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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만나다] “저는 끝내 죽는 건가요?”라고 묻는 말기환자에게…이수현(한국화이자 종양학파트장, 前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
  • 글·사진 이수연/신은
  • 승인 2015.02.09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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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포르시안] 이수현 파트장을 처음 본 건 지난 2일 의료윤리연구회가 매월 첫 째주 월요일마다 개최하는 월례강좌에서였다.(그날은 라포르시안에 특성화실습을 나온 첫날이었다) 온라인에서 '슬기엄마<블로그 바로가기>'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이수현 파트장은 얼마 전까지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로 환자를 보다가 지금은 다국적 제약사인 한국화이자에서 종양학파트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의료윤리연구회 강좌에서 '한국 의사의 사회화'를 주제로 한 강의를 인상 깊게 들은 차에 인턴기자로서 첫 과제로 이수현 파트장 인터뷰가 주어졌다. 지난 6일 명동에 위치한 한국화이자에서 그를 다시 만났다.  


 
▲지난번 의료연구회 강좌 서두에서 장하석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수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를 언급했는데, 과학이 철학을 만나 과학적 지식을 다원주의적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조명하듯 사회학적 관점에서 의학적 지식, 기존 의료체계에 대해 비판적인 관점으로 바라보자는 의미인가?

= 꼭 비판적인 관점을 취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나의 사실이 인정 받기까지는 역사와 권력관계, 정치적인 영향력 등 다양한 요인들이 관여한다. 환자와 의사의 관계, 건강보험제도 등도 사회적인 이해관계, 한국의 경제적 부의 규모 등이 다양하게 영향을 끼쳐 현재는 당연시 여기게 된 문화와 사실을 만들어 냈다. 사회학은 현재의 사실을 눈에 보이는 그대로 믿지 않고 시간적 역사 흐름에 맞춰서 바라보고 구조적인 관점으로 연속적인 스펙트럼에서 어느 정도를 차지하는지도 본다.'사실'이 영원불변의 진리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다른 요인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한다. 다시 말해서 어떤 사실에 대해 그것의 종과 횡을 잘 알아야 이것의 실제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지를 알 수 있다. 의학이라는 첨단 과학지식에 대해 역사적인, 사회구조적인 측면을 함께 이해해야 한다. 이해를 도와주는 측면에서 굳이 사회학보다는 사회과학과 인문학적인 폭넓은 견해가 필요하다. 이처럼 다른 각도로 바라보게 되면 좋게 평가되는 것보다는 비판적인 견해에 관심을 갖게 된다. 사회학은 철학과 같이 인식론적인 것을 생각하면서도 사회적인 권력, 구조, 상호작용, 이해관계 등도 함께 고려하는 넓은 개념의 학문이다.

 

▲ 그날 강연에서 전문직업성은 ‘한 직업집단이 사회구성원들로부터 전문적으로 인정받도록 만드는 특수한 직업 속성’으로 정의 한다고 설명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의사의 전문직업성은 개개인에 대한 교육만으로 성취할 수 없는 것 아닌가.

= 개인을 아무리 훌륭하게 교육하더라도 그 집단의 사회적인 행동이 없다면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없다. 물론 의사 개인은 교육을 받고 전문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환자를 진료해야 한다. 더불어 의사협회와 같은 집단이 국회나 이익집단을 대상으로 의사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치적인 노력이 함께 따라야 한다. 예를 들면 미국의 의사들이 현재와 같은 위치에 있기까지 미국의사협회 차원의 꾸준한 노력이 있었다. 의학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의사의 위상을 올리기 위해 노력한 역사를 통해 의사는 돈만 많이 버는 직업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우리나라에서도 의협 차원에서 의사집단이 다른 사회구성원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위한 행동이 필요하다. 최근에 사건들도 많았지만 의사들은 자정활동 없이 지켜만 봤다. 의사들은 개인주의화 되어 문제를 각자 해결하는 게 익숙하다. 사회적으로 불편한 일은 외면하게 되고 환자를 볼 때는 의학적 근거에 따라 치료를 하다보니 보수적인 사고를 갖게 되고 정치적으로도 동일한 성향이 돼버린다. 교육을 통해서는 개별적으로 능력이 있고 성실하고 도덕적이며 리더십이 있는 의사를 키우고, 이와 동시에 의협은 전략과 전술을 잘 짜서 사회적으로 의사집단의 전문직업성을 인정받기 위한 정치적 활동을 해야 한다.

▲ 예전 라포르시안 인터뷰에서 “사회학과 의학을 접목시키는 것이 삶의 화두”라고 말했다. 지금도 여전히 그런 노력을 쏟고 있나.<라포르시안 인터뷰 “환자는 자기 몸 던져서 의사를 가르친다” 바로가기>

= 특별히 없다. 현재 다국적 제약사에 근무하면서 미국에서 승인 받은 신약을 한국에서도 승인 받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한국에서의 전략은 미국에서 승인받은 전략과는 전혀 다르다. 신약의 승인에 있어서 한국과 미국 양국간 비용경제성 평가나 역학(epidemiology)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사회학과 의학을 전공한 덕분에 지금의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관점으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 종양내과 의사는 환자의 상태가 드라마틱하게 좋아지는 것을 기대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는 의사로서 성취감이 약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종양내과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나.

