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생산의 글쓰기 / 송창훈 지음 / 이담북스 펴냄, 2014년

[라포르시안]  라포르시안에 주간으로 연재하는 'Book소리' 코너가 벌써 3년을 훌쩍 넘겼습니다. 창간 기념호에 실릴 한 편의 칼럼에서 고정칼럼으로 확대되었던 것이 이처럼 장수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주변에서 책읽기와 글쓰기에 대한 이러저러한 질문을 많이 받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책읽기의 내공이나 글솜씨 모두 부족한 점이 많다고 생각하면서도 성원을 보내주시는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조금씩 성장해보겠다는 각오로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는 책읽기나 글쓰기에 관한 책을 두루 섭렵하고 있습니다.

잘 나가는 회사도 그만두고 도서관에 파묻혀 ‘목숨 걸고’ 읽은 책이 3년 동안 9,000권에 달했다는 김병완의 <기적의 인문학 독서법>이나, ‘글을 배우려는 욕망이 독서의 문을 연다’라고 운을 떼고는 ‘독서는 죽음과 벌이는 결연한 전투다’라는 섬뜩한 각오를 다지는 샤를 단치의 <왜 책을 읽는가>처럼 책을 읽는데 절실함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들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새 책을 읽으면 새 애인을 만나는 것 같고, 읽었던 책을 다시 읽으면 옛 애인을 만나는 것 같다.’라고 하면서 즐거움을 찾는 책읽기를 강조하는 김의기의 <유쾌한 책읽기>도 있습니다. 이 책을 보면 논어 옹야편에 나오는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라는 말씀과도 통하는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라고 하는 노력에 관한 명언이 생각납니다. 그래서 데이비드 미킥스의 <느리게 읽기>까지 읽게 되었는지도 모릅니다. ‘제대로 된 독서를 하면 더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라는 명제를 제시하는 이 책은 'Book소리'에서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아직 글쓰기에 관한 책은 그리 많지는 않습니다. 장 폴 사르트르의 <문학이란 무엇인가>, 오르한 파묵의 <소설과 소설가>처럼 글쓰기를 전업으로 하는 유명한 분들의 책도 있었지만, ‘글쓰기야말로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자신을 키우고 바꿔가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시는 송준호의 <나를 바꾸는 글쓰기>가 아무래도 아마추어인 제게는 많은 느낌을 남겼던 것 같습니다. 이 책 역시 여러분들과 공유한 바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송창훈 교수의 <지식생산의 글쓰기>를 통해서 책읽기와 글쓰기에 대하여 같이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저자를 간략하게 소개해드리면 조선대학교병원 산부인과에서 근무하면서 인문학의 중요성에 일찍 눈을 뜬 분입니다. 저자는 의학전문대학원에서 학생들의 글쓰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키워왔다고 합니다. 사람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의료행위와 글쓰기가 서로 연관성을 가지겠나 싶겠지만, 의료행위의 주체인 의사들의 가치관형성과 글쓰기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던 것입니다. 저자는 머리말에서 “읽기와 쓰기는 지식생산 활동이다. 21세기를 가리켜 지식사회라고 하는데, 이는 지식이 모든 분야의 핵심요소가 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책의 목적은 바로 글쓰기의 중요성과 필요성을 강조함으로써 젊은이들에게 글쓰기의 경쟁력을 키우라는 메시지를 주고자 함이다.”라고 이 책의 기획의도를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4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은 ‘책읽기’, ‘글쓰기의 이해’, ‘지식생산을 위한 글쓰기 전략’, ‘글쓰기’ 등 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독립적인 듯한 책읽기에 관한 내용도 결국 글쓰기전략의 일부로서 책읽기입니다. 단순히 지식소비자로서의 읽기보다는 지식생산자로서의 읽기가 중요하다는 시각입니다. 즉 책읽기란 독자의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창조활동의 하나라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읽기란 독자의 두뇌 속에서 만들어진 스키마(바트레트가 주장한 심리학 개념으로, 어떤 유형의 정보를 선택적으로 수용하고 보게 하는 통제적 기재로써 이미 수립된 이해방식이나 경험이 새로운 정보를 이해하는데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말합니다)를 통해서 작가의 사상을 받아들이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책읽기’에서는 먼저 책읽기에 관한 이론을 정립하고, 이어서 읽기의 전략과 방법을 설명하고 특히 기술적 요소로서의 속독법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실용서적으로부터 문학작품, 역사와 철학 서적 등 분야별로 책읽기를 설명합니다. 사실 인류문명이 오늘에 이를 수 있도록 한 가장 큰 힘은 수집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켜왔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구술로 전해지던 정보가 문자의 발명으로 기록으로 옮겨가면서 정보의 정확성과 수명이 길어지게 되었고, 종이의 발견과 인쇄술의 발명은 정보의 수명을 더욱 연장시킬 수 있었을 뿐 아니라 확장성을 확대하는데 기여하게 되었습니다. 현대에 이르러 복사기를 비롯한 다양한 전자기기를 발명함으로써 정보의 축적과 활용을 더욱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을 뿐 아니라, 인터넷을 통하여 정보의 공유범위를 무한으로 확장시키기에 이르렀습니다. 활용할 정보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넘치고 있는 현대에는 당연히 정보를 읽고 핵심을 걸러 정리하는 기술, 즉 읽기와 쓰기능력이 생존을 위한 핵심요소가 되는 것입니다.

