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방법론 문제점 지적… “의사들 실제 근무시간 적용하면 오히려 공급과잉”

[라포르시안]  대한의사협회가 오는 2030년부터 1만명 가량의 의사인력이 부족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의료인력 중장기 추계결과를 반박했다.

의협은 이번 연구 결과를 보건의료인력과 관련된 정부정책의 기초자료로 삼아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의협은 3일 보도자료를 내어 "그간 토론회와 전문가 간담회를 통해 수차례 이번 연구의 문제점을 지적해왔고, 이에 대해 보사연 연구자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을 표시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정하지 못한 일방적 시간에서 언론에 자료를 배포하는 등 적절치 못한 행태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보사연의 연구방법론에 심각한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에 따르면 이번 연구에 적용한 ARIMA 모델은 단기예측을 할 때 많이 사용하는 모델이어서 15년 이상의 중장기 기간을 예측하는데 있어서는 방법론적인 한계가 있다.

또한 의사수급 추계를 하면서 의사들의 근무일수를 255일과 265일로 설정했는데 이는 의료기관 개원의들의 실제 근무일수를 반영한 수치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의협은 "다수의 병의원들은 일요일 및 법정공휴일을 제외하고는 진료를 수행하고 있어 평균 근무일수는 300일에 가까울 것으로 판단한다"며 "만약 실제 근무일수를 대입한다면 2030년 의사공급은 과잉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개원의들의 근무일수를 반영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료기관 종별 데이터 등 실증자료를 기반으로 심층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과거 10년 동안의 수요를 근거로 미래를 예측하는 방식이 과연 적절한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노령인구가 증가하고는 있지만 출산율의 현저한 감소로 우리나라 전체적인 인구가 감소 추세인 상황 등이 수요예측에서 적절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협은 "결국 의사수급 추계에는 수많은 요소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시나리오별로 다양한 결과값이 도출될 수 있다"면서 "다양한 변수에 대한 고려없이 단순히 총량적인 수급추계 결과를 정부 정책에 반영하는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사연의 연구결과는 공급부족을 예상했지만 다른 통계자료를 보면 공급과잉이 우려된다고 반박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OECD 국가의 의사밀도 자료를 꼽았다.

이 자료를 보면 2010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의사밀도(9.86/km2)로 OECD 평균(4.25/km2)에 비해서도 매우 높다. 

즉, 의사밀도를 근거로 한 의료접근성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훨씬 좋다는 것이며, 동일면적 내에 의사밀도가 상당히 높아 환자가 의사들을 접할 기회가 많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인구 10만명당 의사수 자료를 살펴보면 2000년 대비 2010년 인구증가율은 7.5%에 그친 반면 의사수 증가율(40%)이 약 5배 정도 높아 2020년에는 의사인력의 초공급과잉이 우려된다.

의협은 보사연에서 정식 연구원 보고서를 발표하는 즉시 통계학자 등 외부 전문가의 자문을 거쳐 심층검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신현영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의사인력이 과잉이거나 부족한 경우 모두 국가적인 자원과 비용의 낭비를 초래한다"며 "이해당사자와 전문가 등이 모두 참여하는 공적이고 투명한 논의기구를 통해 우리 현실에 맞는 모형개발과 인력수급 모니터링 등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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