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소득수준 따라 고혈압 발생 차이 2~3배 벌어져…건보 빅데이터 통해서도 드러나

[라포르시안]  소득의 양극화가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 발병의 양극화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수준에 따른 기대여명의 차이도 이런 부분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영화 '가타카'에서 인간을 차별하는 도구로 유전자가 이용되듯이 사회경제적 수준이 건강과 수명의 양극화를 더욱 벌어지게 하고 고착화시킬 것이란 우려가 생긴다. 최근 국립보건연구원 생명의과학센터 심혈관희귀질환과가 펴낸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른 고혈압 발생의 성별 차이'(백태화.임남규)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교육과 소득 수준에 따라 고혈압 발생 위험이 2~3배 정도 차이가 났다.

연구진은 한국인유전체역학조사사업(KoGES)의 일환으로 수행된 지역사회 기반 코호트(안산, 안성)연구에 포함된 40~69세 남녀 성인 1만38명을 대상으로 2003~2004년, 2005~2007년 사이의 추적조사 자료를 이용해 분석했다.

분석에는 추적기간 도중 사망한 286명과 추적 소실된 2,492명, 기반조사 당시에 이미 고혈압을 가지고 있던 1,646명과 결측 공변량(covariance)을 가진 327명을 제외한 5,287명이 포함됐다.

연구진은 사회경제적 수준을 평가하기 위해 교육수준과 가계 소득을 이용, 교육정도에 따라 하(6년 이하), 중하(7~9년), 중상(10~12년), 상(13년 이상) 등 네 군으로 분류했다.

가계 소득에 따라서는 하(월 100만원 미만), 중하(월 100~199만원), 중상(월 200~399만원), 상(월 400만원 이상) 등의 네 군으로 분류했다.

▲ 표 출처 : 국립보건연구원 생명의과학센터 심혈관희귀질환과 보고서

분석 결과, 교육수준과 고혈압 발생의 경우 여성에서는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고혈압의 발생이 늘어나는 역상관계의 경향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교육수준이 가장 높은 군(12년 이상)과 비교할 때 교육수준이 가장 낮은 군(6년 미만)의 고혈압 발생위험이 2.7배 높았다.

남성 역시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고혈압 발생이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지만 여성보다 그 차이가 적었다.

고혈압 발생위험은 교육수준이 가장 높은 군(13년 이상)과 비교할 때 교육수준이 가장 낮은 군(6년 미만)은 1.3배 정도 높은 것으로 관찰됐다.

가계소득과 고혈압 발생을 비교한 경우 소득이 가장 높은 군(월 400만원 이상)보다 소득이 가장 낮은 군(월 100만원 미만)에서 고혈압 발생위험이 남성은 1.7배, 여성은 2.3배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고혈압 발생의 남녀 차이가 사회경제적 수준 차이에 의한 결과인지 확인하기 위해 고혈압 발생의 주요 위험요인인 복부비만 및 비만과 사회경제적 수준과의 관련성을 살폈다.

그 결과, 여성은 교육수준이 낮을수록 복부비만의 유병률이 18.3%에서 48.1%까지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고, 가계소득이 낮을수록 복부비만의 유병률이 18.2%에서 46.8%까지 약 30%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다만 남성에서는 교육수준과 가계소득의 변화에도 복부비만의 유병률이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비만의 경우 남성은 교육수준이 가장 높은 군의 유병률(46.0%)이 가장 낮은 군(26.1%)보다 훨씬 높았고, 소득 수준에 따라서도 가장 높은 군(50.4%)과 가장 낮은 군(23.5%)이 큰 차이를 기록했다.

반면 여성의 경우 교육수준과 가계소득이 낮을수록 비만의 유병률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보고서는 "여성에서는 교육수준과 가계소득이 낮을수록 고혈압 발생의 위험이 높고, 남성에서도 가계소득이 가장 낮은 군에서 고혈압 발생이 위험이 높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연관성은 남성보다 여성에서 더 강하게 관찰됐다"며 "여성에서 교육수준과 가계소득이 낮을수록 복부비만과 비만의 위험이 크게 증가하는 경향이 확인돼 사회경제적 수준과 고혈압의 관련성에 복부비만과 비만이 부분적으로 관여할 것으로 유추해 볼 수 있다"고 봤다.

반면 "남성에서는 교육수준에 따른 복부비만 및 비만의 발생 위험에 변화가 없었고, 가계소득에서는 여성과 반대로 소득이 낮을수록 복부비만과 비만의 위험이 낮게 관찰됐다"며 "국내 중년 인구계층에서는 성별과 교육수준, 가계소득에 따라 고혈압 발생위험 정도가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점을 감안해 예방 및 관리에 있어서 보다 세분화된 정책수립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건강보험 빅데이터 분석해보니 “부자가 더 오래 산다”

한편 해외의 관련 역학 연구나 국내에서 이뤄진 연구에서 낮은 소득과 학력 수준, 낮은 직업수준의 집단에서 사망률이 높다는 보고가 적지 않다.

최근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이용해 소득수준과 사망률을 분석한 결과도 이를 뒷받침한다.

서울대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강영호 교수가 건강보험 가입자 100만명 이상의 빅데이터를 이용해 소득수준과 사망률 등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소득수준별 기대여명에서 뚜렷한 차이가 났다.

소득상위 20%에 속하는 남성의 기대여명은 77.1세로 소득하위 20%인 남성의 기대여명(67.4세)보다 9.7세 더 길었다.  

여성의 경우 소득상위 20%(82.6세)의 기대여명이 소득하위 20%(78.8세)보다 3.8세 더 긴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건강보험 가입유형 중에서 남성 지역가입자의 경우 소득하위 20%(62.7세)의 기대여명은 소득상위 20%(76.7세)보다 14년정도 짧았다.

여성 지역가입자는 소득하위 20%와 상위 20%간 기대여명 차이가 6.1세였다.

의료급여 수급자의 기대여명은 남성이 55.0세, 여성이 71.6세로 각각 동일한 성의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와 비교하면 남성은 무려 19.7세나 더 짧은 수준이다. 여성 역시 직장가입자와 비교할 때 10.6세나 기대여명이 더 짧다.  

강 교수는 "의료급여 대상자에서의 매우 낮은 기대여명이 나타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극명한 양극화를 반영한 것"이라며 "지역가입자에서의 큰 기대여명 격차는 농촌지역 주민, 비정규직, 차상위계층, 사회적 보호가 취약한 자영업자의 높은 사망률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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