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명제(대한전공의협의회 회장, 명지병원 응급의학과)

[라포르시안] 지난해 7월부터 전공의들이 주당 80시간 이상 근무하지 못하도록 하는 '전공의 수련규칙 표준안'이 시행됐지만 수련환경에는 거의 변화가 없는 실정이다. 오히려 수련환경이 더 악화됐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대한전공의협의회가 지난해 109월 전공의 1,617명을 상대로 실시한 수련환경평가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80시간 근무제 시행 이후에도 근무시간에는 변화가 없다'고 한 응답자가 80% 가까이 됐으며, 8.9%는 '오히려 늘었다'고 답했다. 특히 '병원으로부터 수련현황표를 거짓 작성하라는 직접적인 압력을 받았다'고 응답한 전공의가 절반 가까이에 달했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해 근무시간을 단축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할 것이란 건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전공의들의 줄어든 근무시간만큼 업무를 대신할 대체인력이 없기 때문이다. 대체인력 없이 전공의 수련환경을 개선한다는 것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런 점을 우려해 앞서부터 '호스피탈리스트(입원환자 전담 전문의)' 제도 도입을 촉구해왔다. 대전협 송명제 회장을 만나 수련환경 개선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 수련환경 개선 방안으로 호스피탈리스트 도입을 제안한 이유는.

=  근본적인 취지는 환자안전 측면에서 ‘의사가 해야 할 일은 의사가 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전공의가 잠도 제대로 못 자고 근무를 한다는 것은 환자 안전이 매우 위협받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를 뒷받침해주는 연구 논문도 많다. 그래서 전공의 근무시간을 제한할 필요가 있고, 전공의들의 줄어드는 근무시간 만큼 환자를 돌볼 인력이 필요하다. 전공의가 했던 일을 의사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하다가 의료사고 등의 문제가 생길 경우 그 책임은 누가 지겠나. 환자안전을 강화하는 도입 취지에 맞춰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대체인력이 필요하고, 호스피탈리스트 도입이 바로 그 대안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살인적인 저수가 환경에서 병원은 추가 의료인력을 고용할 재정적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가장 좋은 방안은 선진국처럼 전공의 수련교육 비용을 정부가 일부 부담하는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기 때문에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비용 지출이 단순히 의료기관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환자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좋은 방안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 호스피탈리스트 도입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는 것 같다. 

=  호스피탈리스트 도입은 전공의협의회에서 먼저 제안했고, 복지부나 수련병원 차원에서도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도 호스피탈리스트 제도가 생소한 탓에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그렇지만 호스피탈리스트를 뽑아 시행을 해 보고 문제가 생기면 보완책을 제안하는 과정을 겪다보면 우리 의료환경에 적합한 시스템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해보지도 않고 우려가 되어서 못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 전공의협의회 차원에서도 충분한 검토없이 호스피탈리스트 도입을 제안한 게 아니다. 사전에 충분히 논의했고, 미국에서 처음 호스피탈리스트를 고안한 로버트 워터(Robert Wachter) 교수도 만나 인터뷰까지 했다. 미국에서도 호스피탈리스트 도입이 논의될 당시 상황이 우리나라와 똑같았다. 미국에 ‘리비지온 법(Libby Zion Law)’이라는 게 있다. 전공의들의 과도한 근무시간과 업무 부담으로 인한 약화사고가 발생해 환자가 사망한 것을 계기로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및 환자안전에 관련된 법을 마련한 것이다. 미국에서도 전공의 근무시간이 단축되니 기존 업무를 담당할 인력이 필요했고 이때 도입된 것이 호스피탈리스트였다. 그 이후에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호스피탈리스트 단체도 만들어지고, 관련 학회도 만들어지면서 제도가 정착이 됐다.

▲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비록 의사면허를 획득하고 3년 정도의 짧은 경험이지만 '의사를 하면 할수록, 환자를 열심히 보는 의사일수록 자괴감이 드는 것'이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특히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과를 할수록 더 큰 자괴감에 빠지는 구조다. 미국에서 연봉이 가장 높은 과는 흉부외과다. 반면 우리나라는 심장수술을 하는 의사에 대한 처우가 너무 낮다. 젊은 의사들이 흉부외과를 기파하는 상황이다. 일은 힘든데 그만큼 보상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 미용성형 등의 비급여 진료를 주로 하는 진료과는 경제적 보상이 따르면서 인기과로 대접받고 있다. 이런 상황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사회적 대가는 그만큼 고생하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돌아가야 하는데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은 그렇지 못하다. 이와 관련해 인터넷에 ‘저수가’라는 단어만 입력해보면 무수히 많은 글을 볼 수 있을 거다.

▲ 의대생과 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사회적 이슈에 보다 많은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역사적으로 봐도 사회를 바꾸는 힘은 학생들한테서 나온다. 의학만 공부한다고 해서 의사로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게 아니다. 사회와 소통하지 않는다면 의사가 중심이 돼야 할 의료문제에 있어서도 도태되고 국민들도 등을 돌리게 된다. 여태까지 의료계가 그런 상태였지만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사고의 폭을 넓히고 사회와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때 비로소 의료문제에 있어서 의사가 주체로 나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원경 인턴기자<사진 위>는 대학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했다.지난 2012년 강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다.현재 강원대 의전원 4학년 진학을 앞두고 있다. 1월19일부터 2주간 라포르시안에서의전원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특성화 선택실습을 했다.허이라 인턴기자<사진 아래>는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다.지난 2012년 강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다.현재 강원대 의전원4학년 진학을 앞두고 있다. 1월19일부터 2주간 라포르시안에서의전원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특성화 선택실습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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