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선택한 사람들 / 숀 아처 지음 / 박슬라 옮김, 청림출판 펴냄, 2015년

[라포르시안]  매튜 D. 리버먼교수의 <사회적 뇌, 인류 성공의 비밀>을 소개하면서 인간은 고통을 회피하고 쾌감을 얻기 위하여 사회적 관계에 관심을 늘리도록 진화해왔다고 내용을 요약하였습니다. 즉, 사회적 관계망을 확대함으로써 인류는 더 현명해지고 행복해질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사회 안에서 타인들과 관계를 연결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마음을 읽어내며, 조화를 이루기 위하여 스스로를 통제하는 것이 중요한데 일련의 과정들은 대뇌의 신경망에 의하여 결정된다는 점을 기능성 MRI를 이용한 실험데이터를 가지고 설명합니다.

<사회적 뇌, 인류 성공의 비밀>의 리뷰를 마무리하면서 ‘인간이 결코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사회적 관계망 하나로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이 오히려 위험해 보인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하버드대학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행복학’ 강좌를 이끌고 있는 숀 아처교수의 <행복을 선택한 사람들>에서 읽은 내용입니다. 숀 아처 교수는 주장은 사회관계망을 잘 만드는 능력, 즉 ‘사회지능(SQ)을 지능지수(IQ), 감성지능(EQ)에 더하고,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여 행동과 실천으로 옮기는 긍정지능이야말로 중요하다’라고 주장합니다. 이번 주에 숀 아처교수의 <행복을 선택하는 사람들>을 [북소리]에서 소개하려고 선택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자는 먼저 IQ, EQ, SQ가 개발되어온 배경을 설명하였습니다. 지능지수(IQ, Intelligence quotient)는 언어 및 수학능력을 측정하는 도구로 개발된 것으로 1980년대까지는 인간의 잠재력을 측정할 수 있는 것으로 믿었습니다. 하지만 IQ로 직업적 성공을 예측하는 적중도는 20~25퍼센트에 불과했는데, 이 정도 예측력이라면 동전을 던져 어느 쪽이 나올지 맞출 확률보다도 형편없는 수준입니다. EQ는 하워드 가드너가 개발한 지표입니다. 자신과 타인의 감성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야말로 IQ보다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이어서 피터 샐러비와 존 D. 메이어는 감성을 이해하는 능력이이야 말로 인간의 잠재력을 예측하는데 있어 IQ보다 훨씬 유용한 지표라면서 그 능력을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 EQ)라고 불렀습니다. 감성지능이론은 심리적 압박이 극심한 비즈니스세계에서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로 인식되면서 대니얼 골먼이 쓴 은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1990년대 심리학계는 IQ와 EQ의 유용성을 두고 격론을 벌였습니다. 이어서 가드너는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능력을 구분한 사회지능(Social Intelligence, SQ)이라는 개념을 새로 내놓았고, 역시 대니얼 골먼이 이라는 책으로 비즈니스세계에 바람을 일으켰습니다. 이번에도 유용성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IQ, EQ, SQ의 세 가지 지능은 모두 중요하기 때문에 어느 것이 가장 중요한가 하는 것을 따질 이유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오히려 이런 지능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증대시킬 수 있는지가 관건이라고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세 가지 지능은 모두 중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모두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는 사실’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리하여 피라미드의 높이를 정밀하게 측정하는데 처음 성공한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가 사용한 등변삼각형모형을 인용하여 IQ, EQ, SQ을 삼각형의 세 변에 배치하고 이들을 통합하여 삼각형 내부의 성공의 영역을 창출해내는 특별한 능력이 필요하다는 방안을 도출해개기에 이른 것입니다. 즉 세 가지 지능을 한데 모으고 결합해 증폭시키는 능력, 바로 ‘성공 가능한 현실을 보는 능력’, ‘긍정지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 책의 저자 숀 아처교수는 하버드 대학교의 최고 인기강좌인 ‘행복학’ 강좌를 기획하고 강의한 행복학의 권위자입니다. 스트레스 요소로 가득 찬 비즈니스 세계에서 행복과 긍정적 문화를 조직에 심어 효율적인 업무 환경을 구축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그 성과를 전파하는데 매진해왔습니다. 저서로는 <행복의 특권>이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긍정의 원칙을 사용하여 직장에서의 성취도를 향상시키고, 직업적 목표와 야망을 달성하고 성공률을 높이는 방법을 얻을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IQ는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고, EQ는 그 ‘방법’을 보여주며, SQ는 ‘누구와 함께’ 그 일을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28쪽)고 합니다. 그런데 세 가지 지능이 우수하면서도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동기부여가 되지 않고, 노력을 하지 않으며, 불평불만이 많아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반면 긍정적인 미래를 능숙하게 창조하는 사람들을 보면, 쉬지 않고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여건이 어렵거나 심지어는 장애물을 만나도 이를 극복할 방법을 찾아내며, 심지어는 실패마저도 성공으로 뒤집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자는 “긍정적 변화를 창조하고 현실을 직시하고 행동할 때, 우리는 뇌의 능력을 십분 발휘하여 위대한 성공과 행복을 성취할 수 있다. 기억하라. 지능이 높다고 해서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은 그 지능을 잘 활용할 수 있다고 스스로 믿는 데 달려 있다.(29쪽)”라고 정리합니다. 그리하여 성공과 행복으로 향하는 다섯 가지 긍정 원칙을 제시합니다.

