용에 관한 계약을 맺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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