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호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

지난달 30일부터 개인정보보호법이 의료기관을 비롯한 사업자, 공공기관, 비영리단체까지 전면 시행되면서 개인정보 수집·이용, 제공, 파기 등 보호기준과 안전성 조치가 강화됐다. 이에 의료기관에서 적용되는 환자정보 취급과 관련하여 개인정보보호법 시행에 따른 대응방안을 짚어봤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지난달 30일부터 시행됐지만 의료기관 현실이 하위법령에서 고려되지 않은 데다 시행 준비가 미비했던 만큼 법령을 위반했다고 해서 바로 처벌을 하기 보다는 법 시행 이후 일정기간의 계도기간을 둘 가능성이 크다.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됐지만 일반 법령인 개인정보보호법보다 특별 법령인 의료법이 상위개념이기 때문에 의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부분은 개인정보보호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의료기관에서 환자 접수시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의료법시행규칙에서 강제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환자 동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 하지만 최소정보 수집 원칙에 따라 진료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환자의 휴대폰 번호나 이메일 주소 등 그 밖의 개인정보는 환자의 동의 없이 수집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의료기관 홈페이지를 통한 개인정보 수집도 제한을 받기 때문에 일반 사업체와 마찬가지로 홈페이지 회원가입시 개인정보 수집·이용·제공에 따른 동의를 세분화해야 한다. 가령 홈페이지 회원가입시 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최소정보 수집 원칙이 적용돼 환자의 신체 정보, 질환 등의 정보는 동의 없이 수집이 가능하지만 필수정보 이외의 정보 수집에 대해서는 반드시 동의를 받아야 하고, 개인정보 수집목적 외 이용 및 제3자 제공을 고려할 경우 반드시 별도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즉, 앞으로는 주민등록번호, 여권번호, 휴대폰 번호, 이메일 주소 등 개인을 구분할 수 있는 고유식별정보에 대한 무단 수집이 금지돼 홈페이지 회원가입시에는󰡐고유식별정보 수집 동의󰡑란을 통해 별도 동의를 받아야 하고 종교, 본인병력, 가족병력, 지지 정당 등 민감정보에 대해서도󰡐민감정보 추가수집 동의󰡑를 반드시 받는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 환자가 회원가입시 동의를 하지 않더라도 가입절차는 이뤄지도록 웹 가입 방식을 변경해야 한다.

나아가 정신과 의료기관을 제외하고는 진료실내 CCTV는 설치가 금지되고, 진료대기실 CCTV는 범죄예방을 위한 목적으로만 설치 및 운영이 가능하되, 설치시 환자들이 이 사실을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출입구 등 잘 보이는 곳에 안내판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이러한 사항들을 위반할 경우 1천만원에서 5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법적 의무가 강화된 바, 의료기관들은 앞으로 개인정보보호에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한다.

다음은 수가계약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지난 2007년 도입돼 2008년 수가계약시부터 적용된 6개 유형별 수가계약제는 4년 연속 의원급 의료기관의 수가협상이 결렬되는 악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이러한 악순환이 거듭되는 이유는 수가계약의 당사자인 의료계와 보험자가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계약을 통해 의료수가를 결정토록 하자는 애초의 취지가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 전국민 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된 이후 건강보험제도 및 수가결정체계의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지지 못함으로서 공급자인 의사 그리고 소비자인 환자 어느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는 제도로 전락해 공적보험인 건강보험제도가 서서히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에서는 공단 이사장은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필요한 자료를 심평원에 요구할 수 있도록 되어 있으나, 의약계대표에게는 이러한 권한이 없어 계약당사자간의 형평성이 결여되어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의 수가계약 과정을 보면 공단은 재정운영위원회에서 제시하는 가이드라인과 결정사항의 틀 안에서만 협상에 임해 왔다.