‘읽기는 인간의 인지능력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지적활동이다’라고 전제한 저자는 읽기와 쓰기는 결국은 학습의 근간이 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읽기는 학습의 첫걸음이 되는 셈입니다. 첫술에 배부를 리 없다는 옛말처럼 단숨에 읽기의 고수가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우선 책읽기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겠습니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습니다. 책읽기를 통해서 앎이 쌓이면 가속도가 붙어 책읽기가 수월해지게 만듭니다. 그래서 ‘선행지식이 읽기의 이해를 돕는다’라는 명제를 내세웠을 것입니다. 이어서 ‘글의 구조가 이해에 영향을 미친다’거나, ‘읽기란 창조활동이다’, ‘읽기란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이다’, ‘글보다 그림이 창조적이다’, ‘읽기란 패턴찾기이다’ 등 글읽기를 업그레이드시키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이어서 ‘스키마로 읽어라’, ‘사고의 연결망을 구축하라’, ‘범주화하라’, ‘읽기는 선택과 집중이다’라고 하는 고도의 책읽기 기술을 내놓고 있습니다. 이어지는 ‘읽기의 전략과 방법’에서는 지식을 생산해서 책쓰기로 나아가는 길을 설명합니다. 저자가 설명하는 속독법을 일단 읽고 실행해보면 그리 어렵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즉 상황에 맞는 책읽기를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제 글쓰기입니다. 저자는 먼저 “현대사회에서 글쓰기가 필요 없는 분야란 찾아볼 수 없다. 고도의 정신과 지식, 사고능력을 요하는 전문분야로 갈수록 글쓰기능력을 필요로 한다. 글쓰기가 현대사회의 전문성과 경쟁력을 좌우한다.(107쪽)”라는 최재천 교수의 말을 인용해서 “글쓰기란 암묵적이고 감각적인 앎을 글로 표상하는 행위로 새로운 지식을 구축하는 작업, 즉 지식생산활동이다”라는 결론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책읽기와 마찬가지로 글쓰기에도 인지심리학적 배경이 있음을 설명합니다. 요약해보면, 1. 글쓰기란 정보의 편집과정이다. 2, 글쓰기는 조사 및 문서작성 능력이다. 3, 글쓰기란 텍스트의 재해석 작업이다. 4, 글쓰기란 스토리 생산 능력이다. 5, 글쓰기란 패턴과 의미의 발굴작업이다. 6, 글쓰기란 문제해결 과정이다. 7. 글쓰기란 대화이다. 8, 글쓰기에도 전문가 방식이 적용된다. 9. 글쓰기는 미래 대학교육의 중심이 될 것이다. 10, 글쓰기는 앎과 삶을 통합한다. 11,글쓰기는 최상의 공부법이다. 12. 글쓰기로 지식을 생산한다. 등입니다.

▲ 하버드대 <글쓰기 센터> 홈페이지 화면 캡쳐.

