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미래 / 데이비드 와인버거 지음 / 이진원 옮김 / 리더스북 펴냄, 2014년

[라포르시안]  체격이나 운동능력만을 고려하면 인간보다 월등한 생명체는 무수히 많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인류가 지구별에서 최우세종의 지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개체가 습득한 지식을 후세에 전달하는 방식이 획기적으로 개선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여타 생명체들도 언어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발성기관의 진화로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게된 것이 첫 번째 기회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기억이라는 보조장치에도 불구하고 찰나에 머무는 것이 언어의 단점입니다. 그래도 자식을 양육하는 과정에서 주로 언어를 통해서 전달되는 지식의 양은 대를 이어가면서 확대되고, 뿐만 아니라 이러한 지식은 타인과의 접촉을 통하여 집단으로 확산되어 집단의 기억으로 남게 되는 것입니다. 집단을 떠나 홀로 생존하게 되는 인간은 인류가 남긴 어떠한 지식도 가지지 못하는 것을 보면, 지식은 유전을 통하여 후대에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가족은 물론 타인과의 관계를 통하여 후세에 전달되는 것으로 리처드 도킨스가 <이기적 유전자>에서 제안한 밈(meme)이라고 하는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류가 공유의 개념을 통하여 축적하는 지식의 양이 한 단계 발전하게 된 계기는 문자의 발명일 것입니다. 먹을 것을 따라 떠돌면서 수렵과 채취를 통하여 먹거리를 해결하던 시절에도 서로 간에 정보를 교환하기 위하여 표시를 주고받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인류가 비옥한 초승달지역에 정착하여 채취경제에서 농업경제로 전환하면서 잉여농산물의 유통이 가능해졌고, 그 과정을 원활하게 하기 위하여 문자와 그 문자를 기록하는 수단을 발명한 것입니다. 점토판에 돌에 나무쪽에 기록된 문자들은 정보의 정확성을 높이고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를 가져왔을 것입니다. 여기에 더하여 인류가 보유하는 정보의 양과 질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된 것은 종이의 발명입니다. 종이가 발명되면서 인류에게 유용한 정보는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책이라는 행태로 유통이 가능하게 된 것입니다. 활자의 발명은 책의 유통량을 늘리는데 기여하였으며, 여기에 더하여 인쇄술의 발전은 정보의 유통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효과를 가져왔던 것입니다. 이 단계에서 이미 인류가 쌓아올린 정보의 양은 어느 개인이 종합할 수 있는 단계를 넘어서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전자산업의 발전은 정보의 저장 공간을 획기적으로 축소시켰을 뿐만 아니라 정보의 보존기간 역시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게 되었고, 동시에 개발된 인터넷을 통하여 정보의 유통의 범위가 무한대로 늘어나게 된 것입니다. 이제 인류는 새로운 지식의 축적이라는 과제에 더하여 이렇게 쌓아올린 지식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안도 같이 고민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지식의 인프라가 변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지식의 형태와 본질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데이비드 와인버거의 <지식의 미래>는 인류의 지식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정리하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하버드대학교 법과대학 산하 ‘인터넷과 사회 연구소’인 버크만 센터(Berkman Center)에서 선임연구원으로 일하는 저자는 인터넷이 인간관계, 커뮤니케이션, 사회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집중적으로 연구해왔다고 합니다. 이 책의 원제목 는 정보산업의 발전으로 정보가 넘쳐흐르는 현실에 걸맞다고 하겠습니다. ‘세상은 다 알기에 너무나도 크기’ 때문에 지식의 네트워크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저자의 생각대로 전 세계는 빠르고 복잡하게 연결되고 있는 네트워크로 인하여 좁아지고 있습니다.

