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사락 / 임석재 지음 / 이담북스 펴냄, 2014년

[라포르시안]  ‘꿩 먹고 알 먹고’, ‘도랑 치고 가재 잡고’와 같이 한 가지 일로 두 가지를 얻는 경우를 빗댄 비유가 많습니다. 심지어는 화투판에서도 ‘일타쌍피’라는 사자성어까지 만들어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하나로 두 가지를 얻는 경지를 넘어 네 가지를 얻을 수 있다면 무조건 해봐야 하는 일이 아닐까요? 하나로 네 가지를 얻을 수 있는 놀라운 비법을 담은 책을 소개합니다. 독서가 임석재님의 <독서사락>입니다. 저자가 따로 밝히지는 않았습니다만, ‘독서로 즐기며 배워보는 읽기와 듣기, 말하기와 쓰기의 모든 것!’이라는 카피를 달아놓은 것을 보면, 독서사락은 ‘讀書四樂’임이 분명합니다. 독서로 얻을 수 있는 네 가지 즐거움인거지요.

저자는 ‘활자중독’이라는 핀잔을 들을 만큼 지독한 독서습관 덕분에 책읽기를 넘어 젊은 나이에 책을 두 권이나 써내기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저자는 ‘쓰고 싶다. 쓰고 싶다. 문득 글을 쓰고 싶었다.’라고 글쓰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반복하여 적는 것으로 <독서사락>의 서문을 시작합니다. 이런 저자의 욕구가 충분히 이해되는 것은 저 역시 비슷한 경험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독후감을 남긴 책읽기가 천권을 넘어가면서 글쓰기가 조금씩 나아지는 느낌과 함께, 이런 책을 써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가 하면 ‘책으로 대표되는 활자로 된 무엇인가를 손에서 놓지 못한다는 것은 그만큼 생활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는 의미’라는 저자의 생각을 저 역시 느끼는 것을 보면, 책 읽는 사람들의 공통분모 같은 것이 생기는 모양입니다.

‘왜 읽기·듣기·말하기·쓰기인가?’라는 의문에 대하여 저자는 이 네 가지가 삶을 살아가는데 절대적으로 필요한 요소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네 가지를 일정수준 이상 할 수 있다면 어느 분야에서건 평균 이상의 몫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어느 한 가지를 매우 잘하거나, 두 가지 이상을 평균 이상으로 잘하거나, 아니면 세 가지 이상을 그럭저럭 잘하는 사람을 쉽게 만나볼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저자는 책을 읽어 찾아낸 읽기․듣기․말하기․쓰기에 관하여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방법들을 정리해보려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특히 대학생,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합니다만, 딱히 제한을 둘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누구나 한번쯤은 고민을 해본 문제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읽기’를 제일 앞에 두었습니다. 아마도 읽기가 바로 종자돈이 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람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정보를 얻습니다. 그래도 책읽기가 가장 보편적이며 정확한 정보를 얻는 길일 것입니다. 책읽기는 다양한 이점을 가지는데, 우선 읽는 사람이 마음대로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점이 될 것 같고, 정보의 대가로 지불하는 비용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정보의 비교도 용이하고 설명하고 전달하는 방법도 다양하기 때문에 각자의 수준에 맞는 것을 고르면 됩니다. 단순하더라도 정보가 지식이 되고, 지식이 쌓여서 자신만의 가치로 전환되면 지혜가 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저자는 “정보에서 지식으로, 지식에서 지혜로, 지혜에서 철학적 사유까지 상승할 수 있는 사고의 전환을 이끌어 낼 내적 역량은 책읽기를 통하여 길러진다(25쪽)”라고 하였습니다.

