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한 상황서 이 교수 개인명의로 빌리고 외교부가 지급보증… “한국선주협회서 40만불 냈다”

[라포르시안] 최근 라포르시안 단독 보도로 아주대병원이 석해균 전 삼호주얼리호 선장의 치료비 2억여 원을 지급받지 못한 채 포기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본지가 확보한 학교법인 대우학원의 이사회 회의록(2월 5일 개최)에 따르면 이사회에서 가결된 '부속병원회계 대손상각 처리 승인안'의 악성 미수금 2억4,016만원 중 상당액이 석해균 선장의 치료비용이었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석 선장의 병원비를 내야 할 책임이 있는 삼호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치료비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이 보도가 나간 직후 국가재난 상황에서 발생한 일에 적극 나선 병원이 오히려 손해를 입게 되는 상황이 온당치 않다는 비난여론이 일었다.

그런데 당시 해적이 쏜 총에 맞아 심각한 총상을 입은 석 선장을 국내로 긴급 호송하기 위해 사용한 에어앰뷸런스 이용 비용도 정부가 아니라 한국선주협회에서 결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언론보도 등에 따르면 2011년 1월 28일 오만에 급파된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는 석 선장의 상태를 확인한 후 "오만에 더 놔두면 사망한다"고 판단, 에어앰뷸런스를 이용해 한국으로 호송할 것을 적극 주장했다.

당시 석 선장의 후송에 이용하려는 에어 앰뷸런스는 국제 의료지원 기업 인터내셔널SOS사가 운영하는 스위스제로, 전세비용이 약 40만달러(약 (4억4800만원)에 달했다.

긴박한 상황에서 국내 정부 측과 연락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자 이 교수는 "내 돈이라도 낼 테니 앰뷸런스를 꼭 임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의 적극적인 의지에 결국 청와대와 정부 관련부처의 협조를 얻어 에어 앰뷸런스를 이 교수의 이름으로 빌리되 외교부가 비용지급 보증을 서는 것으로 상황이 정리됐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이 교수는 다음날인 2011년 1월 29일 석 선장을 한국으로 후송해 아주대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었다.

▲ 오만에서 한국까지 석해균 선장을 이송한 에어 앰뷸런스.

그렇다면 이후 에어 앰뷸런스 비용은 어떻게 처리했을까.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아주대병원의 한 관계자는 지난 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에어 앰뷸런스 비용은 결국 정부가 아니라 한국선주협회라는 곳에서 지급했다"고 밝혔다.

긴급한 상황에서 외교부가 지급보증을 서고 이국종 교수 개인명의로 빌렸지만 비용은 한국선주협회에서 냈다는 것이다.한국선주협회는 해적들에게 피랍된 삼호주얼리호를 소유한 삼호해운이 회원사로 가입한 단체이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에어 앰뷸런스 임대 후 비용지급이 늦어지자 해당 회사에서 이국종 교수에게 결제를 독촉했다는 점이다.  이 관계자는 "에어 앰뷸런스 비용이 지급되지 않자 스위스 회사에서 이국종 교수에게 비용 결제를 독촉하는 최고장까지 발송했다"며 "그 일 때문에 이 교수가 마음 고생을 심하게 했다"고 말했다.

결국 석해균 선장의 한국 후송에 따른 에어 앰뷸런스 임대 비용은 한국선주협회가, 이후 치료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은 아주대병원이 떠안은 셈이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아덴만 여명작전을 직접 지시했고, 대통령 주치의를 직접 보내 석 선장의 치료를 적극 지원하도록 조치했다.

그렇지만 이후 석 선장의 치료과정에서 발생한 치료비와 그를 한국으로 후송하기 위해 임대한 에어 앰뷸런스 비용에 대해서는 별다른 지원을 하지 않은 것이다.

이 때문에 당시 MB정부가 석 선장을 '아덴만의 영웅'이라고 칭하며 정권홍보에 적극 활용해 놓고 정작 그를 치료하기 위해 적극 나선 병원과 의료진에 대해서는 제대로 지원하지 않았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완주 원내대변인은 지난 2일 현안브리핑을 통해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직접 위문을 오면서 ‘아덴만이 영웅’이라는 칭호를 얻었고, 외상환자 수술 및 관리정책에 대한 국가적 관심이 컸었다"며 "그런데 병원비 2억 원은 아주대병원이 그야말로 ‘독박’을 쓰게 되면서, 누가 국가적 사안에 나서겠느냐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원내대변인은 "이명박 정부에서는 아덴만 여명작전의 성공과 석해균 선장을 아덴만의 영웅이라고 칭하며 정권홍보에 여념이 없었지만, 이제와 국가는 나 몰라라 하는 행태에 국민들은 실망하고 있다"며 "정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면밀히 분석해 별도로 지원할 방안이 없는지 적극적 검토해줄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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