과거 특출난 천재에 의하여 주도되던 기술의 개발은 이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어떻게 엮어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조직하는가에 따라서 성과의 수준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을 일러 집단지성효과라고도 하는데, 집단지성이란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 혹은 경쟁을 통하여 얻게 되는 지적 능력에 의한 결과로 얻어진 집단적 능력을 말한다’라고 위키백과사전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사용되어 온 중지(衆智, 대중의 지혜)라는 개념의 중요성이 제대로 평가받기에 이른 것입니다. 집단지성이 적용되어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는 앞서 인용한 위키백과를 비롯하여 크라우드 소싱, 그리고 오픈 소스라는 단어를 익숙하게 만든 리눅스의 예가 있습니다. 이처럼 집단지성이 긍정적 효과를 불러온 경우도 있지만, 구성원에 따라서 정보의 정확성이나 산출물의 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과 참여자들의 협동을 총괄하는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 특정 세력의 선동이나 전체주의로 흐를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자는 전문가들의 영역이었던 지식이 일반화, 대중화되면서 지식이 위기를 맞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넷은 소문, 험담, 거짓말이 무편집 상태로 뒤섞여 있는 공간이라는 사실이 확실해지면서 생겨난 복합적인 두려움 속에서 위기가 더욱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고 전제한 저자는 ‘지식의 위기’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인터넷은 우리의 관심을 쪼개놓고, 천천히 오랫동안 숙고하지 못하게 막는다. (…) 네트워크의 발달은 어떤 멍청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도 교육과 훈련을 받은 사람처럼 떠들어댈 수 있도록 큰 확성기를 제공했다. 그래서 우리는 온라인에 일종의 반향실(反響室)을 만들어 사실상 방송 시대에 접했던 것보다 더 우리의 사고의 폭을 좁게 가두고 있다. 구글은 우리의 기억력을 저하시키고 멍청하게 만든다. 인터넷은 열정적인 혹은 광신적인 아마추어들을 중심에 세우고 전문가들을 몰아낸다. 인터넷은 짐승 같은 인간들의 부상, 표절주의자들의 승리, 문화의 종말을 불러왔다. 그리고 진실을 오로지 올라간 손가락 숫자로, 지혜는 클릭 횟수로, 지식은 가장 재미있게 믿을 수 있는 것에 따라 판단하는 멍한 표정의 자위 행위자들이 거주하는 어둠의 시대의 발단이 되었다.(13쪽)”

▲ 미국내 홍역 백신 논쟁을 소개한 mbc 보도화면 캡쳐

이처럼 지식의 위기시대의 해결방안은 결국 우리를 똑똑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네트워크를 건설할 필요가 있다고 저자는 주장합니다. <지식의 미래>는 그와 같은 똑똑한 방을 만들어줄 수 있는 네트워크를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는가에 이르는 길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모두 아홉 개의 장으로 구성된 책의 전반부는 지식 과부하시대에 전문가의 영역이 파괴되고 있는 등 문제점들을 설명합니다. 이어서 지식을 둘러싼 과학의 본질 그리고 사고와 추론의 형식이나 지식이 변화하고 있는 양상을 설명하고 마지막 제9장에서는 지식의 미래를 예견하고 있습니다.