중요한 점은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 있습니다. 저자는 모두 열 두 가지의 읽기의 원칙을 소개합니다. 그 첫 번째는 “시간을 정하지 말고 ‘지금’ 읽어라”입니다. 책읽기가 화제에 오르면 ‘시간이 없어서…’라며 말꼬리를 흐리는 분들이 많습니다. 아마도 두툼한 책을 언제 다 읽을까 하는 마음에서 선뜻 책장을 열어보는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우리네 속담처럼 일단 시작하고 꾸준하게 읽다보면 어느새 마지막 쪽을 읽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서 저자는 “무엇이든 처음부터 크고, 거창하며, 화려한 것은 욕심이다. 작고 소박하지만 지금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것, 그것을 차곡차곡 조금씩 실행해 보는 것이다. 그러면 이것이 습관이 된다.(30쪽)”라고 했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얇고 가벼운 책으로 시작해서 책읽기가 습관이 되면 관심의 대상이 점차 넓혀가면 되겠습니다. 경지에 이르면 작가가 선택한 단어와 문장을 꼭꼭 씹듯 읽으면서 읽는 것과 동시에 이미지를 그려보라고 주문합니다.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은 치매에 걸린 위험이 줄어든다고 합니다. 그것은 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많은 생각을 하므로 신경세포들이 서로 활발하게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주제어는 ‘듣기’입니다. ‘듣는 것이 뭐가 어려워서’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외국인들과 이야기할 때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어떻게든 전하는데 정작 상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지 못하면 이야기가 끝나는 것입니다. 지난 해 스페인을 거쳐서 모로코로 여행을 할 때의 일입니다. 배에서 내려 여권을 검사하는 모로코 경찰에게 배 안에서 열심히 외운 대로 ‘살라 말레꿈’이라고 말을 건넸습니다. 아랍어로 ‘안녕하세요’라는 말입니다. 그러자 경찰이 무어라고 대답을 했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으니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말레꿈 살라무’라고 대답한다고 배웠는데 경찰은 그렇게 대답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혹시 ‘이 사람이 왜 그래?’ 그러지 않았을까요?

우리말도 그렇습니다. 상대가 하는 말을 잘 듣기 위해서는 집중을 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상대방의 관점, 주장, 의견에 대하여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오해할 일이 없어지는 것입니다. 그만큼 듣기가 중요하다는 의미입니다. 역시 열두 가지로 요약한 ‘어떻게 들을까?’하는 방법론을 보면 재미있으면서도 중요한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일단 귀를 열어야 하고, 세상만사에 귀를 기울이라고 권합니다. 공통의 관심사를 이야기할 때는 아무래도 잘 들리고 쉽게 이해되기 마련입니다. 공부를 하러 미국에 갔을 때, 제일 먼저 신문을 구독하고, 매일 다만 몇 개의 기사라도 읽으려 노력했습니다. 출근하면 미국인 동료들과 그날 신문에 난 기사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하다보면 귀에 들어오는 말이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라디오를 켜면 무슨 소리를 떠드는 지 잘 들을 수 없었습니다. 요즈음에도 차를 운전할 때는 영어방송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듣는 영어방송은 그때보다 훨씬 많이 들린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저에게 익숙한 화제들을 이야기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세 번째 주제는 ‘말하기’입니다. 말하는 것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학회에서 발표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준비를 열심히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단상에 올라서 발표를 시작하면서부터 떨리던 목소리는 결국은 울음에 가까워졌습니다. 이런 경험이 몇 차례 이어진 끝에 드디어 떨지 않고 발표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때 만해도 발표할 내용을 미리 써서 외우다시피 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발표 자료를 만들 때 전체의 틀을 고려하면서 만들기 때문에 발표할 문장까지 일일이 외우지는 않습니다. 상황에 따라서 적절한 비유를 끌어오려면 정해진 대로 따라하는 발표가 적절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말하기는 자신의 생각을 상대에게 잘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입니다. 저자는 말하기에서 중요한 점을 세 가지로 요약했습니다. 첫째, 사투리 등 개인에게 국한된 습관을 고쳐야 한다. 둘째, 자신의 실력에 자만하지 말고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셋째,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등입니다. ‘어떻게 말할까?’하는 방법으로 역시 열두 가지를 들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인상적인 것은 말해야 하는 이유를 생각해야 하고, 핵심을 콕 집어서 이야기 하라는 것입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사실 준비가 충분하지 못하면 놓치기 쉬운 점이기도 합니다. 대부분 사람들이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말할 수 있는 시간에 제약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학술대회와 같은 공식적인 행사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넘기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충분히 설명하려는 의욕이 앞서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다음 발표자는 그만큼 시간에 쫓기게 되어 자칫 실수하거나 자신이 전할 내용을 줄여야 해서 결국은 청중의 피해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결국 시간을 지키지 않은 발표자가 비난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충분히 연습을 하고, 발표할 때도 시간을 확인해가면서 주어진 시간 안에 발표를 마무리해야 합니다.

