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만명당 결핵발생률 26명이나 차이…법정감염병 신고 부실에 보건당국 관리·예방정책도 허술

[라포르시안]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달 22일 전 세계 각국의 결핵 현황을 수록한 ‘2014 세계결핵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결핵 발생률은 인구 10만명당 97명에 유병률은 143명, 사망률은 5.2명으로 나타났다.<보고서 바로가기>

같은 기간 OECD 회원국의 결핵 발생률은 10만명당 평균 12.7명에 불과했다. 우니라나는 여전히 OECD  회원국 중에서 결핵 발생률 1위를 기록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결핵 3대 지표인 발생률, 유병률, 사망률이 전년도에 비해 모두 감소했다는 점이다.

인구 10만명당 결핵 발생률은 2012년 100명에서 97명으로, 유병률은 146명에서 143명으로, 사망률은 5.6명에서 5.2명으로 각각 줄었다.

인구 10만명당 결핵 발생률, WHO-질병관리본부간 통계 ‘26명’ 차이 눈에 띄는 대목은 결핵환자 발생률이 국내에서 자체 집계한 것과 WHO의 통계와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

질병관리본부의 '2013 결핵환자 신고현황 연보'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인구 10만명당 결핵 발생률은 71.4명으로 2012년(78.5명)에 비해 9.0%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통계에 비해 WHO 결핵통계는 인구 10만명 발생률에 있어서 약 26명의 차이가 났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런 차이가 국내외 통계산출 기준과 방법의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보고 있다.

국내 결핵통계는 국가 결핵 감시자료를 수집·가공한 수치를 직접 활용한다. 반면 WHO의 결핵통계는 국가 간 결핵관리시스템의 수준이 크게 다른 점을 고려해 각국으로부터 수집한 통계의 정확도 및 국가별 경제수준 등에 따른 추정 단계를 거친다.

산출기준의 경우 국내통계에서 결핵 신환자율은 ‘결핵 신환자(new case)’ 현황만 집계한다. 하지만 WHO 결핵통계의 '결핵발생률(incidence)'은 결핵 신환자(new case)와 재발자(relapsed case)를 합해 산출한다.

WHO 결핵통계의 ‘결핵발생률' 산출기준에 따라 국내 결핵통계를 재산출하면 인구 10만명당 82명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국제비교를 위한 보건의료 및 결핵감시체계 접근성과 완성도에 따른 미신고율 등을 감안해 우리나라의 결핵 발생률을 최종적으로 인구 10만명당 97명으로 추정한 것이다.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 에이즈․결핵관리과는 최근 펴낸 '2013년 전 세계 결핵현황'이란 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산출기준 차이는 각국의 결핵환자 관리율과 완치율이 크게 다른 것을 고려한 세계 결핵현황의 비교를 위해 결핵발생위험도를 추정하기 위한 방법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결국, 우리나라의 결핵감시체계와 신고 현황의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의미다.

▲ 2013 '결핵예방' TV 공익광고 캡쳐화면

의료기관, 불이익 등으로 감염병 신고 꺼려  음압시설 없는 병실에 결핵환자 입원시켜 의료진 감염되기도 실제로 국내에서 결핵에서 발생한 결핵 감염 사례나 감시체계 운영 현황을 보면 우리나라의 결핵통계에 대한 WHO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이유가 짐작이 간다.

경기도가 지난 6~7월 중 지역내 시군 보건소와 합동으로 도내 30병상 이상급 270개 병원 중 133개 병원을 불시에 점검한 결과, 112개 병원(84%)에서 감염병 신고 의무 등을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태 점거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72개 병원에서 총 2,974건을 미신고 했으며, 미신고 건수 중 수두가 1,284건으로(43.1%)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1군 감염병인 A형간염이 173건(5.8%), 중점관리 대상인 결핵이 340건(11.4%)에 달했다.

일부 병원 중에는 미신고 건수가 200~300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 '결핵예방법'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법'에 따르면 의료기관과 의사 등은 결핵 환자를 진단하거나 퇴원, 사망, 사체를 검안했을 경우 신고토록 돼 있다.

병원에서 근무하는 종사자 중에서 결핵환자가 발생했을 때도 불이익 등을 우려해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7월 부산의 한 산부인과의원 신생아실에 근무하던 간호조무사가 결핵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돼 지역보건소에 신고하면서 질병관리본부와 지자체 보건당국의 역학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기관 명칭이 노출되면서 병원이 큰 곤욕을 치렀다.

이와 관련 대한의사협회는 "해당 의료기관이 이번 사태로 인해 언론과 사회적 비난으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된다면 향후 의료기관에서 유사한 법정전염병 자진 신고를 오히려 기피할 수 있는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 4월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직원들이 집단적으로 결핵에 감염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최근에는 서울의료원에서 근무하는 간호사들이 잇달아 결핵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의료기관 내 결핵감염 관리의 허점을 드러냈다.

특히 음압시설조차 없는 병실에 결핵 환자를 입원시겼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서울의료원 노조는 "간호사 3명이 연이어 결핵에 감염된 것은 서울의료원의 결핵감염관리계획에 구멍이 뚫려 있으며 동시에 병원이 노동자의 안전에 무관심하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심각한 사건"이라며 "결핵에 감염된 3명의 간호사는 모두 같은 층에서 근무하고 있었고, 해당 병동에는 음압시설조차 없는 병실에 결핵 환자가 입원해 있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서울의료원은 환자와 직원을 결핵감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전혀 마련하지 않은 채 무작정 환자를 입원시킨 것"이라며 "심지어 문서화된 결핵감염관리계획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질병관리본부는 "국가결핵부담의 정밀한 측정과 WHO 결핵통계의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해 결핵 감시체계의 개선을 통해 일상감시 및 신고율 강화 노력을 쏟는 동시에 WHO를 포함한 국제기구와의 공조확대를 통해 국제 비교통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 녹십자 화순 백신공장 전경. 이 공장에는 연간 최대 1000만 도즈의 BCG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췄지만 현재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의료기관뿐만 아니라 질병관리본부의 결핵예방 대응도 허술하다.

이를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 결핵예방 BCG 피내용 백신의 국산화를 추진했다가 실패한 일이다.<관련 기사 :  ‘결핵 후진국’ 한국의 엉터리 BCG백신 국산화 사업…결핵백신 부족 초래>질병관리본부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BCG백신의 국산화를 위해 ‘국가 BCG 백신 생산시설 구축 및 생산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이 사업은 시간과 예산만 허비하고 BCG백신의 국산화라는 목표 달성에는 실패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009년 덴마크 SSI사와 BCG백신 생산기술과 생산용 종균 확보를 위한 MOU를 체결했지만 SSI사가 새로운 계약조건을 내세우면서 협상이 난항을 겪다가 생산기술과 생산용 종균 확보 계획이 무산됐다.

지난 2011년 6월에는 결핵협회 산하 결핵연구원을 통해 파스퇴르 연구소에서 제공받은 균주를 토대로 'BCG-Korea'라는 종균을 개발했지만 백신생산용으로 부적합하다는 판전을 받으면서 BCG백신 국산화에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BCG 피내용 백신의 국내수입 지연 사태가 겹쳤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결핵예방 BCG 피내용 백신의 제조사인 덴마크 SSI사의 사정으로 백신 출하가 지연됨에 따라 국가검정과정을 거쳐 보건소와 의료기관에 공급되는 시기는 오는 12월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문에 일부 보건소 및 의료기관의 BCG 백신 부족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질병관리본부는 예상했다.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