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부동산 사업 국영기업서 ‘녹지국제병원’ 설립 추진…싼얼병원과 병상수·진료과목 등 비슷

[라포르시안]   제주특별자치도에 외국영리병원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9월 보건복지부가 제주도에 외국영리병원 설립을 신청한 '싼얼병원'의 사업계획서에 대해 불승인 결정을 내린 지 6개월 만이다.

싼얼병원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외국영리병원 설립을 추진하는 주체는 중국 기업이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제주도특별법 제192조 규정에 근거해 외국의료기관인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서가 제출됨에 따라 보완사항 최종 확인을 거쳐 지난 2일 보건복지부에 설립 승인 요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제주도에 따르면 녹지국제병원은 서귀포시 토평동 헬스케어단지 내에 총 778억원을 투자해 2만8,163㎡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의 47병상 규모로 설립된다.

녹지국제병원의 진료과목은 성형, 피부, 내과, 가정의학과 등 4개과로 중국 의료관광객이 선호하는 진료 분야를 중심으로 운영된다.

앞으로 이 병원에는 의사 9명, 간호인력 28명, 약사 1명, 의료기사 4명, 사무직원 92명 등 총 134명의 인력이 근무할 예정이며. 복지부의 설립 승인을 거쳐 인허가가 나면 올해 6월 공사에 착수해 오는 2017년 개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제주도 보건위생과 관계자는 "47병상이지만 모두 1인실로 운영될 예정이며, 단순히 의료서비스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숙박 기능도 함께 제공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병원의 설립을 추진하는 사업자는 중국 녹지그룹에서 전액 투자해 설립한 그린랜드헬스케어(주)다.

그린랜드헬스케어의 모기업인 녹지그룹은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부동산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국영기업으로, 2012년 한국현지법인 녹지한국투자개발유한회사를 설립했다.

녹지국제병원 설립 주체인 그린랜드헬스케어는 녹지한국투자개발유한회사의 자회사다.

제주도는 "복지부가 외국의료기관 사업계획서에 현행 의료법 상 허용되는 의료행위여부, 사업자범법행위, 응급의료체계 구축 등을 검토해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싼얼병원과 규모·진료과목도 거의 동일해제주도 “사전심사 과정에서 '사업자범법행위' 여부 꼼꼼히 확인했다”

녹지국제병원은 지난해 복지부로부터 설립 승인을 받지 못한 중국 천진하업그룹이 추진한 싼얼병원과 그 규모나 진료과목 등이 상당히 유사하다.

싼얼병원도 총 48병상 규모로 성형·피부·내과·가정의학 등 4개 진료과목을 두고 중국 의료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미용성형 시술을 중점적으로 제공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싼얼병원은 줄기세포를 이용한 피부미용이나 항노화 관련 시술을 사업계획에 포함시켜 논란이 됐고, 뒤늦게 중국 모기업 대표가 사기 대출 혐의로 구속됐고 회사가 부도가 났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주도와 복지부가 실체도 분명하지 않은 외국기업에게 영리병원 설립을 허용하려 했다는 논란이 불거졌다.

논란이 커지면서 결국 복지부는 싼얼병원 설립 승인을 불허했다.

녹지국제병원 설립을 추진하는 녹지그룹의 경우 중국 국영기업으로 현재 제주도에 1조원을 투자해 대규모 헬스케어타운을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국영기업이란 점에서 싼얼병원 설립을 추진한 천진하업그룹에 비해 회사의 실체는 명확해 보인다.

녹지그룹이 제주도에 외국영리병원 설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은 지난해부터였다.

제주도 보건위생과 관계자는 "지난해 녹지그룹의 한국법인이 자회사로 그린랜드헬스케어라는 회사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으로 녹지국제병원 건립을 검토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지난 2월 제주도특별법 규정에 따라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사전심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사전심사를 통해 병원 부지면적이 정확하지 않은 점과 병원 설립에 따른 투자비를 누가 지급하는 지 명확히 적시할 것 등을 그린랜드헬스케어 측에 요구했다"며 "그쪽에서 보완요구사항을 반영한 사업계획서를 지난달 31일 다시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제주시는 이 과정에서 '사업자범법행위' 여부에 대해서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 관계자는 "지난번 복지부가 싼얼병원 불승인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모기업의 부실 문제 때문이었다"며 "그래서 이번에는 녹지국제병원 설립과 관련된 한국현지법인과 중국 모기업에 대한 사업자범법행위 여부를 꼼꼼하게 파악했다"고 말했다.

 "경제자유구역 영리병원 설립 허용 도화선 될 것" 반대 여론 고조

녹지국제병원 설립 추진을 놓고 제주도 내에서 반대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전국보건의료노조와 의료영리화 저지와 의료공공성 강화를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는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고 녹지국제병원 설립 중단을 촉구했다.

양 단체는 "제주도가 승인요청한 녹지국제병원은 중국 녹지그룹이 전액 투자한 영리병원으로서, 내국인 이용에 제한이 없고 국내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않아 우리나라 국민들을 대상으로 값비싼 호화의료를 시행할 수 있다"며 "특히 제주도 영리병원 1호 설립 허용은 전국에 걸쳐 있는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 설립 허용의 도화선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제주도 뿐만 아니라 경제자유구역 곳곳에서 영리병원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 외국영리병원 도입이 추진되는 경제자유구역은 인천 송도를 비롯해 부산 명지국제신도시, 광양만권경제자유구역, 대구 수성의료지구 등이다.

수성의료지구의 경우 지난해부터 대구시가 적극 나서 미국 마이애미 대학병원을 대상으로 영리병원 유치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의료노조 등은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영리병원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한 자신의 공약을 지켜 국제녹지병원 설립 승인 요청을 취소해야 한다"며 "복지부는 우리나라 의료를 돈벌이 상품으로 만드는 영리병원 설립을 절대 승인하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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