몇 가지 중요한 점을 요약해보면, 인류는 역사적으로 항상 정보의 과부하를 겪어왔다는 것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고대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 있던 도서관에는 수십만 개의 두루마리로 된 양피지자료를 소장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최근에서야 과부하를 논의하게 된 것은 정보를 여과하는 기능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과부하를 실감하고 있는 것이라는 것입니다. 인터넷이라고 하는 무한정의 정보유통체계는 다양한 모습의 정보를 담아낼 수 있는 반면 서로 일치하지 않은 정보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에 때로는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자는 이런 상황을 이렇게 정리하였습니다. “전통적인 매체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좀 더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다고 자축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신뢰할 수 없는 사람들이 학자와 훈련받은 언론인들과 같은 강도로 떠들어내는 것을 불평한다.(132쪽)” 과거의 지식 전달매체는 때로는 전략상의 이유로 정보를 감추기도 하였던 것인데, 이제는 그런 판단을 할 수 없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는 것입니다. 심지어는 전문가 집단마저도 개인적인 신념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내기도 해서 비전문가들을 혼란 속에 빠트리기도 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2008년 광우병파동에서 실감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하여 포스트모더니즘에서 답을 구한 저자는 몇 가지 중요한 점들을 정리해냈습니다. 첫째, 모든 지식과 경험은 해석이 중요하다. 둘째, 해석은 사회적이다. 셋째, 특권적 지위는 없다. 넷째, 해석은 담론 가운데 존재한다. 다섯째, 담론 내에서는 몇 가지 해석들이 특권을 갖는다.(167~168쪽) 이러한 저자의 생각은 인터넷 지식미디어가 이용자의 집중력과 사색의 시간을 빼앗고 있다고 주장하는 니컬러스 카의 생각과는 거리를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디어혁명과 인간 사고의 확장, 그리고 인터넷의 발달이 인간에 미치고 있는 영향을 정리한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에서 니컬러스 카는 “오늘날 많은 문명화 질병이 과거의 생활방식과 현대의 생활발식 사이의 부조화 때문에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디지털 미디어가 진화와 신경생물학적 부분에서 우리의 정신적 프로세스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 또한 널리 받아들여지고 있다.(니컬러스 카 지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19쪽, 청림출판, 2011년)”라고 주장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카의 주장에 대하여 저자는 지식의 네트워크화는 카가 주장하는 장문 형식의 사고가 지식과 지식 내에서 하는 역할과 성격에 몇 가지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 분명하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권위는 더 이상 차지할 자리가 없다는 것, 주제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 하이퍼링크가 매혹적인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는 것 등입니다. 특히 전자책에서 하이퍼링크를 통해서 필요한 지식을 바로 찾아들어갈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하이퍼링크를 뒤쫓다보면 정작 본문을 읽어가는 호흡이 끊어져 가고자 하는 방향을 잃어버리는 불행한 사태를 맞기도 한다는 점을 간과하는 것 같습니다.

지식을 둘러싼 과학의 본질이 변하고 있다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저자는 과학이 대중과 충돌을 보이는 상황은 그동안 과학적 사실에 대하여 완고하던 믿음이 무너진 결과라고 하였습니다. 저자는 전 <플레이보이지> 모델 제니 맥카시가 백신에 의한 자폐증 위험을 강조하는 활동을 해온 것에 대해 그녀의 무지로 인하여 자폐증을 피하는 아이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다른 병에 걸려 목숨을 잃는 아이들이 생길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비판합니다. 하지만 백신과 자폐증이 무관하다는 것이 정통의학계의 일관된 입장이지만, 맥카시의 잘못된 믿음(제니 매카시 지음, 예방접종이 자폐를 부른다, 알마 펴냄, 2011년)의 출발점 역시 백신과 자폐증이 연관을 가질 수 있다는 의문을 제기한 의학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네이처>의 사설대로 과학자들끼리 한바탕 붙어야만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들이 반드시 토론의 장으로 나선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위기에 봉착했다고 주장하는 지식의 미래를 내다보면서 저사는 인터넷에 넘쳐나는 정보의 특징을 이렇게 요약하였습니다. 첫째, 데이터가 풍부하다. 둘째, 더 많은 정보들이 하이퍼링크로 연결되어 있다. 셋째, 따로 허락을 받지 않고 이용할 수 있다. 넷째, 공개적이다. 다섯째, 궁극적으로는 해결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넘쳐나는 지식을 과연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냐는 의문에 대하여 저자는 인류의 기술혁신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해결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저자는 ‘인터넷이 우리를 멍청하게 만들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담겨 있는 도전을 해결하기 위하여 지식 네트워킹을 위기에서 축복으로 만드는데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다섯 가지 방법을 제안하였습니다. 첫째, 접근을 개방하라, 둘째, 지능을 연결해줄 고리를 제공하라, 셋째, 모든 것을 연결하라, 넷째, 기관의 지식을 뒤에 남기지 마라, 다섯째, 모든 사람을 가르쳐라, 등입니다. 이런 제안이 나오게 된 것은 네트워크화된 지식이 우리를 지식에 대한 진실에 가깝게 다가가게 해주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확실해 보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양기화는?

가톨릭의대를 졸업하고 병리학을 전공했다. 미국 미네소타대학병원에서 신경병리학을 공부해 밑천을 삼았는데, 팔자가 드센 탓인지 남원의료원 병리과장, 을지의과대학 병리학 교수, 식약청 독성연구부장, 의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을 거쳐 지금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상근평가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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