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안 브리핑]

[라포르시안]  편두통을 한 번이라도 겪어 본 사람들은 그 심각성을 잘 알 것이다. 극심한 통증이 파상적으로 몰려오는 것은 기본이고, 구역질, 시각장애, 소리·냄새·빛에 대한 급성 과민성이 수반되기도 한다. 전세계 인구의 약 10%가 편두통을 앓고 있지만 현재 편두통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방법은 없는 가운데 과학자들은 편두통의 정확한 원인을 찾아내어 좀 더 효과적인 치료법을 개발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Science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서 열리고 있는 미국과학진흥협회(AAAS) 2015년 연례회의장을 찾아 마이애미 의과대학의 테샤마에 몬티스 박사(임상신경학)와 만나, 편두통 연구 및 치료분야의 발전 현황과 향후 전망을 알아보았다.

편두통에 대한 이해는 어떻게 진화하고 있나?

그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좀 더 복잡하다. 과거에 과학자들은 편두통을 일종의 혈관장애로 봤었다. 왜냐하면 일부 환자들이 `편두통 발작을 겪는 동안 관자놀이 부분에서 맥이 뛰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편두통을 일종의 감각인지장애(sensory perceptual disorder)로 보고 있다. 왜냐하면 편두통을 겪는 동안 다양한 감각계(시각, 청각, 후각, 청각)가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편두통 환자들은 편두통이 진행되는 동안 집중력부족, 식욕변화, 기분변화, 수면장애를 느낀다고 호소한다. 나는 환자들이 발작기 사이(between attacks)에도 종종 `광과민성 증가`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데 흥미를 느끼고 있다. 이것은 그들의 신경생물학이 변화했다는 것을 시사하는 증거로 생각된다. 급성 편두통 환자의 약 2/3는 무해자극통증(allodynia)을 경험하는데, 무해자극통증이란 통증을 일으키지 않을 만한 자극(머리카락에 무엇이 닿거나, 피부에 종이나 붓 같은 물체가 닿는 것 등)에도 통증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이와 관련하여 주목할 만한 것은, 편두통 환자들의 경우 감각자극에 대한 기본적인 역치가 일반인들과 다르다는 것이다.

오늘날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편두통 치료법은?

급성편두통의 표준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것은 트립탄(triptans)인데, 이 약물은 세로토닌 수용체에 작용한다. 세로토닌은 편두통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로 간주되고 있는데, 그 이유는 편두통 발작이 지속되는 동안 세로토닌(5-HT)의 농도가 정상보다 낮아지기 때문이다. 우울증과 편두통 간에도 강력한 상관관계가 있는데, 이는 우울증이 세로토닌과 관련된 질병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실제로 우울증 환자들은 편두통을 앓을 위험이 증가하며, 역으로 편두통 환자들도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립탄의 정확한 작용 메커니즘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부 환자들의 편두통을 해결해 줄 수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밖에도 많은 약물들이 있지만 모든 환자들에게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과학자들은 새로운 표적을 겨냥하는 약물, 특히 트립탄과 달리 혈관을 수축시키지 않는 약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 유망한 치료법은?

새로운 편두통 치료제 중 하나는 CGRP(calcitonin gene-related peptide)라는 물질을 겨냥하는 약물인데, CGRP는 급성 편두통 발작 중에 분비되는 펩타이들 중 하나다. 한 다기관·무작위·이중맹검·위약대조·예방연구에 의하면, 참가자들에게 다양한 용량의 텔카게판트(CGRP 길항제)를 투여해 본 결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지만, 일부 참가자들에게서 간효소 이상이 나타남으로써 안전성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CGRP 길항제의 항체 버전이 나타나 임상 2상을 통과함으로써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아직까지는 임상시험 규모가 작아 효과를 장담할 수는 없지만, CGRP를 겨냥하는 약물이 안전할 수 있음을 입증한 최초의 임상시험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편두통은 어느 정도 유전되는가?

편두통은 워낙 복잡해서, 유전 여부를 확인하려면 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대부분의 환자들에게서 가족력을 찾아볼 수 있다. 나는 2008년 레지던트로 활동할 때 "편마비편두통(hemiplegic migraine)과 관련된 유전자는 3개`라고 배웠다. 그러나 오늘날 편두통과 관련된 것으로 밝혀진 유전자들은 여러 개이며, 그중에는 글루탐산(흥분성 신경전달물질)과 관련된 것도 있다. 그런데 뇌의 많은 영역들이 글루탐산을 사용하므로, 글루타만을 차단할 경우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편두통의 위험인자는?

편두통은 청소년기나 그 이전에 처음 나타나는 것이 보통이다. 여성은 월경주기 부근에서 편두통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지만, 남성의 경우에도 호르몬 변화에 반응하여 편두통을 겪을 수 있다. 비만, 수면부족,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 등도 편두통 발작의 빈도를 증가시킬 수 있다. 그밖의 위험인자로는 흡연이나 경구피임약 등이 있고, 편두통의 합병증으로는 뇌경색이 있다.

뇌를 대상으로 편두통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 애로사항은?

현재 과학자들은 동물모델을 이용하여 편두통을 연구하고 있는데, 동물모델만 갖고서는 복잡한 인간의 뇌는커녕 편두통 발작 상태를 정확히 시뮬레이션하는 데도 부족하다. 인간의 뇌를 촬영하면 편두통을 이해하는 것은 물론, 편두통을 치료하는 데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예컨대 뇌영상 촬영을 하면 편두통과 관련된 뇌의 구조와 연결성, 화학물질 등을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환자의 뇌를 사후에 해부해 보면, 백색질 이상이 편두통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그러한 연구결과들을 해석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데, 그 이유는 환자의 사인(死因: 뇌졸중, 암 등)에 따라 뇌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원문 바로가기>


[알립니다] 이 기사는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운영하는 미래기술정보 포털 미리안(http://mirian.kisti.re.kr)에 게재된 글을 전재한 것입니다. 본지는 KISTI와 미리안 홈페이지 내 GTB(Global Trends Briefing 글로벌동향브리핑) 컨텐츠 이용에 관한 계약을 맺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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