첫 번째 원칙은 가장 의미있는 현실을 선택하기 위한 ‘현실 설계’입니다. 다양한 현실이 존재한다는 점을 인식하고 새로운 관점까지 더해서 세상을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도록 훈련함으로써 긍정적이고 참되며 가장 중요한 현실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두 번째 원칙은 가치 있는 목표에 이르는 길을 그려내기 위한 ‘마음지도’입니다. 삶에서 중요한 지표들을 세우고 삶의 방향을 헷갈리게 하는 미끼들을 가려내는 훈련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고된 현실에서 도망치는 탈출로가 아닌 성공으로 가는 길을 찾아낼 수 있다고 합니다.

세 번째 원칙은 성공 촉진제를 활용하는 ‘X-지점’입니다. 남들보다 먼저 출발하고, 낮은 목표부터 접근하여 성취하며 목표의 크기를 확대해나갑니다.

네 번째 원칙은 긍정적 신호를 증폭하고 부정적 소음을 제거하는 ‘소음제거’입니다. 잠재력의 발현을 돕는 중요하고도 믿음직한 정보만을 가려내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특히 긍정에너지를 발휘하여 걱정과 불안, 두려움, 비관주의 등 내적 소음을 능동적으로 제거하는 법을 먼저 배워야 합니다.

다섯 번째 원칙은 주변에 긍정적 현실을 퍼트리는 ‘긍정인셉션’입니다. 일단 자신의 긍정적 현실을 창조하고 이를 타인에게 전파하는 것입니다. 이로서 IQ, EQ, SQ가 통합되었을 때 얻을 수 있는 이점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책은 저자의 긍정이론의 총론에 해당하는 ‘긍정지능의 놀라운 특권’에 이어 다섯 가지 긍정원칙에 대한 설명을 별도의 장으로 구성하고 있습니다. 특히 긍정원칙을 설명하는 장의 끝에는 앞서 설명한 원칙을 실천에 옮기는 방법을 요약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원칙, 현실설계를 설명하면서 다양한 시각을 훈련하는 방법으로 미술관 찾기를 권고하고 있습니다. 예일대학교 의과대학의 프로그램을 인용한 것입니다.

