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새 2~3배 늘어…의료자원 수급 불균형 반증

[라포르시안]  전국 각지에서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요양병원이 의사들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일자리의 질이나 전문성 측면에서 보면 그렇게 반길 수만은 없는 일 같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병원의 봉직의 취업 자리도 줄고 신규 개원은 갈수록 힘들어지는 상황에서 요양병원으로 눈을 돌리는 의사가 많아지고 있다.   

요양병원은 최근 수년간 워낙 많이 생긴 탓에 의사인력 수요도 그만큼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요양기관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으로 국내 요양병원 수는 1,325개다. 전체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수는 총 3,708명에 달한다.   5년 전인 2009년 말 기준으로 요양병원 수는 777개에서 올해 3분기에는 1,325개로 약 1.7배 늘었고, 근무하는 의사 수는 1,705명에서 3,708명으로 약 2.2배 증가했다.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의사 중에서 전통적인 '메이저 4개과'로 불리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는 1,558명이다.

'내·외·산·소' 전문의 수는 전체 요양병원 의사의 42%를 차지한다.  올 3분기 기준으로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전문의를 메이저 4개과 진료과별로 보면 내과가 619명, 외과가 552명, 흉부외과 49명, 산부인과 259명, 소아청소년과 79명 등이다.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산부인과 전문의는 2009년 말까지 114명에 그쳤지만 올 3분기 현재 259명으로 2.3배 늘었다.

같은 기간 흉부외과 전문의도 23명에서 49명으로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부인과학회와 의사회는 요양병원에 상근으로 근무하는 전문의 비율로 수가가산을 적용하는 진료과에 산부인과가 배제된 것은 차별이라고 주장하며 필수과에 포함시켜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같은 기간 흉부외과 전문의도 23명에서 49명으로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부인과와 마찬가지로 흉부외과학회도 요양병원등급제에서 수가가산이 적용되는 진료과로 지정해 달라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제기하는 중이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소청과 전문의의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국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소청과 전문의는 2009년 말 기준으로 32명에 불과했지만 올 3분기 기준으로 79명으로 약 2.5배 늘었다.  

▲ 단위 : 명, 자료 출처 :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요양기관 현황 자료

 노인 입원환자가 태반인 요양병원에서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등의 의사인력이 느는 것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요양병원 입원환자는 노인 치매환자와 재활치료가 필요한 환자, 말기 암환자 등의 비율이 높다"며 "그런 특성을 감안해 전문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신경과, 정신과, 재활의학과, 가정의학과 등의 전문의가 많이 필요한데 의외로 산부인과와 소청과 전문의가 근무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반면 산부인과 측은 요양병원 입원환자 중 여성 비율이 높고 상당수가 질염, 요실금, 골다공증 등의 산부인과질환을 앓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전문적인 관리를 위해 산부인과 전문의 필요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앞으로 요양병원 취업을 택하는 의사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개원도 힘들어지고 병원에 취업해도 예전 같은 대우를 기대하기 힘든 내과 전문의 중에서 요양병원으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요양병원에서 근무하는 내과 전문의 수의 빠른 증가가 이를 반증한다.

2009년 말 기준으로 267명이던 요양병원의 내과 전문의는 올 3분기 현재 619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중소병원에 근무하는 내과 전문의는 "해마다 800여명의 내과 전문의가 신규 배출되고 있다. 개원가는 이미 과포화 상태이고, 봉직의를 해도 대우가 예전보다 못하다"면서 "앞으로 요양병원에 취업하는 내과 전문의 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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