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안 브리핑]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관련 연구결과 게재…“사회가 빈곤층 아이들 복지향상 위해 투자해야 하는 이유”

[라포르시안]  소득불평등 심화는 전세계적인 현상이며, 정치가, 경제학자, 과학자들은 그 원인과 해법을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소득불평등은 기회불균등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발표된 연구에 의하면 그 이상인 것으로 보인다.

3월 30일 '네이처 뉴로사이언스'(Nature Neuroscience)'에 발표된 연구결과(Family income, parental education and brain structure in children and adolescents)에 따르면 소득 및 교육의 차이가 성장하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뇌크기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연구결과는 정책적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며, 빈곤퇴치 정책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과학자들은 오래 전부터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가정의 자녀들이 다양한 인지능력검사(IQ검사, 언어능력, 집행기능 검사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보다 최근에 일부 연구자들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가정의 자녀들은 뇌의 핵심부분(기억 및 언어능력에 관여하는 영역)이 크거나 잘 발달해 있다"고 보고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런 연구에는 몇 가지 한계가 있었다. 첫째, 기존의 연구들은 `사회경제적 지위`와 `인종`의 영향을 구분하지 않았다. 미국의 경우 소수인종 집단과 빈곤층은 겹치는 경향이 있으므로 양자를 구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둘째, 부모의 소득과 교육수준은 어린이의 뇌발달에 상이한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연구는 이 두 가지 요인들을 별개의 요인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예컨대, 부모의 소득은 자녀에게 투자되는 물적자원(건강식품, 의료혜택 등)의 크기를 나타내는 지표인데 반해 부모의 교육수준은 자녀의 지적발달을 촉진하는 환경으로 작용한다.

네이처 뉴로사이언스에 발표한 사상 최대의 연구에서 컬럼비아 대학교의 킴벌리 노블 교수(신경과학)와 LA 소아병원의 엘리자베스 소웰 박사(신경과학)가 이끄는 연구진은 미국의 여러 도시에서 모집한 3~20세의 어린이와 청소년들 1,099명을 대상으로 MRI 뇌영상을 촬영했다. 연구진은 MRI를 이용하여 참가자들의 대뇌피질 표면적을 측정했는데, 대뇌피질은 고도의 인지처리에 관여하는 영역이다.

연구진이 대뇌피질의 표면적을 연구대상으로 선정한 이유는 `대뇌피질은 아동기와 청소년기를 통해 성장한다`는 선행연구 결과를 통해 그것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녀의 뇌발달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좋은 지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동물과 인간을 대상으로 수행된 선행연구에 의하면, 대뇌피질의 전반적 크기는 유전적 요인에 의해 부분으로 결정되지만, 생의 경험이 축적될수록 대뇌피질이 성장하기도 한다고 한다.

연구진은 표준 인지능력테스트를 통해 참가자들의 인지능력을 검사했으며,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녀의 뇌구조에 미치는 순수한 영향`을 가려내기 위해 DNA 검사를 통해 참가자들의 인종별 차이를 보정했다.

그 결과, 대뇌피질의 표면적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나타내는 몇 가지 지표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 부모의 교육수준은 대뇌피질의 전반적 면적(특히 언어, 읽기, 집행기능에 관여하는 영역의 면적)과 비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즉, 대학 졸업자의 자녀들은 고등학교 졸업자의 자녀들보다 대뇌피질 표면적이 3% 넓은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부모의 연간소득이 15만 달러 이상인 어린이들은 25,000달러 미만인 어린이들보다 대뇌피질의 표면적이 6% 넓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극빈층의 경우 소득차이가 약간만 나도 대뇌피질의 표면적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마지막으로, 대뇌피질의 표면적은 일부 인지능력 검사, 특히 집행기능과 기억력을 측정하는 검사의 성적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연구진은 "사회적경제적 지위와 뇌구조 간의 상관관계는 인종 등의 배경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에게서 나타났으며, 뇌구조의 차이는 인지능력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자녀의 대뇌피질 면적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지기는 했지만, 이러한 상관관계의 근저에 깔려 있는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으면 가정환경이 열악하여 스트레스가 가중되고, 산업용 화학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며, 영양섭취가 부족할 수 있다. 반면에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으면 자녀들의 인지능력 발달을 촉진하는 기회가 많아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를 수행한 연구진은 `극빈층일수록 소득 차이가 뇌발달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진다`는 연구결과를 강조하며, `빈곤퇴치 정책을 통해 어린이들의 뇌구조 및 인지능력 차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결과가 위정자들에게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인간의 뇌는 아동기와 청소년기를 통해 꾸준히 발달한다. 어린이와 청소년의 성장환경을 개선하면 그들의 지적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의 마서 파라 교수(인지신경과학)는 "이번 연구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자녀의 뇌발달 간의 관련성을 생물학적으로 밝히는 데 크게 기여했다. 소득 및 교육 수준이 인간을 형성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아동기 빈곤(childhood poverty)을 해소해야 한다는 연구진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구태여 신경과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사회가 가난한 어린이들의 복지향상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연구는 뇌영상 촬영을 통해 아동기 빈곤의 문제점을 만인에게 알렸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논평했다.<원문 바로가기>


[알립니다] 이 기사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운영하는 미래기술정보 포털 미리안(http://mirian.kisti.re.kr)에 게재된 글을 전재한 것입니다. 본지는 KISTI와 미리안 홈페이지 내 GTB(Global Trends Briefing 글로벌동향브리핑) 컨텐츠 이용에 관한 계약을 맺었습니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