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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공의는 음주 상태서 왜 응급실로 달려갔을까?“정황상 개인의 일탈행위로 볼 수 없다”…열악한 전공의 수련환경 등 복합적 요인 작용한 듯

[라포르시안] "그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었다."

최근 '음주 진료' 파문을 일으켜 인천 A대학병원에서 파면당한 전공의(성형외과 1년차) L씨와 직접 통화를 했다는 한 의료계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 관계자는 "이씨가 현재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상태다. 자기 잘못은 인정하면서도 '일부 언론의 보도처럼 몸을 가누기 어려울 정도로 만취한 상태는 아니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L씨는 지난 8월 후반기 모집을 통해 A병원 성형외과에 입국했지만 한순간의 실수로 3개월 만에 파면당했다. 

L씨는 A병원에 들어간 후 일주일에 6일을 응급실 당직을 서며 병실 '콜'(call)'까지 받았다고 한다. 

음주 진료 사건이 발생한 지난달 28일은 L씨가 일주일 중 유일하게 근무가 없는 오프였지만 다음날 아침에 있을 회진에 참여하기 위해 병원에 복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이번 사건을 단순히 전공의 개인의 잘못으로만 치부하지 말고 의사사회의 특수성과 열악한 전공의 수련환경 문제를 함께 짚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는 지난 2일 "대형병원 음주 수술은 의사 개인의 일탈이 아닌 사회적 병폐로 봐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단체는 "병원측은 당직 의사인 2년차 전공의가 화장실을 간 사이 응급실 호출이 왔고, 당직의사가 아닌 이씨가 음주 상태였음에도 진료와 수술을 했다고 밝혔지만 당직의사가 화장실을 간 잠시의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음주상태인 의사가 대신 봉합수술을 했다는 해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또한 "의사 사회는 선후배 간 위계질서가 엄격하기로 소문나 있다. 병원측은 혹여라도 의사 사회의 잘못된 계급구조의 갑을 문화가 이번 사건의 원인이 아니었는지 점검해야 한다"며 "이번 사건은 정황상 개인의 일탈행위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전공의들의 열악한 수련환경 문제도 이번 사건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만일 L씨가 일주일 내내 풀(full) 당직 근무를 했다면 전공의 수련규정 위반인 셈이다.

지난 7월부터 시행된 개정 전공의 수련규칙 표준안은 주당 최대 수련시간을 80시간으로 제한하고, 최대 연속 수련시간도 36시간으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 등의 의료계 단체도 이런 점에 주목하고 이번 사건이 수련환경 개선 문제와 무관치 않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음주 진료와 시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워낙 높아 자칫하다가는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A병원의 관할 보건소에 '음주 진료' 사건에 대한 상황을 파악해 보고하라고 지시한 상황이다.

인천 남동구보건소 보건행정과 관계자는 "현재 A병원 측에 경위 확인과 함께 해당 전공의의 개인정보 확인을 요청했다"면서 "병원 쪽에서 자료가 넘어오는대로 L씨와 직접 통화해 경위를 파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필요하다면 당시 당직을 섰던 전공의들의 진술을 받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공의 L씨가 A병원 측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이 관계자는 "병원 쪽 얘기로는 이 전공의가 징계위원회에서 파면 징계를 결정할 때 억울함을 호소하며 법적대응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A병원 측은 "L씨가 공식적으로 법적 대응을 언급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박진규 기자  hope11@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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