‘지식생산을 위한 글쓰기 전략’에서는 글을 쓸 때 고려할 사항 등을 짚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과정중심의 글쓰기’에서는 글을 쓰는 과정에서 글쓰기에 참여하는 사람들과 원활한 대화통로를 유지하면서 협력을 이끌어내는 방식입니다. 논증적 글쓰기란 자신의 생각이나 감성을 바탕으로 한 글쓰기가 아니라 객관적 사실과 논리에 근거한 글쓰기입니다. 저자가 설명하는 내용은 소제목으로 잘 요약되어 있습니다. 먼저 전체 개요와 맥락을 파악하고 근거의 출처와 제시방법에 주목합니다. 준비단계에서는 1. 문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2. 의미에 대한 논증을 하며, 3. 근거자료를 메모하고, 4. 논증의 구도를 조직하며, 5. 전제와 유추로 논증을 돕도록 하고, 6. 반론을 수용하고 반박을 내세우며, 7. 통계적 방법으로 인과관계를 분석하는 것 등입니다. 그리고 본격적인 글쓰기에 들어가 초고를 쓰고 내용이 충분히 검증될 때까지 고쳐 쓰기를 하는 것입니다. 이어서 인간의 삶과 역사, 문화를 설명해주는 중요한 사고체계인 내러티브 글쓰기와 문제해결을 위한 글쓰기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문제해결을 위한 글쓰기에서 특히 독자중심의 글쓰기를 하라는 대목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글의 목표를 설정하는데 있어 저자의 목표와 독자의 목표가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하겠습니다. 글의 구조 역시 이해가 쉽고 독자의 추론을 돕는 논리로 구성되어야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생각과는 달리 독자가 내용을 예측하도록 쓰라는 점입니다. 반전이 극적일수록 독자의 반응이 뜨거워지는 추리소설과는 달리 독자중심의 글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들은 자신의 예측대로 전개되는 것에 대해 만족과 흥분을 느낄 것이라고 저자는 단정합니다. 당연히 저자의 입장보다는 독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하는 글쓰기가 되어야 하겠지요?

전문가적인 글쓰기에 대한 내용도 새겨둘 필요가 있습니다. 전문가적 글쓰기를 화두로 삼은 것은 지식기반사회라고 규정하고 있는 21세기에는 지식이 부의 흐름을 좌우하게 될 것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전문가란 특정한 분야의 앎을 습득한 사람을 말합니다. 저자는 지식기반사회를 움직이는 것은 지식노동자, 곧 전문가라고 범위를 좁히고 있습니다만 굳이 앎의 범위를 구체화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현장기술 역시 전문성을 인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조선 산업이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로 접어들었다고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만. 제가 알기에 우리나라 조선 산업의 오늘이 있기에는 시추선과 같은 고부가가치 선박을 설계하는 기술력과 세계 어느 나라의 조선소에서 감히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숙련된 용접기술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설계기술은 지식 노동의 결과라고 할 수 있겠지만, 용접기술은 현장에서 감으로 전수되는 기술이기 때문에 지식노동의 범주에 넣을 수는 없지만 역시 전문가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어떻든 전문가는 지식을 융합하고 창조하며 지식경영을 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식기반사회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는 것만은 틀림없을 것입니다.

그 전문가들이 자신이 습득하거나 창조해낸 지식을 글쓰기를 통하여 다른 전문가들과 공유할 수 있어야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잘 알려진 것처럼 오늘날 유전학의 아버지로 추앙받고 있는 멘델은 1856년에서 1863년까지 완두콩의 교배 실험을 통한 형질 조사를 바탕으로 유전법칙을 정리하여 1865년과 1866년 각각 <식물의 잡종에 관한 실험>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하였습니다. 그런데 그가 발견한 위대한 법칙은 1900년에 이르러 네덜란드의 드 프리스, 독일의 코렌스, 오스트리아의 체르마크 등에 의하여 거의 동시에 재발견될 때까지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것입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멘델이 논문을 발표한 잡지가 널리 알려진 것이 아니고, 그의 논문이 난해했던 탓에 학계의 권위자들이 이해하지 못한 점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멘델의 사례는 전문가에게 글쓰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해주는 좋은 사례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마지막 제4장의 주제는 책쓰기입니다. ‘왜 책을 써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저자는 “독서는 글쓰기로 열매를 맺는다. 책을 쓸 때, 많은 정보를 체계화 시켜서 자기의 지식으로 만든다.(295쪽)”라고 답했습니다. 자신의 앎을 정리하기 위해서 많은 책을 읽어야 하고 그렇게 얻은 앎을 체계적으로 정리하면 자연 책이 만들어지게 된다고 하겠습니다. 정리를 하면, 지식기반사회의 경쟁력은 지식에 있으며, 읽기와 글쓰기를 통해서 이루어지는 지식생산은 국가경쟁력의 가장 강력한 바탕이 되는 것입니다. 저자는 우리 젊은이들이 지식생산의 글쓰기를 익혀 세계무대에서 앞서가는 지도자들로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 책에 담았습니다.

양기화는?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병리학을 전공했다. 미국 미네소타대학병원에서 신경병리학을 공부해 밑천을 삼았는데, 팔자가 드센 탓인지 남원의료원 병리과장, 을지의과대학 병리학 교수, 식약청 독성연구부장,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을 거쳐 지금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상근평가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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