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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국회, ‘복제약 독점권’이란 독사과를 국민에게 건넸다”시민사회단체, 한미FTA 이행 개정 약사법에 강한 우려 표명…“미국서도 부작용 몸살”

[라포르시안]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를 가장 먼저 무력화시킨 제네릭에 9개월 간의 독점판매권을 주는 내용의 '약사법 개정안'이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달 15일부터 한미 FTA에 따른 의약품 허가특허연계제도 시행을 앞두고 국민들의 약값 부담 경감과 국내 제약산업을 보호하는 것이 제네릭 독점판매권을 도입하는 취지다.하지만 시민사회단체는 오히려 심각한 역효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건강보험가입자포럼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국제통상위원회, 의료민영화저지와 무상의료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등의 시민사회단체는 5일 공동성명을 내고 복제약 독점판매권 도입에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시민사회단체는 "허가-특허연계제도는 특허분쟁중인 복제 의약품의 시판을 강제로 지연시켜 환자와 국민들에게 피해를 강요하는 대표적인 한미 FTA 독소 조항이므로 이 제도로 인해 입을 국민들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법률안이 필요하다고 수차례 주장했다"며 "그러나 국회가 통과시킨 법률안은 국민들의 피해를 최소화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고 반발했다.

허가-특허연계제도를 도입한 국가 중에서 복제약 독점판매권을 인정하는 곳이 극히 드물고, 이 제도로 인해 상당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복제약 독점제도는 허가-특허연계제도를 시행중인 국가들 중 오직 미국에서만 채택하고 있는 제도"라며 "미국에서는 이 제도로 인해 오리지널 제약사와 복제약 제약사가 담합해 오히려 복제약 시판이 지연되는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오리지널 의약품을 보유한 제약사와 복제약 제약사 간 담합으로 인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정부는 약사법 개정안에 '자료 독점합의 제출의무'를 규정해 놓았다.

그러나 이런 규정이 실효성이 없다는 게 시민사회단체의 판단이다.

이들 단체는 "정부는 합의 보고를 의무화하는 조항으로 담합을 막을 수 있다고 장담하지만 이 조항은 유명무실하다"며 "담합 사례에 몸살을 앓던 미국이 앞서 합의 보고를 의무화 했지만 이후에도 담합이 지속되고 있으며 담합 사례에 따라 법원의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음성적 담합은 적발하기 힘들고 적발하더라도 담합 이익에 비해 과징금이 가벼운 사례가 많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제약업계는 복제약 독점권이 없으면 특허도전이 저하될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이런 주장을 제대로 입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앞서 허가-특허 연계제도를 도입한 캐나다의 경우 복제약 독점제도가 없지만 매년 꾸준한 특허 도전 사례와 복제약 회사의 승소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며 "미국에서도 복제약 독점이 불가능했던 몇 년간 특허도전이 계속 이어졌던 바 있다. 오히려 미국에서 복제약 독점제도 시행 이후 독점권을 획득한 기업들 중 80%가 매출 1조원 이상의 거대 기업들이었다는 사실은 이 제도가 몇몇 제약사만을 위한 정책임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국회가 부실특허를 제대로 관리할 방안을 묵살했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이들 단체는 "허가-특허연계제도로 강화될 특허 중 대다수가 부실 특허나 다름없다. 우리나라에서 2000년에서 2008년까지 의약품 물질특허와 관련한 특허 분쟁 48건 중 무려 37건(77.1%)에서 복제약 회사가 승소했다"며 "이렇듯 부실한 특허가 어떤 제재도 받지 않고 의약품 특허 목록집에 등재되면 특허 기간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거나 특허 소송을 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보건부 산하 의약품 특허 등재관리부서(OPML)가 직접 특허목록을 관리해 부적합한 의약품 특허 등재를 반려하고 있는 캐나다처럼 우리나라도 '의약품 등재 관리원'을 설치·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부실 특허를 공공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하자는 법안이 제출됐으나 정부와 국회가 이 방안을 묵살했다고 비난했다.

허가-특허연계제도 시행 후 오리지널 제약사가 제네릭 판매를 제한하려는 목적으로 특허쟁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했을 경우 건강보험 재정에 끼친 손실만큼 건강보험공단이 징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건강보험법 개정안(작년 6월 입법예고)' 입법이 무산된 것에 대해서도 강하게 성토했다. 

시민사회단체는 "이 개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결국 통과되지 못했고, 판매제한 제도를 고의로 악용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는 조항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삭제됐다"며 "오리지널 제약사가 판매금지 제도를 악용하더라도 제대로 처벌할 수 없게 됐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정부와 국회는 이행 법안을 논의하며 시종일관 국내외 대형 제약사들의 눈치를 살폈고, 제약사들의 이익만 고려한 제도를 짜다 보니 피해는 모두 국민들의 몫으로 남았다"며 "허가-특허연계제도와 최악의 이행법안이 통과된 결과 국민들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불필요한 약값을 더 내게 되었고 그 피해규모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상기 기자  bus19@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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