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안 브리핑]

[라포르시안] 현재 서아프리카를 초토화시키고 있는 에볼라 바이러스는 치사율이 높기로 악명 높다. 이전에 발생했던 에볼라 출혈열의 치사율은 90%에 달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최근 상황보고서에서 언급한 수치들이 어렴풋한 희소식으로 느껴진 것은 그 때문이다(바로가기). 최근 에볼라 바이러스는 놀라운 속도로 퍼져나가고 있지만 이 보고서는 에볼라의 전반적인 치사율이 53%(기니의 64% 경우, 시에라리온의 경우 39%)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현재의 낮은 치사율이 바이러스 자체의 위험성(또는 환자들이 받는 치료의 질)보다는 보건당국자들의 공식집계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몇 주 동안 감염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 역시 공식 사망률이 낮은 것처럼 보이게 하는 데 한 몫하고 있다.

보건당국자들이 말하는 소위 치명률(CFR, case fatality rate)을 계산하는 데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가장 간단한 방법 중 하나는 사망자 수를 총환자 수로 나누는 것이다. 최근 WHO가 발표한 CFR도 이런 식으로 계산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계산방식은 다수의 살아 있는 환자, 특히 최근에 진단 받은 중증환자로 사망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럴 경우 치사율이 낮게 평가되는 것은 당연하며, 이 같은 공식 치사율과 실제 치사율 간의 괴리는 질병이 급격히 확산될수록 커지게 된다.

기존의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의 앤드루 람바우 교수(진화생물학)에 의하면 CFR 계산방식에는 또 한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에볼라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의료진의 지시에 따르지 않고 임의로 병원을 떠난 환자들을 계산에 넣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 중 상당수는 나중에 사망하지만 사망자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CFR을 계산하는 다른 방식으로는 현재의 환자 수를 무시하고 `공식적으로 완치되어 퇴원한 환자들`과 `사망한 환자들`만을 계산에 넣는 방법이 있다. 이렇게 CFR을 계산할 경우 질병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예컨대 9월 7일 시에라리온 보건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68명이 완치되어 퇴원했으며 426명이 사망했다고 한다. 이 자료에 의거해 계산한 CFR은 61%가 된다. 그러나 하버드 공중보건대학원의 마크 립시치 교수(역학)에 의하면, 이 방법 역시 불완전하기는 마찬가지라고 한다.

왜냐하면 생존자들은 평균적으로 사망자들에 비해 오랫동안 병원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CFR이 과대병가되는 셈이다.

▲ 표 출처 : WHO의 관련 보고서 http://who.int/csr/disease/ebola/situation-reports/5-september-2014-en.pdf?ua=1

CFR을 계산하는 좀 더 정확한 방법은 '거의 같은 시기에 감염된 환자들을 뽑아 모든 사람들이 회복되거나 사망할 때까지 충분히 기다린 후 CFR을 계산하는 방법'이다. 람바우 교수에 의하면 최근 발표한 「에볼라 바이러스의 진화」에 관한 논문에서 "같은 시기에 감염된 77명의 환자들 중 23명이 생존하여, CFR은 70%로 산출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CFR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논쟁과 관련해 WHO의 전략 책임자인 크리스토퍼 다이 박사는 "타당한 추정치를 원하는 것은 우리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현재 서아프리카에서 창궐하고 있는 에볼라의 CFR 수치가 과거 중앙아프리카에서 발발했던 에볼라의 CFR 수치와 다른지를 확인하고 있으며, 현재 시행되고 있는 다양한 치료방법들이 상이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도 점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람바우 교수의 방법도 완전하지는 않다. 모든 환자들이 의료기관을 찾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통계에서 누락되고, 이 같은 누락으로 인해 CFR이 과대(또는 과소)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상당수의 환자들이 경미한 증상을 앓는다면(경미한 증상을 앓는 사람들은 병원에 가지 않아도 낫는 경우가 많다), 의료기관의 진료기록에만 의존하여 계산한 CFR은 과대평가될 수 있다.

멕시코의 H1N1 인플루엔자나 중동의 MERS가 바로 그런 예라고 할 수 있다. 립시치 교수는 "경미한 에볼라 환자들이 포착되지 않을 확률은 경미한 인플루엔자 환자들보다는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아프리카의 보건의료시설이 태부족인 것을 감안하면, 포착되지 않은 생존자들이 다수 존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많은 에볼라 희생자들은 병원에 가지 않고 집에서 사망하는데(이 경우 가족이나 다른 간병인들도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CFR을 과소평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확인되지 않은 채 사망했는지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보건당국자들은 의심환자나 가능환자들을 추적하고 있는데, 그들 중 상당수는 진단을 받기도 전에 사망한다. 이런 사람들을 통계에 포함시켜야 할지 말지는 또 다른 골칫거리로, 통계적 편향의 잠재적 원인이 된다.

또한 지역에 따라 진단방법이 다른 것도 문제여서, 일부 지역에서는 사후검사를 더 많이 실시하고 있다. 립시치 교수는 "예로부터 질병통계의 가장 큰 문제는 `통계적 편향을 초래하는 다양한 요인들을 어떻게 감안할 것인가?`였다"고 말했다.

다이 박사는 Science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우리도 CFR 계산의 어려움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나는 아직도 `기니의 CFR이 시에라리온보다 훨씬 높다`는 말을 신뢰하지 않는다. 이것은 보건당국의 데이터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 계산한 결과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사실을 믿기 전에, 불확실성의 요소를 모두 제거해야 한다"고 말했다. <원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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