마지막 주제는 ‘쓰기’입니다. 쓰기의 문제는 자신 있다는 사람보다는 그렇지 않은 사람이 훨씬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일상에서 쓰기를 의외로 많이 하고 있습니다. 특히 SNS가 대세인 요즈음에는 간단한 쪽지를 써 보내는 일이 다반사가 되었습니다. 이 또한 쓰기인 것입니다. 쓰기에 자신이 없다고 하는 분을 만나면 일단 써보시라고 권합니다.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일기숙제를 해보셨을 터인데, 대개는 일기숙제가 끝나면 일기쓰기를 그만두는 것 같습니다. 저는 중학교 2학년 무렵 시작한 일기 쓰기를 가급적이면 빠트리지 않고 대학 다닐 때까지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다닐 무렵에는 인근도시에서 학교를 다니던 친구와 편지를 주고받기 시작해서 편지친구를 늘려갔습니다. 사무실 책장에 간직하고 있는 편지를 지금 꺼내보면 치졸하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만, 그때는 대단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일기쓰기와 편지쓰기는 저의 글쓰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요즈음에는 큰 아이가 훈련을 받고 있는 중이라서 매일 한통의 편지를 써 보내고 있습니다. 5주의 훈련을 받는 동안 편지를 받아볼 수 있는 4주 정도 이어갈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 무렵에 편지지를 펼치고 펜촉에 잉크를 묻혀 첫줄을 쓰기 시작하면 단숨에 A4용지 두 장 분량을 써내려 갑니다. 편지 전체의 내용을 미리 가늠해두고 쓰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그냥 담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틀린 문장이 나오기도 합니다만, 별로 고치지 않고 마무리를 합니다.

필요하면 말을 하면 되지 굳이 쓰기까지 해야 하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말하는 것과 쓰는 것은 엄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말하기는 현장성이 있어 중요한 내용을 전하려면 실수를 하지 않도록 긴장을 해야 합니다. 그리고 실수를 하게 되면 이를 번복하기 위하여 몇 배나 힘이 들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쓰기는 특정 공간에 함께 한 상대에게 바로 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단 써놓은 내용을 충분한 시간을 두어 검토한 끝에 최종적으로 결정된 문안을 보내면 되기 때문에 실수의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저자는 역시 열두 가지의 방법을 ‘어떻게 쓸까’라는 의문에 답변으로 내놓았습니다. 그 첫 번째는 ‘생각나는 대로 써보자’입니다. 제가 흔히 써먹는 방법입니다. 일단 써놓고 손질을 하면서 이어지는 좋은 생각들을 더하여 다듬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저의 약점이기도 한 ‘짧은 글을 잘 써야 한다.’입니다. 저 역시 문장이 길어지면 전체 내용이 한 눈에 들어오지 않는 약점이 있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문장이 길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는 초고를 다시 읽어가면서 적당하게 문장을 끊어 짧은 문장으로 나누는 것으로 해결합니다. 그래서 ‘퇴고의 즐거움을 누리자’라는 저자의 권유에 공감을 하게 됩니다.

임석재님의 <독서사락>을 읽다보면 아마 나도 이런 책을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분도 생길 것 같습니다. 다산이 유배지에서 두 아들에게 보낸 서한을 묶은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에는 두 아들에게 책읽기 중요성, 책 읽는 방법을 일깨우는 내용도 나옵니다만, 책을 쓰는 요령도 있습니다. 다산의 책 쓰는 요령을 참고하여 <독서사락>의 구조를 보면 전체를 아우르는 서문이 있고, 읽기․듣기․말하기․쓰기의 각각에 대하여 필요한 이유, 정의, 이어서 열두 가지의 방법을 적고 있습니다. 책 쓰기의 첫 번째 작업은 ‘책을 왜 쓰는지’를 먼저 생각하고, 이어서 전체의 얼개를 구성하여 목차를 정하는 일이라고 하겠습니다. 무엇이든 처음이 어렵지 일단 해보면 다음부터는 쉬워진다고 합니다. 책 쓰기를 한번 해보시렵니까? 그렇다면 일단 책읽기부터 시작해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양기화는?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병리학을 전공했다. 미국 미네소타대학병원에서 신경병리학을 공부해 밑천을 삼았는데, 팔자가 드센 탓인지 남원의료원 병리과장, 을지의과대학 병리학 교수, 식약청 독성연구부장,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을 거쳐 지금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상근평가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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