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미안 브리핑]

[라포르시안]  유럽과 미국에 이어 일본이 '뇌 지도작성 프로젝트'(brain-mapping project)에 뛰어들었다. 주목할 대목은 유럽이나 미국과 달리, 일본은 희귀한 연구대상(마모셋 원숭이)과 새로운 유전학 기법을 사용할 계획이란 점이다.

'Brain/MINDS'(Brain Mapping by Integrated Neurotechnologies for Disease Studies)라고 명명된 이번 프로젝트의 기간은 10년이며, 최종 목표는 '영장류의 뇌 지도를 작성함으로써, 알츠하이머병이나 조현병과 같은 인간의 질병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는 것'이다.  앞서 지난 9월 11일 일본 문부과학성은 프로젝트의 조직과 그룹 리더들의 이름을 발표한 바 있다.

Brain/MINDS의 1차년도 예산은 30억엔(미화 2,700만 달러), 2차년도 예산은 40억엔으로, EU의 인간두뇌프로젝트나 미국의 브레인 이니셔티브와 비교하면 보잘것 없다. EU와 미국은 모두 향후 10년간 10억 달러 이상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그러나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연구자들은 "작은 동물들은 인간의 뇌장애를 시뮬레이션하는 데 종종 실패하며, 인간두뇌 모델은 검증 데이터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Brain/MINDS는 소규모 동물모델과 인간 두뇌모델 간의 중요한 갭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4월 2일 '뇌 지도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미 국립보건원(NIH)의 프란시스 콜린스 원장이 뇌 지도 프로젝트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사진 출처 : 백악관 홈페이지

미 국립보건원의 브레인 이니셔티브 워킹그룹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크 연구소의 테리 세즈노프스키 박사(신경과학)는 "인지기능과 인지장애(조현병, 우울증)에 대해서는 적절한 마우스 모델이 존재하지 않는 실정이므로 형질전환 영장류 모델이 필요하다. 미국과 중국에서도 형질전환 영장류 프로젝트를 시작했지만, 일본만큼 규모가 크거나 조직화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EU의 인간두뇌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스위스 연방공대의 헨리 마르크람 교수(신경과학)도 환영의 뜻을 표했다. 그는 "Brain/MINDS는 매우 인상적이다. 일본은 놀라운 계획을 시작한 데 대해 박수갈채를 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Brain/MNDS의 중심에는 형질전환 마모셋 원숭이가 있다. 마모셋 원숭이는 원숭이 모델로 흔히 사용되는 마카크 원숭이보다 덩치가 작고 번식력이 좋아 다루기가 쉽고 연구하는 데 효과적이다. 비록 침팬지만큼 인간과 가까운 관계에 있지는 않지만 마모셋 원숭이는 여러 가지 면에서 뇌를 연구하는 데 이상적이어서, 인간의 인지기능을 해명하고 뇌질환을 연구하는 데 긴요하게 사용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마모셋 원숭이의 뇌는 불과 8g으로 컴팩트해서 분석하기가 비교적 쉽다. 그런데 마모셋 원숭이의 전두엽(frontal lobe)은 다른 (뇌가 작은)동물들에 비해 발달한 편이어서 인간에 좀 더 가깝다는 것이다. 마모셋 원숭이는 인간과 비슷한 행동특성을 공유하는데,이는 다른 원숭이(심지어 침팬지)에게서도 찾아보기 힘든 특성이다.

예를 들면 인간과 비슷하게 가족을 이루어 생활하며, 특히 다른 원숭이들의 경우 눈을 맞추는 것은 공격적 행동의 일종으로 여기지만 마모셋 원숭이는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눈을 맞추기도 한다.  교토 대학교의 나카무라 카츠키 교수(신경과학)는 "마모셋 원숭이는 파킨슨병이나 알츠하이머병 등을 연구하는 데 적당한 모델로 기대된다. 그리고 눈맞추기와 같은 사회적 행위에 장애가 일어나는 이유를 연구하면 자폐증의 메커니즘을 밝히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 이루어진 유전공학의 발달도 형질전환 마모셋 원숭이의 효용을 높여주고 있다. 2009년 카와사키 소재 실험동물 중앙연구소의 사사키 에리카 박사(형질전환동물 전문가)는 세계 최초로 유전 가능한 유전자를 영장류에게 도입하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CRISPR이라는 유전자편집 기술 덕분에 정확한 DNA 변형이 가능해져서 형질전화 원숭이를 만들기가 쉬워졌다.

이와 동시에 유전학자들은 조현병이나 자폐증과 같은 인간의 정신질환에 기여하는 핵심 돌연변이들을 발견했다. MIT 산하 맥거번 뇌연구소의 로버트 데시몬 소장은 "여러 가지 상황들을 고려해 볼 때, 지금은 형질전환 영장류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Brain/MINDS는 3개의 그룹에 의해 수행된다. 첫 번째 그룹은 케이오 대학교의 오카노 히데유키 교수가 이끄는 그룹으로, fMRI 등의 기법을 이용하여 뇌 기능 지도를 작성하게 된다. 이들은 형질전환 질병모델을 이용하여 뇌의 거시적 기능(macro-scale functions)과 미시적 기능(micro-scale functions)을 연구하고 이를 연결시키게 될 것이다.

두 번째 그룹은 리켄 뇌과학연구소의 미야와키 아츠시 박사가 이끄는 그룹으로, 17개의 독립적인 팀으로 구성되는데, 뇌 지도작성을 지원하는 기술개발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그룹은 도쿄 대학의 카사이 키요토 교수가 이끄는 그룹으로, 환자들로부터 뇌영상과 같은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일본은 영장류 연구에 대한 규제가 유럽이나 미국보다 까다롭지 않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장차 동물학대 문제와 같은 윤리적 장벽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즈노프스키 박사는  "Brain/MINDS를 추진하는 연구자들은 향후 필연적으로 맞닥뜨리게 될 윤리적 이슈를 사전에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술적 측면에서 볼 때 Brain/MINDS는 매우 야심 찬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사사키 박사와 협조하기로 되어 있는 미 국립 신경장애 및 뇌졸중 연구소의 알폰소 실바 박사(신경과학)는 "CRISPR가 마모셋에서 제대로 작동할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고 지적하며, "한꺼번에 너무 많은 질환들을 다루려는 욕심을 버리지 않으면 자칫 수박 겉핥기가 될 우려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핵심질환 하나를 선정해 심층적으로 연구하는 방법을 선호한다. 하나의 질병을 완전히 마스터하면 그 노하우를 다른 질환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원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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