=  사회학을 전공했던 것과 관련이 있다. 내가 이전에 천식을 앓으면서 환자의 입장이었기 때문에 '환자의 목소리'에 주목했다.혈액종양 내과에서는 의학적으로 절대적인 답이 없는 상황이 많다. 최근에는 의사가 질환에 대한 정보를 주고 환자와 합의해 치료가 이루어진다. 심장내과의 경우 심근경색으로 환자가 온 상황에서는 의사의 결정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혈액종양내과는 환자와 이야기 해야 할 상황이 많고 항상 항암 약물치료를 하는 게 옳은 것도 아니기 때문에 진료실에서 환자와의 대화가 매우 필요한 분야이다. 그래서 종양내과를 선택했다. 나는 그런 분야에 관심이 있어서 의사의 길로 들어섰고, 그런 분야를 잘 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를)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환자들의 목소리가 의료에 잘 녹아들 수 될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하고 싶었다.

▲ 진료실에서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더라도 어쩔 수 없이 ‘환자의 입장과 의사의 입장’이 충돌할 때가 있을 것 같다. 그럴 때는 어떻게 대처하는지.

=  나는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편이다. 그럴 때는 미안하다는 말을 한다. 의사들에게 있어서 '쏘리웍스(Sorry Works)'가 참 어렵다. 환자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것으로 판단해 의료분쟁 소송 등에서 불리하게 작용한 사례가 있어 더욱 그렇다. 미안하다고 말하는 순간 내가 실력이 없고 잘못했다고 인정하는 것 같아 레지던트 시절에는 미안하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던 것 같다. 미안하다는 말은 내가 최선을 다 했고 자신이 있을 때 할 수 있는 말이다. 의사-환자 관계에서는 기본적으로 의사가 지배적인 위치에 있다. 그런 위치에 있는 의사가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미안하다고 할 때 환자들은 더 이상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물론 의사-환자 관계는 학문과 질병의 속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혈액종양내과 의사이기 때문에 의사의 위치를 유지하기 보다는 환자를 이해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 말기환자에게 더 이상의 치료가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전해야 할 때가 있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다.

=  그냥 이야기한다. "당신은 말기이다. 그러나 치료를 하자. 치료를 하면 좋아질 수 있으니까"라고. 사실은 환자도 의사가 어떤 말을 할 지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이야기를 듣고 막 우는 환자도 있다. 그럴 때는 그냥 울게 둔다. “끝내는 죽는 건가요?” 라고 묻는 환자도 있다. 환자가 그렇게 물으면 “끝내는 증상이 조절 되지 않아서 그렇게 될 확률이 더 높다. 4기 암 환자가 완치되어서 살 확률은 5% 미만이다. 그러나 그 시간이 나에게 얼마만큼 주어졌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4기여도 10~20년 사는 사람도 있기 때문에. 그러나 누구나 죽는 것이고, 병으로 죽기 때문에 그 기간을 연장시키고 그 시간 동안 삶의 질을 유지시키기 위해 치료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중요한 건 사실을 말하되 그것을 어떻게 전달하느냐 하는 것이다. 의사-환자 관계는 연인 사이와 비슷하다. 어느 정도 이야기를 하다가 보면 환자가 보내는 사인이 있다. ‘아, 여기서 더 이야기하면 안되겠다’하는. 이런 사인을 잘 눈치챌 수 있어야 한다.

▲ 현재 근무하는 회사에서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는지.

=  뭘 해야 의미가 있을지, 내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생각을 많이 했다. 신약승인 전략을 짜는 데 있어 의학적으로 조언을 해야 하는 상황이 예상외로 많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어디 가서도 의사로서 가치 있게 일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지만 사실 환자를 진료하는 것에 대한 미련은 여전히 남아 있다.

▲ 상황이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자로서, 가정을 돌보며 의사로서의 직업전문성을 지키는 게 쉽지 않은 것 같다.

=  나는 많이 나아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도 여전히 (여자로서 의사직을 수행하는 것이)힘든 게 현실이다. 예를 들어 출산 휴가로 3개월을 쓸 수 있다고 돼 있지만 여자 인턴이 3개월을 쉬게 되면 12개월 과정 중 9개월만 인정되기 때문에 출산 후 6개월을 더 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제도적으로 많이 변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따라가지 못한 측면이 있다. 병원에서 일하면서 여자 의사, 남자 의사로 구분하는 것 자체가 문제다. 

이수연 인턴기자<사진 위>는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다. 2012년 강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다. 현재 강원대 의전원 4학년 진학을 앞두고 있다. 2월 2일부터 2주간 라포르시안에서 의전원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특성화 선택실습을 하고 있다.

신은영 인턴기자<사진 아래>는 대학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했다. 2012년 강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다.현재 강원대 의전원 4학년 진학을 앞두고 있다. 2월 2일부터 2주간 라포르시안에서 의전원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특성화 선택실습을 하고 있다.

글·사진 이수연/신은  webmaster@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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