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6일 국내외 역학 전문가 초청 세미나 개최

[라포르시안] 1950년대부터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규명한 대규모 사례-대조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의학적으로 둘 사이의 관련성은 거의 명백해졌다.

그러나 의학적으로 명백히 규명된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가 법정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지난해 대법원은 폐암환자와 유족들이 국내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의 판결에서 폐암이 흡연 이외의 다른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고 비흡연자에서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역학적 인과관계를 개별적 인과관계에 직접 적용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

흡연과 폐암의 역학적 상관관계는 인정하지만 소송을 제기한 폐암환자들에 있어서는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상한 논리였다.

역학 전문가들은 법원의 이런 판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오는 6일 오후 1시30분부터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 역학적 증거가 가지는 의미’를 주제로 국내외 역학전문가를 초청해 세미나를 개최한다.

공단은 지난해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5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오는 5월 15일 제4차 변론을 앞두고 있다.

이번 세미나는 공단이 제기한 담배소송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에 대해 국내외 역학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취지로 마련했다.

세미나에서는 공단 담배소송의 공동대리인인 법무법인 남산의 정미화변호사가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에 대한 쟁점을 발표한다.

특히 최근 한국어판이 출간된 ‘역학의 철학’ 저자인 요하네스버그대 알렉스 브로드벤트 교수가 참석해 흡연과 폐암의 역학적 증거로도 개별적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건보공단이 사전에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알렉스 브로드벤트 교수는 “만일 역학적 증거들이 흡연과 폐암의 일반적인 인과관계를 나타내면서 그것이 개인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주장 자체로 논리적 오류”라고 지적했다.

폐암 중 선암의 경우 흡연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던 한국 대법원 판결에 대해 브로드벤트 교수는 “역학적 증거를 개별적 인과관계에 적용할 수 없다면 이를 토대로 흡연자가 폐암에 걸리지 않기 위해 흡연을 중단하는 조치마저도 불합리하게 만드는 오류를 범하는 것”이라고 했다.

국제역학회지 편집위원인 서울의대 강영호 교수,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박소희 교수가 각각  ‘집단과 개인에서의 담배와 폐암의 인과성’, ‘폐암에 대한 흡연의 기여위험도 산출배경 및 결과 해석의 유의점’이란 주제로 발표를 할 예정이다.

이 세미나를 공동주최하는 한국역학회 최보율 회장은 “담배의 건강 폐해에 대한 인과관계 규명에 중요한 역할을 해 온 학문이 바로 역학”이라며 “법조계를 포함한 우리 사회에 역학적 지식을 제대로 전달하는 역할은 역학 연구자들이 마땅히 감당해야 할 책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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