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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엔 병리학 교수, 주말엔 농사꾼…이 남자의 '이중생활'

최종상 교수(고려대 의대 병리학)


고려대 의대 최종상(63, 병리학) 교수는 주말이면 파주로 달려가 농사에 매달린다. 최 교수는 약 600여 평의 밭에 무며 배추, 각종 작물을 재배하는 농사꾼이기도 하다.

요즘은 메주콩과 쥐눈이콩, 고구마 수확에 눈코 뜰 새가 없다.

지난 9일 파주 헤이리 근처에 있는 최 교수의 일터를 찾았다. 시외버스에서 내려 마중 나온 최 교수의 승용차를 타고 10여 분을 달려 야트막한 고개를 넘으니 작은 시골 마을이 나왔다. 최 교수의 밭은 마을 들머리에 있었다. 밭 위쪽엔 '사회복지재단 계명복지회 생활관'이란 문패가 달린 주택이 자리 잡고 있었다.

최 교수는 이곳에서 20년째 농사를 짓고 있다.

"오늘 작업은 메주콩을 따는 일이지. 콩대를 뽑아 여기까지 가져다주지 않겠나?" 최 교수가 밭고랑에 털썩 자리를 잡고 앉으면서 한마디 한다. 요즘은 메주콩과 쥐눈이콩, 고구마 수확으로 바쁘다. 콩대를 뽑는 일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콩대는 너무나 단단하게 땅에 뿌리를 박고 있었다. 최 교수는 콩 수확을 마무리되는 대로 직접 친환경 재배로 키운 무와 배추로 김장을 할 생각이다.

"농사? 힘들지. 한여름에는 정말 힘들어. 지금은 시원한 바람이 부니 그나마 할 만해."

그는 철저하게 친환경 유기농을 고집해 왔다. 깊은 논을 메워 밭으로 만들고 소똥을  집어넣는 등 친환경 유기농을 유지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 때문에 최 교수네 밭에서 나온 각종 작물은 주위 사람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한다. "사람들이 달라는 대로 주고 나면 우리 먹을 것도 빠듯할 때도 있다"고 말했다. 병리학자가 농부가 된 사연은 그가 농사를 짓는 이유는?의사인 그가 농사를 짓기 시작한 배경은 남다르다. "농사를 직업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좋아서 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라는 그의 말처럼 전혀 의도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는 슬하에 1남 1녀를 두었다. 그런데 아들이 자폐증을 앓고 있다.  "우리 아들처럼 자폐증을 앓는 아이들을 돌볼 시설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자폐아를 둔 부모들과 함께 십시일반 돈을 모아 사회복지시설을 세우고 농지를 샀다"고 한다.

그런데 규정상 사회복지법인은 농지를 소유하지 못한다고 해서 개인 명의로 해둔 땅을 놀릴 수 없어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최 교수와 뜻을 같이한 사람 가운데는 인권변호사로 유명한 고 황인철 변호사도 있었다. 황 변호사도 장남이 자폐아라고 한다.

파주에 터를 잡은 것도 아들 생각이 나면 언제든 달려갈 수 있는 거리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저녁을 먹다가도 아들이 보고 싶으면

 달려가지. 우리 집이 마포구청 근처니까 넉넉잡고 1시간이면 도착해."

그의 말투에서 아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이 가득 묻어나왔다.

최 교수는 평일에는 고려대 구로병원 병리과 교수로 돌아간다. 진단 쪽으로는 소화기병리, 연구쪽으로는 종양병리가 주력이다. 그는 "슬라이드를 볼 때는 항상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신중에 또 신중을 기해 진단을 내린다. 판단이 쉽지 않을 때는 여러 사람과 상의한다. 그러면 오진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에 정년을 맞는 최 교수는 "농사 지으면서 아들을 돌보고, 여기에 파트타임 일자리까지 있다면 더 바랄게 없다"고 소박한 희망사항을 말했다.


박진규 기자  hope11@rapport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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