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석(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

[라포르시안]  지난해 12월 18일 금융위원회 보험과는 '실손의료보험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된 대책의 주요 내용은 ▲보험료 인상에 대한 보험사의 책임 강화 ▲자기부담금 현실화 ▲보험료 공시 강화 ▲보험금 관리체계 마련 ▲실손의료보험 운영에 대한 법률 근거 마련 등이다.

이중 의료계와 직접 관련된 사항은 비급여 의료비의 관리 및 가입자 대신 의료기관이 보험사에 직접 청구하는 것이다. 이는 2012년 8월 30일 금융위 등에서 발표한 실손의료보험 종합개선대책과 유사하다. 이러한 대책이 겉으로는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한다고 하지만 결국 실손보험사의 손해를 줄여 이익을 극대화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가입자 자기부담금을 10에서 20%로 올리는 것 역시 보험사의 이득으로 작용할 것이다.

게다가 보험사와 가입자간의 사적 계약 관계에 의료기관은 강제로 청구대행자로 지정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자료를 보내고 보험청구 및 분쟁 등에 대한 행정비용을 고스란히 떠 안게 됐다. 이렇게 되면 보험사는 보험심사청구에 따른 행정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얻는 셈이다.

2012년 4월 현재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는 약 2,522만명(단체보험․유사보험 포함시 약 3천만명 추산)으로, 매년 300만명 이상의 신규가입자가 늘고 있다. 연간 수입보험료는 약 3.3조원(손보사 2.5조원, 생보사 0.8조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민간보험사들의 손해율이 증가한다고 하지만 실제 경영실적을 보면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2014년 보험사들이 낸 당기순이익은 5조600억원으로 알려졌다. 가입자들에게 지급해야 하는 보험지급률은 약 50% 정도에 불과했다.(2013년 국회예산정책처 ‘건강보험 사업평가’ 보고서 통계). 그렇다면 대체 돈이 어디로 사라졌길래 보험사가 손해를 보고 있다는 것일까.

여기에는 용어의 착시현상이 있을 수 있다. 사회진보연대가 펴낸 '민간의료보험 관련 정책의 의미와 보건의료운동의 대응전략'이란 보고서를 보면 보험사는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이 100%를 넘는데다 매년 증가하고 있어 보험료 인상요인이 충분히 존재한다고 주장하나 보험사가 사용하는 손해율은 위험손해율로, 100%가 넘는다고 적자가 나는 것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실제 보험사의 손해율은 지급률로 파악할 수 있는데,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0년 3월 기준 생명보험사의 전체 지급률은 59.3%에 불과했다. 이 지급률은 통합상품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그 중에서 실손의료보험의 지급률은 40~50%정도로 추정했다. 국회예산정책처의 보고서 내용과 유사하다.

또 하나 이유로 광고 등의 과도한 판매관리비 지출을 들 수 있다. TV를 보는 사람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TV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광고 중 하나는 대부업, 그리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보험광고 이다. 실제 광고도 많이 하고 그로 인한 지출, 즉 판매관리비는 늘어나면서 이로 인해 국민들은 불필요한 보험을 중복가입하게 돼 결국 재산적 손해를 입는 결과를 가져온다.

손보사의 손해율이 높은 이유 중 하나는 보험상품 설계를 잘못한 탓도 있다. 2006년부터 본격 판매된 실손의료보험은 초기 보험의 특성상 시장 선점을 위해 입원하면 10만원에서 많게는 30만원 넘게 나오는 특약 등을 제시하며 보험가입자들의 과사용 및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거나, 명확한 보장한계를 명시하지 않아 가입자들의 욕구를 무한대로 올려놓았다. 질병에 걸렸을 때 최대한 많은 혜택을 보려고 가입한 것이 실손보험이므로 가입자 입장에서는 이를 최대한 활용하려 하는게 당연하다. 이것이 보험가입자의 잘못인가. 이는 보험상품을 잘못 설계한 보험사의 과오이지, 이를 개개인의 도덕성으로 몰고 가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여기까지가 실손보험 논란의 끝은 아니다. 사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4대 중증, 3대 비급여에 대한 급여 확대 를 추진했다. 이를 통해 가장 큰 반사이익을 누린 곳이 바로 민간보험사다. 실손의료보험은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는 비급여 부분을 보장해주는 데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되면 민간보험사는 그만큼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김용익,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에 따른 민간보험사의 반사이익이 2014년에만 2900여억원이며,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누린 이득은 모두 2조5379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즉 급여화로 인해 실손보험사는 앉아서 2조5천억원이 넘는 이득을 본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사이득 역시 금융위는 이야기 하지 않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오로지 보험사 돈 벌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이번 금융위 대책 중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자동차보험 진료내역 심사체계를 참조하여 보험회사가 비급여 의료비 적정성 확인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자동차보험은 2012년 관련법 개정을 통해 심평원이 위탁 심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자동차보험처럼 실손의료보험도 심평원에 심사를 위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손의료보험의 비급여를 심평원이 위탁심사할 경우 이 과정에서 개인질병정보 유출 위험이 높다. 특히 심평원의 비급여 심사정보에 담긴 환자의 개인질병정보와 진료내역이 모두 민영보험사로 유출이 될 경우 민간의료보험회사가 이를 영업에 악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금도 애매모호한 급여기준과 ‘사례별 심사’로 의료기관에게 갑으로 존재하는 심평원이 대형 민간보험사의 이득을 위해 일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 심평원의 심사체계 및 EDI구축 등은 모두 사회보험인 건강보험료로 만들어진 것인데, 이를 민간보험사가 몰래 사용하는 것은 대한민국 행정체계 근간을 흔드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볼 때 과연 금융위가 국민과 보험가입자를 위한 기관인지, 보험사 편인지 진심으로 묻고 싶다. 금융위가 어느 편에서 일하는 지는 최종 수혜자가 누구인지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금융위에 실손보험료 안정화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개별 보험상품들의 보험료 실지급률을 공개하고 일정수준(약 80%)이하 지급시 익년 가입자들에게 해당 금액만큼을 돌려주어야 한다. 둘째, 정확한 실지급률을 알기 위해 개별 보험사들은 광고비, 설계수당, 관리 부실로 인한 손해율(단기 계약 파기 등)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셋째, 보험청구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보험금청구 간소화 서비스를 이용해 일정금액 또는 조건에서는 영수증 만으로 보험금을 지급하도록 해야 한다. 사실 최근 의료기관의 민원 중 하나가 보험사의 서류 요구로 인한 행정업무의 과다이고, 구식 약관의 부실로 인한 보완서류 요구 등이다.

실손의료보험 가입자들이 과잉 의료이용을 한다거나 의료기관이 실손의료보험 가입유무를 확인하고 비급여 치료를 권유한다는 식으로 마치 부도덕한 것처럼 매도하는 금융위의 인식과 그에 따른 대책은 매우 실망스럽다. 지금이라도 민간보험사의 구조를 개혁하고, 과도한 광고와 사업비를 줄여 보험의 고유 목적인 지급률을 높여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만이 장기적으로 보험사가 가입자 및 의료기관과 공생할 수 있는 길이다.

서인석은?충남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재활의학과 전문의로 현재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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