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병의원의 DUR(의약품처방조제지원시스템) 시대가 도래했다.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전체 대상 요양기관 중 96%인 6만4,000여 요양기관이 DUR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DUR이 빠른 속도로 보급되는 과정에서 EMR 업체들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19일 의료정보업계에 따르면 EMR 업체들은 올 상반기 DUR 전면실시에 대비해  ▲DUR 연동 개발 ▲DUR 적용 프로그램  배포 및 설치 ▲DUR 관련 내용 문의응답 ▲DUR 모듈에 대한 A/S ▲EMR 연동 모듈에 대한 지속적인 유지 보수 등을 도맡아 추진하면서 관련 비용 지출 급증에 따른 경영부담이 만만치 않았다. 

EMR 전문업체인 A사 관계자는 "신규 제도가 도입되면 프로그램 개발비뿐 아니라 서비스 문의, 유지 및 보수, 교육, A/S 부분에 따른 지속성 비용에 대한 부담이 만만치 않다"며 "특히 최근 1~2년간  제도 도입 및 고시 변경 사례가 훨씬 늘었다"고 지적했다.

최근 시행된 의료급여 자격조회 제도도 EMR 업체의 서비스 상담 및 출동 건수를 크게 증가시켰다.이 제도는 의료급여 환자의 의료쇼핑을 방지하기 위해 의료급여 환자가 병의원을 방문했을 경우 진료비 내역을 공단으로 전송하고, 공단으로부터 진료 확인번호를 부여 받는 제도다.따라서 의료기관들은 의료급여 환자를 진료할 때마다 공단 서버에 실시간으로 접속해 환자의 의료급여 자격 여부 조회를 비롯해 건강생활유지비 잔액 확인, 진료금액 전송, 진료확인번호 수령 등을 하게 된다. 이 부분에 장애가 발생하면 환자의 수납 등에 심각한 오류가 발생한다.

이밖에도 한달에 수차례에 걸쳐 수가·약가 및 재료대 등의 고시가 변경될 때마다 EMR 업체에서는 적용일 기준 3~4일 전에 고시되는 이유로 개발 및 테스트에 많은 인력을 투여하고, 개발 후에도 배포 시 많은 비용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EMR 업체들은 청구소프트웨어 인증을 받기 위해 심평원이 인증 항목으로 DUR 등을 추가하면 반드시 관련 기능을 개발해야 한다. 개발하지 못하면 인증번호를 받을 수 없도록 의료법에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중견 EMR 업체인 B사 관계자는 "인증번호를 받지 못하면 보험청구 시 반송을 당하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시일 내에 개발할 수 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렇다면 EMR 업체가 프로그램 개발 및 서비스를 수행하는데 정부의 지원이 가능할까?

이에 대해 복지부와 심평원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한 EMR업체 개발팀장은 "복지부에 프로그램 개발 비용의 일부라도 지급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복지부로부터 요양기관이 EMR 프로그램을 구입했기 때문에 EMR 개발 비용은 요양기관에서 부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EMR업체 관계자는 "DUR 도입 협의 시 정부로부터 EMR업체는 국가에 봉사하는 마음으로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소리까지 들었다고 한다. 

실제로 복지부 의약품정책과 관계자도 "지금까지 EMR 업체의 프로그램 지원 예산은 책정된 적도 없고, 책정 계획도 없다"고 못박았다.

이런 가운데 의원용 전자차트 부문에서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는 C사가 최근 의료기관에 보낸 안내문을 통해 10년 만에 월회비 가격을 인상한다고 통보하면서 개원가의 반발을 사고 있다.

C사는 "일방적인 정부 주도의 정책 시행(DUR 등)에도 불구하고 EMR 업체에게 모든 개발 및 서비스 책임을 전가하는 관행으로 인해 더 많은 인력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가격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C사의 가격인상 발표에 다른 업체들도 가세할 경우 개원가의 전자차트 월 사용료 부담이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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