예일대학교 의과대학에서는 의학공부에도 시간이 부족하여 허덕이는 학생들을 미술관으로 데려가는 이유는 예술적 감각을 키워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관점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그들의 뇌가 새로운 시각을 수용해 세상을 다양한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화가들이 묘사해놓은 그림 속의 인물들을 나름대로 해석한 결과를 공유하다 보면 나와는 다른 시각을 배우는 기회가 됩니다. 수년전에 빅토르 위고의 <레미제라블>을 완독한 분들과 자리를 함께 하면서 같은 생각이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특히 동질적인 구성원들보다는 문화적 배경이 다른 사람들의 시각을 배우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점을 리처드 니스벳의 <생각의 지도>를 인용하여 설명합니다. 조직의 다양성이 높을수록 다양한 타인과의 네트워크가 강한 사람일수록 융통성과 적응력이 향상될 뿐 아니라 혁신과 성공을 이룰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마음지도에 관한 원칙은 리뷰를 쓰는 시점에서도 미진한 점이 남아있는 부분입니다. 이 원칙은 저자의 해군 ROTC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끌어낸 것 같습니다. 지도에는 다양한 정보가 담겨 있습니다. 중요한 지점이 있는가 하면, 챙겨볼 이유가 없는 지점도 있습니다. 이렇기 때문에 지도에 담긴 다양한 정보를 분석해서 긍정적인 의미가 있는 지표들을 융합하여 성공에 이르는 길을 따라가라는 의미로 읽었습니다. 하지만 더 나은 방식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남아 있습니다. 전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장점은 있겠지만, 경로라는 것은 결국은 길을 따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갈림길마다 나름대로의 선택기준을 적용하는 방식은 어떨까 싶어서입니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에서처럼 우리는 살아가면서 선택하지 않은 길에 대한 아쉬운 감정이 남는 것 같습니다. 선택에 있어 절대적인 기준이 없었던 경우라면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갈림길마다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이라는 기준을 정하고 있으면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고 후회가 없을 것 같습니다. 따라서 지도보다는 갈림길에서 적용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기준을 나름대로 정하는 훈련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상의 경로(critical pathway; CP)가 미리 준비되어 있다면 적정한 진료를 최단 시간에 적용하여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일종의 응급진료지침을 활용하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마음의 지도를 그리는 세 가지 방법, 즉 나만의 의미지표 표시하기, 유연하게 마음지도 기준점 잡기, 탈출로보다는 성공의 길 먼저 그리기 등과 같은 실행기준도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겠다 싶기는 합니다.

특히 성공 촉진제로 활용하는 ‘X-지점’을 두라는 세 번째 원칙을 고려한다면 마음지도 이론이 더 적절할 수도 있겠습니다. 저자가 말하는 X-지점의 대표적 사례인 마라톤 풀코스에서 결승점이 보이는 지점에 이르면 천근만근처럼 무겁던 걸음이 갑자기 날개를 단 듯이 속도가 저절로 붙는다는 것입니다. 즉 마라톤 선수의 뇌에서 강력한 화학물질을 분비하여 지친 몸을 일깨운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몸에 새롭게 활력을 부어주는 X-지점을 가능한 빨리 발견할 수 있도록 마음의 지도를 그려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결승점에 가까이에서 뿐 아니라 언제든 이렇게 높은 에너지와 집중력을 발휘할 수는 없는 것일까요? 저자와 같은 긍정심리학자들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즉 X-지점에 대한 인지적 보상을 얻기 위하여 반드시 결승점에 가까이 갈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실은 결승점을 본다는 행위 역시 뇌에서 결승점을 인식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결승점까지 남은 거리에 대한 인식을 바꾸면 우리 몸의 에너지와 집중력을 끌어올리는 촉진제를 적절한 시간에 분비함으로써 일찍 성공을 가속할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마라톤 선수들 가운데는 일찍 스퍼트를 하는 경우에 결승점에 도달하기 전에 지쳐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소음을 제거하고 긍정적 신호를 증폭시키는 소음제거에 관한 네 번째 원칙에서도 중요한 점을 깨닫게 됩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광우병파동에서 겪은 것처럼, ‘그 어떠한 긍정적 주장이나 논거도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생각이나 의견을 이길 수 없다(223쪽)’라는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걱정을 하기 전에 사건이 진짜로 일어날 확률을 따져보고, 사소한 걱정에 휩싸여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마지막으로 근심, 걱정과 사랑, 책임은 동의어가 아니라는 점을 깨닫는 세 가지 에너지 파장으로 비관주의의 내적 소음을 제거하는 적극적 대응법을 익혀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에필로그를 통하여 해결할 문제가 크고 복잡할수록 의식과 무의식을 포괄하는 긍정적 현실에 대한 필요성이 커진다고 했습니다. 행복하게 살아가기에도 인생을 짧습니다. “북소리 독자 여러분! 행복하세요.”

양기화는?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병리학을 전공했다. 미국 미네소타대학병원에서 신경병리학을 공부해 밑천을 삼았는데, 팔자가 드센 탓인지 남원의료원 병리과장, 을지의과대학 병리학 교수, 식약청 독성연구부장,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을 거쳐 지금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상근평가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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