이러다보니 일체의 협상여지를 두지 않았으며, 서로 입장을 달리하는 공단과 의료계의 계약성사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중재기구와 절차도 마련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성 중 공익대표는 복지부, 재경부, 공단, 심평원 등 보험재정 및 보험정책을 관장하는 공무원이 다수 포함되어 국가정책에 따를 수 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동안 건정심 수가결정 논의과정에서 공익대표는 이미 공정성의 기능을 상실한 채 보험재정절감 등에 치우친 국가정책을 반영한 수가조정안을 제시해 왔다. 특히 공익대표는 의약계와 공단의 수가계약이 결렬된 이후 건정심 산하 수가조정소위원회 조정절차부터 최종 건정심 본 위원회까지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맡고 있으나 공무원으로 구성되다 보니 조정역할에 있어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해 건강보험 정책이나 수가조정 등 최종 결정단계에서 공익대표 8인과 가입자대표 8인은 동일한 목소리를 냄으로서 상대적으로 의료계 8인의 정당한 요구는 묵살되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 건강보험체계는 가입자와 공급자 그리고 보험자 모두가 만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의료계 입장에서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도 문제, 저수가 문제의 지속,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위원구성의 불합리성, 수가결정체계의 문제점 등 여러 정책개선 사항들이 잔존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수가계약제도의 문제점를 해결할 수 있는 몇가지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불평등한 계약에 대한 거부권을 신설해야 한다.진정한 의미의 계약이란 계약 당사자가 상호 동등한 위치에 있어야 하며, 불평등한 계약사항에 대해서는 쌍방 또는 일방에 의한 최소한의 거부권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러나 건강보험 수가계약의 경우 여러 측면에서 상대적 우위에 있는 공단이 협상시에도 재정운영위의 의결사항을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방식으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수가계약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불평등한 계약을 거부할 수 있는 거부권과 체결된 계약 내용의 임의 변경시 거부권 및 손해배상까지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상대가치제도의 보완 및 수가계약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현행 국민건강보험법 시행령에서는 요양급여의 상대가치점수의 ‘점수당 단가’를 계약하는 것으로 계약의 범위를 정하고 있다.

요양급여의 상대가치점수는 요양급여에 소요되는 시간, 노력 등 업무량, 인력․시설․장비등 자원의 양과 요양급여의 위험도를 고려하여 산정한 요양급여의 가치를 각 항목간에 상대적 점수로 나타낸 것으로 정하고 있다. 따라서 요양급여 항목의 상대가치점수를 연구하여 산출하는 것은 적절한 능력과 인력을 보유한 연구기관과 많은 의료인력이 참여해야 하며 오랜 기간 동안 방대한 연구과정이 필요하고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다.

적정급여와 적정진료를 통한 국민건강 유지와 의료의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적정 상대가치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서는 복지부와 의료계 및 학계가 참여하는 상설기구를 설립하여 지속적인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건강보험정책심의회 및 산하 소위원회 위원을 재구성해야 한다. 일본이나 독일의 경우와 같이 의약계 대표 위원 수를 확대하여 전문가 단체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하고, 정부 및 공단, 심평원 위원을 공익대표가 아닌 보험자대표로 배정해야 한다. 또한 공익대표를 학계, 종교계, 언론계 등 중립적인 위원으로 조정하여 공정성과 조정․중재기능을 수행토록 할 필요성이 있다.

건강보험료와 수가 조정을 위한 각각의 전문 소위원회가 현재 구성되어 있으나, 건강보험정책심의회의 축소판으로 그 부적합성이 그대로 존재하고 있는게 작금의 현실이다.

유형별 계약으로 분류된 이상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분야에 대한 수가조정소위원회는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직접적인 대상자로만 한정하고, 이를 조정 협의할 수 있는 전문적인 중재 위원으로 구성하되, 계약의 결렬 이후 뿐 아니라 연간 상시적으로 운영함과 아울러 다음 연도에도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는 이상 건강보험공단과의 수가협상은 '빛좋은 개살구'일 뿐이다. 공급자와 보험자간의 진정성 있는 수가계약이야말로 균형 있는 의료발전과 일차의료를 살리는 핵심임을 강조해 본다.


이재호는? 1985년 한양대 의과대학 졸업2006년 전 제34대, 제36대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2011년 의사협회 의료정책고위과정 간사2011년 대한의사협회 의무이사

저작권자 © 라포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