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비 알림서비스 이어 장기입원시 ‘건강생활유지비’ 지원 제외…“더 많은 빈곤층 죽음으로 내몰아”

[라포르시안]  정부가 복지재정의 누수·낭비를 차단할 종합 대책을 추진한다.

복지재정의 부정수급을 근절하고, 유사·중복 복지사업 정비 등을 통해 올해에만 3조원 상당의 재정절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GDP대비 사회복지 지출이 2014년 기준 OECD 28개국 가운데 가장 낮은 상황에서 3조원의 복지재정 절감은 사실상 불가능할 뿐 아니라 빈곤층을 사각지대로 내모는 반인권적인 정책이라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복지재정 절감 대책으로 의료급여 수급자의 의료비 지원 혜택을 축소하는 방안도 추진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1일  이완구 국무총리 주재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지속가능한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복지재정 효율화 추진방안’을 논의·확정했다.

이날 회의에는 현장과 실무에 경험이 많은 관계부처 차관과 17개 시․도 부단체장들이 참석했다.

회의 결과, 복지재정 효율화를 위해 정부는 ▲정보시스템을 통한 누수 차단  ▲부적정수급 근절 ▲유사․중복 복지사업 정비 ▲재정절감 인프라 강화 등 4대 분야를 중점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이완구 총리는 "최근 제기된 국민부담 증대나 복지 구조조정 논쟁에 앞서 ‘있는 돈이라도 알뜰하게 쓰는 노력’을 우선 하는 것이 납세자인 국민에 대한 도리"라며 "중앙·지방이 함께 복지재정 효율화에 적극 나서줄 것"을 지시했다.

복지재정의 누수·낭비를 위한 방안 가운데 보건복지부 관련 사안으로 ‘사무장병원 특별점검반’을 운영하고, 경찰청과 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의 합동점검을 지속할 방침이다.

재정절감 인프라 강화 차원에서 의료급여 등 지출 증가율 및 누수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대해서는 제도개선 등을 통해 대응하는 방안도 수립했다.

그 일환으로 의료급여 수급자의 장기입원 기간 동안 외래진료 본인부담금(건강생활유지비, 연 7.2만원) 지원을 제외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건강생활유지비는 의료급여1종 수급권자 1인당 매달 6,000원씩 지원해 외래진료시 본인부담금을 납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본인부담 완화제도이다.

앞으로는 의료급여1종 수급권자가 장기입원할 경우 이 비용을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불필요한 장기입원을 억제하겠다는 취지이다.

이런 식의 복지재정 누수·낭비 대책이 빈곤층에 대한 사회안전망 사각지대를 높일 것이란 우려가 높다.  참여연대사회복지위원회는 "우리나라의 빈곤율은 최저생계비 미만 절대빈곤율이 2012년 7.6%로 최근 수년 간 거의 변동이 없었고, 중산층의 빈곤화 현상이 오히려 심화되는 상황에서 정부는 복지 부정수급 근절을 강력하게 추진했으며 이를 통해 기초생활수급자는 매년 줄어들었다"며 "정부가 마땅히 보장해야 할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를 줄이기는커녕 넓히는 역할만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위원회는 "부적정수급 단속만 강화하고 이를 통한 예산절감을 주문한다면 빈곤의 사각지대를 적극 발굴하고 보호해야 할 공무원들은 끊임없이 감시를 통해 지출을 줄이는 업무에만 매달려야 할 것"이라며 "결국은 더 많은 빈곤층을 죽음으로 내모는 결과가 될 것이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뿐만 아니라 복지부는 오는 7월부터 의료급여 수급권자를 대상으로 '의료급여 진료비용 알림서비스'를 시행할 방침이다.

이 서비스는 의료급여 과다이용이 예상되는 대상자에게 의료급여 진료비 지원 내용을 알리고, 의료이용량이 많은 특정 상병 정보도 제공할 예정이다.

의료급여 진료비 알림서비스가 저소득 의료소외계층의 의료이용을 억제하고, 건강권을 침해하는 제도라는 비난여론이 거세다. 

시민사회단체는 "복지부의 '의료급여 진료비용 알림서비스'는 의료급여 환자들에게 당신이 현재까지 어느 질병으로 어느 정도의 비용을 사용했으니 주의하라는 경고문을 보내겠다는 것"이라며 "이는 가난한 이들에 대한 권리 침해 행위이고 차별이며, 의료급여 환자들의 건강을 위협할 것이라는 측면에서 국가에 의한 건강 파괴 행위"라고 비난했다.""복지예산 축소하려는 핑계를 가난한 이들에게 전가" 한편 이명박 정부를 기점으로 의료급여 수급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의료급여 수급자는 참여정부에서 지속적으로 확대해 오다 MB정부 들어서 수급자격 심사 강화와 차상위 의료급여 수급자를 건강보험으로 전환하면서 그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각종 국정통계를 집대성한 e-나라지표의 '의료급여 수급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의료급여 수급자수는 2005년 176만2,000명(수급률 3.6%)에서 2007년 185만3,000명(3.8%)로 늘었다가 MB정부가 출범한 2008년 184만1,000명(3.7%)으로 감소하기 시작해 2009년 167만7,000명(3.4%), 2011년 160만9,000명(3.2%), 2012년 150만7,000명(3.0%)으로 줄었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에는 145만9,000명(3.0%)으로 감소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박근혜 정부는 복지 공약을 후퇴하면서 마른 수건을 다시 짜서라도 복지예산을 축소하려는 핑계를 가난한 이들에게 전가하려 한다"며 "정부는 예산을 이유로 기초생활수급권자 및 의료급여 수급권자수를 계속 줄여왔다. 현재 절대빈곤층 추정인구 410만 명 중 146만 명만이 의료급여 수급권자로, 나머지 절대빈곤층에 대해서는 의료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도 부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건강세상은 "가난한 사람들의 삶과 건강권을 훼손하고 경제 위기의 고통을 가난한 사람들에까지 전가하려는 박근혜 정부는 무자비하고 치졸한 탄압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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