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론 건보 보장성 확대로 보험금 지급 부담 줄어…“실손의보료 인상하기 위한 희생양 찾아”

[라포르시안]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로 비급여 영역이 줄면서 실손의료보험을 판매하는 민간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부담이 낮아졌기 때문에 보험료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간보험사들이 거꾸로 올 1월부터 실손의료보험료를 최고 20% 가까이 인상키로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주요 일간지 등의 매체가 손해보험업계의 통계를 인용한 수상한(?) 기사를 보도했다.

병원의 과잉진료와 검사로 인해 비급여 진료비 청구가 급증하면서 민간보험사의 실손의료 보험금 지급 규모가 크게 늘었다는 것이다.

매체 보도에 따르면 삼성화재, 현대해상, 동부화재, LIG손해보험 등 4대 손해보험사의 자료를 근거로 이들 손보사에 제출된 실손보험금 청구 자료를 분석한 결과,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가 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진료비의 2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급여 진료에 대한 보험금 비급이 늘면서 손보사가 지급한 실손의료 보험금은 2011년 1조3,000억원에서 2014년에는 10월 기준으로 2조3,000억원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동안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는 1조1,000억원에서 1조7,000억원으로 느는데 그쳐 보험사의 손해율이 110%에서 131.6%로 급증한 것으로 분석했다.

비급여 진료비가 증가한 것은 병원들이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환자에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고가 비급여 진료를 남발했기 때문이라는 거다.

과연 그럴까.

오히려 그 반대로 최근 수년간 지속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로 실손의료보험을 판매하는 민간보험사가 수조원의 반사이익을 누렸다는 주장도 있다. <관련 기사 :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로 배 불린 민간보험사, 실손의보료까지 올린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이 보건복지부, 금융감독원 등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추계한 결과, 2013년부터 2017년까지 5년간 건강보험에 투입되는 12조7,960억원 중 민간보험회사가 얻는 반사이익은 총 2조5,379억원에 달한다.

실손의료보험 가입자가 민간보험사에 납부하는 보험료 총액이 연간 4조5,693억원(2013년 4월~2014년 3월)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민간보험사는 건보 보장성이 확대됨에 따라 연평균 최대 11.1%의 실손의료보험료를 인하해야 한다는 게 김용익 의원의 주장이었다.

의료계에서도 병원의 비급여 진료 증가로 보험사의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이 증가했다는 분석이 거짓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의사총연합은 14일 성명을 내고 "언론매체들의 기사는 손해보험업계가 실손보험료율의 대폭적인 인상이 병원의 과잉진료가 원인인 것처럼 호도해 가입자의 반발을 누그러뜨리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진 언론플레이"라고 비난했다.

특히 실손보험 청구액 중 비급여 진료 비중이 2011년 1.5배에서 2014년 2배 이상이라는 손해보험업계의 주장은 숫자 장난에 불과하다는 게 전의총의 주장이다.

손해보험업계 자료를 근거로 한 관련 기사를 보면 실손의료보험 청구를 위해 손보사에 제출된 병원 치료비 중에서 비급여 진료비가 차지하는 평균 비중은 2011년 60.3%로, 급여 진료비 중 환자 본인부담금 비중(39.7%)의 1.5배 수준이었다.

그런데 2014년에는 손보사에 제출된 병원 치료비 중에서 비급여 진료비 비중이 65.8%(10월까지 기준)로, 급여 진료비 비중(34.2%)의 약 2배에 달했다.

전의총은 "비급여 진료 비중이 1.5배에서 2배로 증가한 것으로 표현해 폭증한 것처럼 보이나, 실제로는 60.3%에서 65.8%로 단지 5.5%p 밖에 증가하지 않았다"며 "국민들이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하는 목적은 바로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보장을 받기 위해서다. 가입자들은 보험금 청구에 대한 학습경험이 쌓이면서 부담이 적은 급여진료비는 아예 청구를 하지 않다가 가격 부담이 큰 비급여 진료에 대해서는 반드시 청구하는 경향이 증가했다. 이것으로도 이 정도의 비급여 진료비 비중의 증가는 충분히 설명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계획에 따라 4대 중증질환자의 급여 본인부담금이 대폭 감소해 실손보험 청구액 중 급여 진료비 비중이 낮아지고 비급여 진료비 비중이 높아지는데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지난 4년간 비급여 비중이 5.5%p 상승한 것이 병원의 고가 비급여 진료 및 과잉 치료 때문이라는 손보업계와 금융위원회의 주장은 전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손해보험업계가 제시한 실손의료보험 손해율도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4개 손보사들의 자료에 따르면 지급한 실손의료보험금은 2011년 1조3,000억원에서 2014년(10월까지) 2조3,000억원으로 1조원이 증가한 반면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는 1조1,000억원에서 1조7,000억원으로 6,000억원 증가에 그쳤다.

즉,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보다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험금 규모가 더 커지면서 이들 보험사의 손해율이 110%에서 131.6%로 급증했다는 것이다.

전의총은 "이 내용을 보면 마치 가입자가 낸 실손보험료보다 손보사가 더 많은 보험금을 지급한 것으로 오해하기 십상"이라며 "하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거뒤들인 보험료란 가입자의 보험료 납입액이 아니라 가입자가 낸 보험료 중 사업비와 저축보험료를 제외한 위험보험료(보험금 지급이 이루어지는 재원이 되는 보험료)로, 손해율은 위험보험료를 실제 지급된 보험료를 나눈 위험손해율을 의미한다. 따라서 사업비의 비중이 어느 정도이냐에 따라 위험손해율은 과대평가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손보사들이 실손보험 사업비 비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보험사의 위험손해율을 추정하기 어렵지만 관련 기사에서 언급된 수치보다 훨씬 낮을 것이란 게 전의총의 판단이다.

이런 기사가 나온 배경에는 결국 민간보험사들이 실손의료보험료를 대폭 인상하기 위한 명분과 희생양이 필요했고, 그것을 병원의 비급여 진료에서 찾았다는 것이다.

전의총은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정책에 따라 비급여 진료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환자의 실제 본인부담금을 지원하는 실손보험이 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 부담은 줄어들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실손보험료를 대폭 인상하려고 하니 손보사로서는 뭔가 명분과 희생양이 필요했고, 병원의 고가 비급여 진료 및 과잉 치료로 인해 보험료율의 대폭 인상이 불가피한 것처럼 언론플레이를 한 것"이라고 추측했다.

전의총은 "여기에서 한술 더 떠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통제기전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며 "비급여 진료비에 대해서도 포괄수가제를 적용해야 하고, 비급여 진료비에 대해서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적정성을 심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전의총은 손해보험업계의 자료를 근거로 한 언론보도에 대해 정정보로를 요청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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